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입찰중지 가처분 인용한 법원 결정 불구 ‘편법’으로 개별난방 강행
원하는 입주민만 ‘개별난방’, 반대하는 입주민은 ‘중앙난방’

 

중앙난방방식인 노후 아파트를 중심으로 난방방식을 개별난방으로 전환하려는 아파트 단지가 늘면서 이를 추진하려는 입주민과 반대하는 입주민 사이에서의 잡음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1,500가구에 달하는 서울 강북구의 A아파트 단지도 그중 하나. A아파트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개별난방으로의 전환을 반대하는 입주민 측이 입찰절차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개찰 하루 전날인 2018년 9월경 ‘인용’ 결정을 받아 입찰이 중지됐음에도 결과적으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종용에 의해 2019년 10월 16일 현재 약 80%의 입주민들이 개별 보일러를 신청하거나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A아파트 입대의는 난방방식 변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의결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입주민이 제기한 ‘입찰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이 지난 2018년 9월경 법원에서 받아들여짐에 따라 난방방식 변경 추진에 제동이 걸렸었다. 이후 가처분 인용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1심 가처분 결정은 달라지지 않았고, 현재 본안소송이 진행 중이다. <관련기사 제1101호 2018년 12월 12일자 게재>

당시 법원은 A아파트 공사는 중앙공급식 난방방식을 개별난방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각 가구 내 보일러 및 배관을 설치하고 기존 난방방식에 필요했던 난방보일러 및 부속 배관 등을 철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점, 공사규모, 난방 이용방법의 변화, 공사비용 등에 비춰 공용부분 변경에 해당한다고 판단, 집합건물법에서 정한 결의요건이 필요하다며 입찰절차를 중지시켰다. 특히 입대의가 집합건물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공사를 계속 진행할 경우 당사자 간 분쟁이 심화되는 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입대의 측은 중앙보일러를 철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별적으로 설치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는 취지로 입주민들에게 개별 보일러 설치를 권유했다. 한 업체는 2018년 12월경 단지에서 입주민들을 모아놓고 설명회까지 개최했으며, 이에 100여 가구가 이미 개별 보일러를 설치했다. 
그 사이 종전 관리사무소장은 교체됐다. 종전 소장은 개별난방 추진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경부터 새롭게 부임한 현 소장은 100여 가구가 개별 보일러를 설치한 것(개별난방 전환)을 확인하고 브레이크를 걸었다. 기존의 취사용 가스배관으로는 용량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기 때문.   
이에 먼저 노후한 가스배관 및 급수배관 교체공사를 제안했고, 이후 입대의 의결과 관할관청의 전문가 자문을 통해 공사를 추진, 현재 가스배관 교체공사를 완료한 상태다. 이에 따라 개별난방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아파트 관리주체 측은 이제 입주민에게 선택권을 넘겼다. ‘친환경보일러 설치 시 서울시에서 20만원을 지원한다’는 홍보 플래카드를 단지에 내걸고 지난 9월 중순경부터 입주민들의 개별 보일러 설치 접수를 받고 있는 것. 
현 소장은 “보일러 배관이 노후화되다 보니 중앙보일러에서 가까운 곳은 뜨겁고 먼 곳은 춥고 난방의 불균형 문제가 있다”면서 “배관이 이미 부식됐기 때문에 압을 높이면 어디선가 터지기 시작하고 압을 낮추면 또 춥기 마련”이라며 열손실 비용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 중앙보일러를 철거했을 때는 행위허가 요건이지만 입주민이 개별 보일러를 설치하면 행위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별난방 전환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반대하는 입주민 측은 “개별난방 전환이 법적으로 막히니까 입주민들을 호도함으로써 편법으로 개별 보일러를 설치해 전환하게 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가스배관교체 즉 가스증설공사를 한 것”이라면서 “가스배관교체는 행위허가 사항임에도 이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위법하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관할관청은 행위허가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관할관청 관계자는 “중앙보일러를 철거하면 행위허가 대상이지만 이를 철거하지 않고 입주민들이 가구 내에 개별 보일러를 설치하는 것은 행위허가 대상이 아니며, 가스배관 교체공사 역시 행위허가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를 보다 정확하게 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별도로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라며 “만약 추후 국토부 유권해석에 따라 행위허가 대상이라고 한다면 선 행위에 대해서는 아파트 입대의 측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난방비 부과는 어떻게 하나?

결과적으로 A아파트는 중앙난방과 개별난방을 혼용하는 시스템이 되면서 이제 실질적인 문제는 ‘난방비 부담’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여부. 하지만 이 부분 역시 서로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입대의 측은 2016년 서울남부지법 판례(관련기사 제968호 2016년 3월 9일자 참조)를 토대로 올해 6월경부터 개별난방을 하는 입주민의 경우 공동난방비는 부담하되 중앙난방 사용요금은 면제해주기로 의결한 반면, 개별난방을 반대하는 입주민 측은 2014년의 부산지법(관련기사 제879호 2014년 4월 23일자 참조), 서울중앙지법(관련기사 제874호 2014년 3월 19일자 참조) 판례를 제시하며 중앙난방비는 단지 전체의 유지관리를 위해 지출된 비용으로 개별난방을 하더라도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아파트는 기존에는 계량기가 없다 보니 가구수별 면적에 따라 난방비를 균등 부과해 왔다.
개별난방 반대 입주민 측은 “입대의 의결은 공동주택 관리운영상 지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개별난방 전환 입주민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중앙난방을 하는 입주민에 전가하는 꼴”이라며 “중앙난방을 하는 가구에서만 난방비용을 다 부담토록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종전대로 개별난방을 하는 입주민들도 N분의 1로 난방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난방비 비용부담에 있어서 관할관청은 ‘형평성에 맞게 부과해야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A아파트가 법원 결정에 따라 입찰절차가 중지됐고 본안소송이 진행 중임에도 개별 보일러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데는 관할관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관할관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친 한 입주민은 “입대의 측이 법원에서 중지시킨 개별난방 전환을 편법으로 추진하고 있음에도 관할관청이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진>
그동안의 개별난방 추진과정을 잘 알고 있는 종전 소장도 “개별난방 전환공사를 추진하기 위한 입찰진행이 법원의 결정에 따라 중지되자 편법을 써서 강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개별난방 추진과정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다는 취지로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정부가 친환경보일러 보급 확산을 위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본지에는 A아파트뿐만 아니라 개별난방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아파트에서의 의혹과 문제 제기 등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A아파트 사례처럼 ‘공동주택’에는 부적합해 보이는 난방방식으로 귀결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과 근거 제시 등을 통한 관할관청의 철저한 지도감독이 요망된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