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아파트 입주민들이 단지 내에 설치된 가스정압기의 철거를 요구하면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상 관리단집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공동주택관리법상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쳤다면 이는 다른 구분소유자들의 이익에 반할 수 있어 허용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 모 아파트 입주자 15명(이하 원고들)이 도시가스사업자(이하 피고)를 상대로 ‘정압기실을 철거하고 대지를 인도하라’며 제기한 건물 등 철거소송 상고심에서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피고는 2005년 12월경 아파트를 포함한 인근 주민들에게 도시가스를 공급하는데 필요한 정압기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아파트 대지 중 일부에 관해 시행사로부터 토지사용승낙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1심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지난 2014년 4월경 “원고들이 아파트 대지 지상에 정압기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입주 후 수년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오히려 입대의가 2011년 9월경부터 수회에 걸쳐 정압기실 철거를 요구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며, 원고들이 수년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와 시행사 사이의 대지에 관한 토지사용승낙에 따른 법률관계를 그대로 승계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었다. 
또한 “정압기실을 철거, 이전해 원활하게 도시가스를 공급하게 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사용자인 아파트 구분소유자들에게 전가될 수도 있다는 사정만으로 대지의 공유자인 원고들이 방해배제청구권의 행사로써 불법점유자인 피고를 상대로 정압기실의 철거 및 대지의 인도를 구하는 것이 다른 공유자인 나머지 구분소유자들의 이익에 반해 보존행위가 될 수 없다고 할 수 없고, 대지 위에 정당한 권원 없이 설치된 정압기실을 통해 대지의 공유자들이 도시가스를 공급받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대지의 멸실·훼손을 방지하고 그 현상의 유지를 위해 정압기실의 철거 및 대지의 인도를 구하는 것이 보존행위가 아닌 관리행위가 된다고도 할 수 없다”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심 법원은 “정압기실을 철거하게 되면 대지의 공유자인 아파트 구분소유자들 전부에 대한 도시가스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구분소유자 사이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를 수 있어 정압기실 철거 청구는 단순히 공유물의 멸실·훼손을 방지하고 그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행위로 보긴 어렵고, 현상의 변경을 수반하는 것으로서 공유물의 관리에 해당하는 행위”라며 “정압기실 철거 청구 등은 공용부분 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집합건물법 제16조 제1항, 제38조 제1항에 따라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과반수로 결정돼야 할 것”이라며 1심 판결을 취소했다. 
이후 원고들은 상고를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2심 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상고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민법 제265조 단서의 취지, 집합건물법의 입법취지와 관련 규정을 종합해 보면, 구분소유자가 공용부분과 대지에 대해 그 지분권에 기해 권리를 행사할 때 이것이 다른 구분소유자들의 이익에 어긋날 수 있다면 이는 각 구분소유자가 집합건물법 제16조 제1항 단서에 의해 개별적으로 할 수 있는 보존행위라고 볼 수 없고 집합건물법 제16조 제1항 본문에 따라 관리단집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는 관리행위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아파트 정압기실은 구분소유자들이 도시가스를 공급받기 위해 필수적인 시설로서 정압기실을 철거할 경우 아파트 도시가스 공급에 지장을 줄 수 있고, 도시가스 공급 없이는 원만한 주거생활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구하는 정압기실의 철거와 부지의 인도 청구는 다른 구분소유자들의 이익에 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아파트 건축 시 시행사의 사용승낙을 받아 적법하게 정압기실을 설치했고 그 후 현재까지 정압기실이 아파트 대지에 존재해 왔으므로 그 철거를 구하는 것이 아파트 대지의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행위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청구는 보존행위가 아니라 아파트 대지의 관리를 위한 행위로서 집합건물법 제16조 제1항에 따라 아파트 관리단집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는데도 그러한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원고들의 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고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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