또 시련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겨울은 건물관리자에게 가장 힘든 시기다.
영하의 날씨에 물이 얼기 시작하면 각종 동파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강력한 한파는 기계장치의 오작동을 유발하고, 심지어 멈춰 서게 만들기도 한다.
모든 생명체는 물 없이 생존할 수 없으므로 인간이 생활하는 곳 역시 반드시 물이 공급돼야 한다. 공동주택에도 인체의 핏줄처럼 많은 배관들이 숨어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상수도배관이 동맥이라면, 쓰고 난 오염된 물을 배출하는 하수관과 오수관은 정맥 역할을 한다.
상수도는 주로 주방과 세면대, 욕조, 변기, 발코니수전 등에 공급된다. 입주민들은 잘 모르고 지내지만 수돗물은 생활용수 외에도 또 하나의 중요한 배관에 들어간다. 바로 소화용수배관이다.
예전엔 10층만 넘어도 고층아파트라 불렸지만, 지금은 30~40층 아파트가 즐비한 세상이다. 사다리차 타고 불 끄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고층 건축물 특성상 작은 불이 대형화재로 비화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특히 한밤중에 불이 나면 많은 인명피해를 수반한다. 그래서 고층아파트에서 소방시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입주민이 가장 흔히 보는 소화설비 중 하나가 스프링클러다. 스프링클러는 화재를 곧바로 그 자리에서 꺼버린다는 점에서 효용성을 크게 인정받는다. 실내 스프링클러는 헤드가 밀봉돼 있다가 불이 나서 열이 가해지면 밀봉제가 녹으며 배관에 차 있는 물을 분사해 소화한다. 
실내와 달리 지하주차장처럼 동파 위험이 있는 곳엔 배관에 물이 들어있지 않은 건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한다. 대신 화재감지기가 함께 있어, 불이 나면 감지기에서 먼저 인식한 다음 화재수신반에 신호를 보내, 밸브 개방과 함께 펌프를 가동해 물을 공급한다.
그런데 이 중요한 물건이 가끔 애물단지가 돼 입주민에게 피해를 입히고, 관리자를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얼마 전 인천에서 지하주차장의 건식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차량 여러 대가 화재피해를 입었다. 이 사고로 위탁관리업체가 4,000만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됐다. <관련기사 2면>
재판부는 “사고 발생 당시 옥내소화전과 스프링클러 가압펌프가 작동하지 않아 화재로 인한 손해가 확대됐다”고 인정하면서 “이는 유지·관리상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지난 6월 대전에선 불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실내 스프링클러 헤드의 밀봉이 터지는 사고로 가구 피해가 발생했는데, 법원은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화재 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소방시설 등에 대해 연 2회 종합정밀점검을 시행했고, 지적사항에 대한 수리나 부품 교체도 완료했으므로, 관리소홀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평소에 꼼꼼하게 관리하고, 전문기관의 점검까지 잘 받아왔다면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다.
스프링클러는 작은 화재가 대형 재난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아주는 일등공신이지만 현 기술로는 완벽하게 제어하는 것이 쉽지 않다. 꼼꼼하게 관리·기록하고, 현명하게 대비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다. 그러므로 관리자는 때마다 철저한 점검을 실시하고 기록을 잘 보관해야 한다. 입주민 입장에서 억울한 피해를 방지하려면 개별적으로 화재보험과 스프링클러 누수피해 특약에 가입해 두는 것이 좋다.
물을 다스리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고 했던가?
공동주택관리자에게도 이 말이 진리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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