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전체 주택 중 공동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은 1980년 10.1%에서 2017년 75.6%로 늘었다. 공동주택 거주 인구의 비율도 1980년 7.0%에서 2017년 65.5%로 크게 증가했다. 원시군락사회 이래 인류역사상 대한민국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독특하고 획기적인 주거변화다.
공동주택 주거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지다 보니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 역시 날로 증대하고 있다. 특히 건설과 공급이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는 기관들은 이제 관리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중앙정부와 언론들은 큰 틀에서 벌어지는 거시적 문제점에 주목하는 편이고, 지자체는 관리현장에 밀착해서 미시적 사안들에 다가서고 있다.
일부 광역자치단체에서 먼저 시작한 우수관리단지 선정 및 표창사업은 국토교통부가 전국 단위로 실시하자, 거의 모든 지자체로 확산돼 자기 지역 아파트가 전국 최고의 우수관리단지에 선정되도록 치열한 각축을 벌이는 등 일부 과열의 부작용도 보이기는 하나,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광역지자체뿐만 아니라 기초지자체들도 공동주택관리에 많은 관심과 열정을 쏟고 있다. 처음엔 골치 아픈 민원들 해결하기에도 벅차하던 공무원들이 이젠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기 위한 대열에 두 팔 걷고 나서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지금 각 지자체들이 벌이고 있는 공동주택 지원사업을 보면 노후아파트 환경개선 지원사업, 공동체 활성화 지원사업, 태양열기기 설치 지원사업, 친환경보일러 교체 지원사업, 보안등 CCTV 등 안전설비 지원사업, 조경지원사업, 태풍피해 복구 지원사업, 경비실 에어컨 설치 지원사업, 극빈층 집수리 지원사업, 노후 수도관 지원사업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분야와 항목이 다양하다. 너무 많아서 필요한 관리현장에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있을 정도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사업들 대부분이 공동주택관리법이 적용되는 의무관리단지에 편중돼 있다는 사실이다.
2017년 기준 전체 집합건물 57만 5,757동 중 ‘비의무’관리인 공동주택의 건물이 44만534동으로 그 비율이 무려 76.5%에 달한다. 가구수로만 보면 비의무관리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입주민의 비율은 29.9%에 머문다. 이 수치들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소규모 공동주택 거주자 수는 적지만, 건물 숫자는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만큼 돌봐야 할 대상건물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무런 관리의무 없이 수십 년씩 방치되다 보니 의무관리단지에 비해 형편없이 슬럼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비의무관리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입주민은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가 낮은 경우가 많아 지원의 손길이 훨씬 더 절실한 형편이다. 먹고 살만한 계층엔 더 많은 지원이 쏟아지고, 어렵고 소외된 쪽엔 반대로 눈길조차 주지 않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불균형을 바로잡고자 나선 사람들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한국주택관리연구원 및 한국부동산산업학회와 손잡고 ‘공동주택 관리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개선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와 본지가 후원한 이번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공동주택관리법의 손길이 미치지 못해 더욱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소규모 공동주택 단지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관련기사 1면, 5면>
한국주택관리연구원에 따르면 85㎡ 이상 공동주택 입주민의 자가소유 비율이 83%가 넘는 데 비해, 40㎡ 이하의 자가비율은 11%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은 아파트일수록 서민이 살고 있는데, 그마저도 대부분 세입자란 것이다.
게다가 관리비 단가는 작은 아파트일수록 더 비싸다. 관리직원과 유지보수비용의 크기에서 비롯된 ‘규모의 경제’ 탓이다. 이는 결국 소규모 아파트에 더 많은 관심과 공적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국토부와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살기 좋은 아파트, 우수관리아파트 선정과 시상은 의무관리아파트에만 국한돼 있다.
설마 작고 가난한 비의무관리 아파트들은 살만한 곳이 못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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