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종교의 힘은 위대한가 보다. 오늘 티벳(라마) 불교신자들의 라싸 성지순례 다큐멘터리 CD를 봤는데 충격적이다. 
티벳 시골 사람들의 평생 소원이 라싸 성지순례를 한 번 다녀오는 것이라 한다. 라싸에서 1,200㎞ 거리의 어느 시골 마을 사람들이 성지순례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모아 성지순례를 시작한다. 내가 아는 일반적인 성지순례는 비행기를 타고, 버스를 타고 성지에 가서 관광하고 참배하는 것인데, 티벳 불교신자들의 성지순례는 일반적인 성지순례와 거리가 한참 먼 엄청난 극한의 고행길이었다. 물론 한 달 내외를 걸어가며 고생하는 산티아고 순례길 같이 예외적인 것도 있을 것이다.
마을에서 성지순례를 희망한 20여명의 사람들이 성지로 출발할 때 마을의 종교 지도자 비슷한 사람이 제일 앞에서 손으로 불교 도구를 계속 돌리며 불경을 암송하고 간다. 절은 하지 않는다. 뒤따르는 사람들은 7~8보 걷고 도로에 쭉 미끄러지며 절을 하고 끝없이 가는데 이런 절을 오체투지(五體投地)라고 한다. 머리, 두 팔, 두 다리의 다섯 부분을 땅에 던지듯이 절을 해 오체투지(五體投地)다. 손에 나무판을 끼우고 쭉 미끄러지며 절을 계속하다 보니 나무판과 옷이 닳아 중간에 나무판을 바꿔 끼고, 바깥 가죽 옷을 바꿔 입어야 한다. 그 추운 눈보라 속에서도, 차가운 개울을 건널 때도 몸이 젖어가며 혹한의 추위를 견디며 절을 계속한다. 한겨울 개울을 건널 때 몸이 젖는 것을 막기 위해 물을 피해 걷는 것이 아니라 몸을 던지며 보통 도로에서 하듯 절을 하다 보니 몸이 다 젖고 그로 인해 추위는 극심해진다. 
1,200㎞를 간다는데 하루 몇 ㎞를 걷는지 모르지만 아마 1년 내외를 가는 것 같다. 임산부는 거리에서 출산하고, 어린아이가 아프다고 할 땐 절을 계속하면 지혜로워지고 아픈 것도 낫는다며 계속 절을 하도록 한다. 
60~70대 노인도 있는데 기침을 계속 하더니 결국 길가에서 노숙을 하다 사망했다. 성지순례 중에 죽은 것은 부처님의 축복 속에 죽은 것으로서 최고로 복스러운 죽음으로 생각한다. 승려를 불러 간단히 장례를 지내고 사체는 독수리 등 짐승의 먹이로 두고 가며 자연으로 돌아가게 한다.
성지순례 중 숙박은 행렬의 가장 뒤에 따르는 트랙터 짐칸에 싣고 온 천막을 치고 해결한다. 말이 성지순례지 모두들 거의 거지 행색이다. 게다가 중간에 교통사고로 트랙터가 망가져 중간부터는 트랙터 짐칸을 마을 주민들이 손으로 끌고 간다. 이들에게 고통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오체투지를 하며 성지순례를 해서 라싸에 갔다 돌아올 때는 (가난한 사람들이라)여비가 없어 라싸에서 건설현장 막노동을 해 여비를 벌어 시골마을로 돌아온다. 
이들은 성지순례를 하면 평생 지은 죄를 사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 서로 말싸움도 안 할 정도로 착하게 살고, 고생을 당연시하고, 고행(苦行)할수록 죽어 천국에 간다고 생각하며 작은 행복에도 만족하고 살아가니 싸울 일도 없고, 행복지수는 세계 최고로 높다. 
아파트 한 채 가졌다고 관리사무소 직원을 머슴 대하듯 극도의 이기주의로 갑질을 일삼는 일부 몰지각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끝없는 욕심과 티벳사람들의 소박하고 선한 마음은 너무도 대비된다.
종교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 장기간 극한의 고통도 기꺼이 감수하고 서로 물질적인 다툼 없이 살아가게 하고…. 우리네 사는 모습과 너무나도 다른 그들의 삶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어떤 게 진정한 삶의 방식인가? 어떤 것이 진정한 행복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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