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고용구조 탓 노사관계 불분명…권리・의무 모호해져

아파트 노동자의 현실>>우리도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까 |아파트 노동자에 대한 지원 방안 <45> 한국주택관리연구원l승인2019.10.30 13:15:50l114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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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아파트 고용관계의 특성

1. 일터와 삶터가 교차하는 공간적 특성
☞ 지난 호에 이어
다른 차원에서 보면 아파트라는 공간은 노동력의 제공과 수령이 이뤄지는 하나의 사업장이고 노동현장이다. 아파트 유지관리에 필요한 경비, 미화, 시설관리, 행정서비스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아파트라는 사업장에 고용돼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서 임금을 수령하고 있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아파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아파트가 생활의 원천이 되는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이며 생활을 유지하도록 하는 삶의 터전이다. 자신의 시간과 능력을 투입해 요구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이에 대해 적절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사업장이다. 노동관계법이 준수돼야 하며 노동인권이 존중되는 일터여야 한다는 이해관계가 작용하게 된다. 
이처럼 삶터와 일터가 교차하는 아파트라는 공간의 특성이 일반적인 기업과는 다른 아파트만의 독특한 노사관계를 구성하게 된다. 노사관계의 토대가 되는 고용인과 피고용인 각각의 권리와 의무가 명확하게 구분돼야 하는데 아파트의 경우 고용인의 지위에 있는 입주민들이 사유와 공유 구분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고, 단일 고용인이 아니라 다중이 고용인 지위에 있다 보니 고용인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사람은 다수지만 고용인으로서의 의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모호해지는 구조적 특성을 갖고 있다. 모두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닌 것처럼 보이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첫째, 고용인 지위에 있는 입주민들(입주민들을 대표하고 법적 사용자 지위에 있는 입대의도 특성에 있어서는 입주민의 연장선에 있다)의 공사 구분이 명확하지 못하다는 점과 둘째, 단일 고용인이 아닌 다수 고용인이라는 점으로 인해 고용인으로서의 권리 행사와 의무 수행상의 불균형이 발생하기 쉽다는 점이 아파트 노사관계의 특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토대로 노사관계를 들여다봐야 아파트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적합한 해결방안도 강구할 수 있다.

2. 복잡한 고용구조로 인한 특성

노사관계가 정상적으로 형성되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가 분명해야 하고, 이에 따른 각자의 권리와 의무가 명확해야 한다. 하지만 아파트의 경우는 관리방식에 따라 그리고 노동력 조달 방식에 따라 고용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이에 따라 권리와 의무가 구조적으로 모호해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의무관리대상 아파트 입주자들은 공동주택관리법 제5조에 따라 공동주택을 자치관리하거나 위탁관리해야 한다. 자치관리의 경우는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장을 자치관리기구의 대표자로 선임하고, 기술인력 및 장비를 갖춘 자치관리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이 경우 관리사무소장이 입대의를 대신해 노동자들을 고용한 후 관리업무를 수행할 수도 있고(직접고용), 경비나 미화업무 등을 용역회사에 하도급을 주기도 한다(간접고용). 위탁관리의 경우는 입대의가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해 공동주택관리를 포괄적으로 위임하게 된다. 이 경우는 아파트 노동자들이 주택관리회사 소속으로 있거나(간접고용), 관리회사가 해당 업무를 또 다시 용역회사에 재하도급을 주기도 한다. (2차 간접고용)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하는 공동주택 현황(2013년)에 따르면 의무관리대상 아파트 단지 수는 전국적으로 분양이 1만2,402개 단지고, 임대가 1,215개 단지다. 이 중에서 위탁관리 단지 비율은 분양단지가 74.6%, 임대단지가 72.4%다. 수도권 아파트 단지는 위탁관리 비율이 더 높아진다. 자치관리의 경우도 경비, 미화업무의 경우는 용역회사를 통해서 수행하는 경우가 더 많고 위탁관리 역시 경비, 미화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용역회사에 하도급을 주는 경우가 많아서 2단계 하도급이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경비, 미화 업무는 80% 넘는 비율이 간접고용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간접고용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사용자 책임의 불확실성, 중간 착취 발생, 용역계약 갱신에 따른 주기적인 고용불안 등의 노동문제를 안고 있는데, 아파트의 경우도 간접고용 중심의 노동력 활용에 따라 이와 같은 문제를 갖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장이다.
위탁관리방식에 더해 용역회사를 통해 노동력이 공급되다 보니 2단계 하도급에 따라 고용관계가 더 불분명해진다. 입대의는 사용자로서의 권리만 행사하고 의무는 회피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고, 위탁관리회사는 독립적인 회사로서의 실체가 취약하며, 용역회사 역시 위탁관리회사와 마찬가지로 형식화돼 있다 보니 사용자 책임의 소재가 모호해지는 것이다. 일반적인 간접고용의 문제와 함께 아파트의 특성이 추가되면서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Ⅲ 아파트 노동자가 처한 어려움

1. 관리사무소장 및 관리사무소 직원

관리사무소장은 입대의에서 의결한 사항을 집행하는 주체며 관리사무소 업무를 지휘·총괄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관련 자격증을 보유해야 하며, 공동주택 관리의 전문성과 경험을 발휘해 실질적인 관리업무의 책임자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맡고 있는 역할에 반해 이들의 고용지위는 매우 취약하다. 
앞서 3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관리사무소장의 근속기간은 매우 짧다. 주택관리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단지에서의 평균 근속기간이 6개월에 불과하고, 1년을 넘긴 경우는 드물다. 
위탁관리회사가 변경될 경우 관리사무소장을 비롯한 관리사무소 직원의 고용승계율은 40% 정도에 불과하다. 통상 위탁관리계약을 1~2년 단위로 한다고 했을 때 1년이 넘는 근속기간이 드문 이유는 위탁관리 계약기간이 유지되는 동안에도 관리직원들의 교체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불안정한 고용지위는 소신 있는 업무수행을 방해할 수밖에 없다. 
관리사무소장을 교체한다는 것은 관리사무소 운영에 있어서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위탁관리 계약기간 중에 소장을 교체한다는 것은 그 만큼 실질적인 인사권을 지닌 입대의가 이런 저런 이유로 위탁관리회사에 소장의 교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공동주택관리법에 제65조 “입대의는 관리사무소장의 업무에 부당하게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도 입대의의 관리사무소장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아파트 관리의 안정성을 해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관리사무소장의 고용이 취약할수록 자신의 실질적 인사권을 쥐고 있는 동대표들과의 관계 유지가 업무수행의 우선적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아파트 관리의 전문성과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관리사무소장 및 관리사무소 직원의 업무에 대한 독립성 보장과 고용 안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주택관리연구원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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