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360여 가구서 특정 제조사 제품 파열사고
김영호 의원, 행안위 소방청 국정감사서 조치 촉구

가스레인지 이용 도중 화재가 났을 경우 소화액을 자동 분사하는 장치인 ‘주거용 주방자동소화장치(이하 주방소화장치)’의 폭발사고가 전국 아파트 360여 가구에서 발생했지만 소방청과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이를 함구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방소화장치는 초기화재 진압을 위해 소방시설법령상 아파트 및 30층 이상 오피스텔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소형 소화기로, 통상 주방 후드 위쪽에 설치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한 주방소화장치는 가스안전시스템 개발·제조업체 S사가 지난 2011년부터 2015년 사이에 제조한 제품들로, 정상제품의 경우 화재로 온도가 140℃ 이상 상승하면 자동으로 소화액을 분사하도록 돼 있지만 사고 제품들은 화재나 외부충격이 전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폭발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찬장 문이 훼손되고 주방 전체에 소화액이 분출될 정도로 강한 폭발이었다. 다행히 인명사고는 없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서울 서대문구을)은 지난달 소방청 국정감사에서 정문호 소방청장을 대상으로 주방소화장치 폭발사고 늑장조치를 강력히 비판했다. 
우선 소방청에 의하면 주방소화장치 폭발을 처음 인지한 시기는 올해 1월. 전남 무안 모 아파트 입주민이 국민신문고에 주방소화장치 폭발사고 관련 민원을 올리고 이후 동일한 제조사 제품 파열사고가 수차례 발생하자 소방청은 2~3월 한국소방산업기술원과 관할 소방서에 실태조사를 지시해 결함 여부를 확인하고 25대를 수거 조사했다. 
조사 결과 사고 원인은 과도한 힘(60N·m 이상)으로 조립된 2개 밸브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소화약제(암모니아)가 누설된 채 장시간이 흘러 금속 부식으로 파열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김 의원에 따르면 소방청은 이를 확인한 지 3달여 지난 6월에야 제조업체 회의에서 제품 결함 사실을 업체에 통보했으며, 피해 가구에 대한 리콜 조치를 하지 않다가 9월 말경 사고 관련 언론보도가 이어지자 10월 초 전국단위 표본조사 및 리콜, 기술기준 개정 등 조치계획을 뒤늦게 발표했다. 
그마저도 리콜 대상을 시공 전인 소방제품으로 제한, 기 설치된 제품은 리콜 대상에서 제외했다. 
현행 소방시설법상 유통 중인 소방용품에 대한 수집·검사 결과 중대 결함이 있다고 인정되면 회수·교환·폐기 또는 판매중지를 명령할 수 있지만 제품이 이미 설치된 경우라면 그 권한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또한 해당 제품의 권장 사용기간은 5년으로 사고제품이 권장기간을 지난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 제조·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결함이었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김 의원은 “소방청은 S사 제품이 설치된 아파트 리스트조차 파악하지 못해 의원실에 자료를 요청했다”며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것을 자체적으로 확인했고 동일한 사고가 수차례 발생했으며 성능검사 결과 제조상 결함이 확인됐음에도 합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허술한 대처를 꼬집었다.
아울러 김 의원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이미 지난해 3월경 문제를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3월 인천 송도 모 아파트 및 서울 합정동 모 아파트에서 주방소화장치 폭발사고가 발생하자 입주민이 사고와 관련한 민원을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 직접 제기했는데 정문호 소방청장은 이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고 했다”며 “S사 대표와 기술원 간 안 보이는 커넥션이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까지 든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소방청은 국정감사 직후인 지난달 중순경부터 부랴부랴 후속조치에 나섰다. 
소방산업기술원과 함께 주방소화장치 파열사고가 신고된 아파트 401가구를 조사한 결과 총 361가구(서울 46, 인천 73, 부산 50 등)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으며, 제품의 리콜 조치를 위해 S사 제품을 설치한 전국 아파트(1996~2019년 준공)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사고제품 샘플을 생산연도별 단계적으로 수집해 결함 여부도 정밀 분석하며,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 대한 감사도 추진키로 했다. 
한국소비자원과 함께 리콜 절차도 추진한다. 1차로 한국소비자원이 S사에 대해 ‘리콜 권고’ 조치를 취하고 S사가 리콜을 이행할 경우 소방청이 원활한 진행을 위해 행정적·기술적 지원 등에 나선다.
만약 S사가 리콜을 거부할 경우 소방청이 직접 S사에 대한 리콜명령에 나선다. 현재 S사는 이번 파열사고에 대해 “노후·경년변화(시간 경과에 따른 재료의 성질 변화)에 따른 문제로서 제품결함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소방청은 S사가 리콜명령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방청은 “소송기간 중 파열사고 발생 시 소방청 및 소방관서, 소방산업기술원 피해신고센터에서 접수 받아 S사에서 교체토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