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김호열  주택관리사
인천 산곡한양7차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서울 강남의 모 아파트에는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모두 장기 근속자라고 한다. 근무 여건이나 대우가 좋으니 가능한 일이다. 최장 근무자는 미화원으로 24년째 근무 중이다. 일반 아파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몇 년일까? 본인은 1년 미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리사무소 근로자는 정규직이 아니라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기도 하지만 이직이 잦기 때문이다. 그럼 한 곳에서 평생 일할 수 없다면 한 곳에서의 적당한 근무기간은 몇 년일까? 보통 3년에서 5년 정도라고 한다. 왜 그럴까? 이게 확실한 정답일까? 본인과 같은 날 주택관리사 자격을 취득한 동기 소장들의 경우를 살펴봤다. 
A소장은 십 몇 년을 한곳에서 근무 중인데 20년 근속이 목표다. 여기가 편한 곳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절대 만만하지 않았다. 
B소장은 자주 옮겨 다닌 편이어서 평균 근속 기간이 1년 정도다. 현재는 자리를 잘 잡아서 3년 정도 근무 중이고 장기 근무를 목표로 일하고 있다.
C소장은 몇 번 옮기지 않았다. 평균 근속기간이 4~5년이다. 이 소장은 능력이 출중하고 관리 노하우가 있어 가는 곳마다 환영 받는다. 여기서 한번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위탁관리회사 소속의 평균기간이다.
B소장의 경우는 자주 옮겨 다녔으니 옮길 때마다 위탁관리회사 소속이 바뀌어 1년 정도다. 
A소장은 한곳에 계속 있었으니 한 번도 안 바뀌었을 거라고 예상하겠지만 중간에 한번 바뀌었다. 
C소장은 어떨까? C소장은 위탁관리회사 소속이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위탁관리회사에서 놔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이 중 B소장 근무형태가 가장 일반적이다. 
아파트 입장에서는 A, B, C 중 어느 소장의 근속 유형이 유리할까?
C소장 같은 능력 있는 소장이 A소장처럼 붙박이로 근무하는 것이다. 근무연수는 근로환경이나 대우 수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강남 모 아파트처럼 근로환경이 좋고 대우가 좋으면 누구나 오래 근무한다. 근로환경이 열악하고 급여가 적은 곳의 근로자는 당연히 더 좋은 조건의 근무처가 있으면 바로 옮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직원들이 자주 바뀌는 곳은 근로환경이 나쁘고 관리도 엉망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소장이든 직원이든 자주 바뀌는 곳은 관리상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입주민들은 잘 모른다. 관리사무소 속사정을 모를뿐더러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관리규약에 1년에 한 번씩 최근 3년간 직원 인사이동 현황을 입주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넣는 것이다. 6개월 이하로 직원들이 계속 바뀐다면 관리상 문제가 많을 것이고 입주민들은 입주자대표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소장이나 직원 입장에서 한 곳에서의 근속기간은 정말 얼마가 적당할까? 
정답은 없다. 그 근속기간은 근로환경의 변화에 따라 분명 달라질 것이다. 이 근속기간의 판단은 근로자, 위탁관리회사, 동대표, 입주민의 입장에 따라 분명 다 다를 것이다. 
근로자 입장에서 볼 때 명확한 진리는 1년 이상은 근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 알다시피 비정규직으로서 퇴직금과 연차는 양보할 수 없는 것 아닐까? 앞으로는 갈수록 평균 근속연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취업경쟁이 심해지니 여간해서는 옮기기 부담스러울 테니 말이다. 
근로자 입장, 특히 소장 입장에서는 어느 곳에 근무하게 되더라도 건전한 상식으로 아파트를 평화롭게 만들고 직원들 복지를 높여줘서 다 함께 오래 근무하게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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