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서울 관악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난방방식을 중앙난방에서 개별난방으로 전환하기 위해 공사업체까지 선정하고 계약금까지 지급했지만 입주자 동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법원 판결에 의해 공사계약이 무효 처리됨에 따라 공사업체를 상대로 계약금 상당의 부당이득금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공사업체 측은 입대의 측의 잘못에 기인해 계약이 무효화됐으므로 입대의가 책임져야 한다며 팽팽히 맞섰다. 
이에 대해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8부(재판장 반정모 부장판사)는 B사가 계약이 무효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았을 것이라고 판단, ‘B사는 입대의에 계약금 약 7억7,000만원을 반환하라’며 입대의 측 손을 들어줬다.   
판결문에 의하면 A아파트 입대의는 2014년 9월경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했으나 기존의 중앙난방방식의 변경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 있지 않아 2015년 9월경 이를 반영한 장기수선계획 조정안을 승인한 후 같은 해 12월경 장기수선계획 조정결의를 했다. 이후 2016년 7월경 B사와 개별난방 전환공사 도급계약을 체결, 계약금 약 7억7,000만원을 지급했다. 
이와 관련해 입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자 관할관청은 2016년 8월경 개별난방 전환절차가 집합건물법의 동의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와 관련해 제출된 동의서를 전수조사했고, 그 결과 70.79%의 동의만 받은 것으로 확인, 추진과정에 여러 가지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해 입대의에 과태료 및 시정명령을 내렸다. 
일부 입주자들은 B사를 상대로 공사중지가처분까지 신청했고, 법원은 2016년 11월경 공사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며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렸다.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도 관할관청이 입대의에 한 행위허가(난방방식 변경 및 중앙난방시설 철거)를 취소했다. 
이후 일부 입주자들이 입대의와 B사를 상대로 제기한 장기수선계획 조정결의 무효 및 공사도급계약 무효확인 소송에서 법원은 장기수선계획 조정결의는 3년이 경과하기 전에 다시 한 것이므로 입주자 과반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함에도 이를 충족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난방방식을 기존의 중앙공급에서 개별난방으로 변경하는 것은 공용부분 변경에 해당해 소유자의 5분의 4 이상의 서면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집합건물법 규정을 위반, 모두 ‘무효’로 판결한 바 있다. <관련기사 제1098호 2018년 11월 21일자 게재>       
이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이 사건 재판부는 입대의의 부당이득금 청구를 받아들여 “공사도급계약은 집합건물법을 위반해 무효”라며 “B사는 계약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약 7억7,000만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자 B사는 “공사도급계약의 무효는 전적으로 집합건물법의 정족수 미달이라는 요건의 흠결을 무시하고 계약을 한 입대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사는 계약의 유효를 믿고 공사를 위한 비용, 계약금 수령으로 인한 세금 등의 초과 납부, 입주자들의 소송 제기에 따른 다른 공사의 입찰참여 제한으로 인한 기회비용 상실 등으로 약 7억7,000만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사도급계약이 체결된 직후부터 개별난방전환과 관련한 집합건물법에서 정한 결의 요건에 하자가 있다는 민원이 다수 제기된 점 ▲입대의가 B사에 2016년 7월 21일 계약금을 입금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8월 1일부터 관할관청은 개별난방전환공사 등과 관련한 실태조사를 진행해 집합건물법상의 결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을 확인하고 공사중지를 요청하는 행정지도를 내린 점 ▲이후 입주민들이 B사를 상대로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해 인용되고, 본안소송에서도 공사도급계약의 무효가 확인된 점을 종합하면 B사는 공사도급계약이 집합건물법상 결의요건의 하자로 인해 무효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입대의가 B사에 계약체결상의 과실 책임을 진다고 볼 수 없다는 것. 
재판부는 아울러 “당시 입대의 대표자가 입주자들이 제출한 동의서에 적법한 위임장이 첨부됐는지 여부를 검토하지 않은 잘못으로 인해 집합건물법상 결의 요건의 하자가 발생, 공사도급계약이 무효가 됐으므로 민법 제35조에 의해 입대의는 대표자의 불법행위에 따른 B사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은 있다”면서도 “대표자의 일부 증언만으로는 B사 주장의 손해가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손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B사는 계약이 집합건물법상 결의 요건의 하자로 인해 무효임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서둘러 자재 구입 등을 진행했고 대부분의 비용들은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이 제기된 이후에 지출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 
재판부는 또 B사가 주장하는 세금 관련 손해는 통상손해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취소세금계산서 등을 발행하는 방법으로 환급받을 수 있으며, 다른 입찰 참여 제한으로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오히려 B사는 2018년 9월경 금천구 소재 아파트 개별난방 전환공사 입찰에서 최종 낙찰자로 결정되기도 한 사실을 확인, B사 측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한편 B사는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해 지난 11일 항소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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