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들어가며

아파트 거주자가 인구의 70%를 넘을 정도로 아파트는 이미 보편적인 주거형태다. 아파트의 확산과 함께 공동주택을 유지·관리하기 위한 인력도 상당 규모로 존재하고 있는데, 이들의 고용문제는 곧 아파트 관리서비스 수준과 직결된다. 
집합적 거주형태인 아파트는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고, 생활공간이자 동시에 노동현장이기도 하다. 이처럼 다중적 성격을 가진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전개되고 있는 고용관계는 여전히 전근대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고용관계의 전근대성은 한국사회가 가진 일천한 인권 의식 수준, 노동의 가치에 대한 천박한 시각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법제도적 미비, 입주민들의 책임의식이 결여된 갑질 행태, 사회적인 문제해결능력의 미숙함 등으로 인해 아파트 노동자들은 취약한 노동환경을 강제 받고 있고, 그 결과는 아파트 관리서비스의 열악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의 노동문제는 개별 기업의 노동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문제 발생의 보편성, 갈등으로 인한 피해의 확장성, 노사 당사자의 분쟁 해결을 넘어선 공공성 확보의 필요성 등에서 아파트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노력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이 장에서는 앞선 장들에서 살펴본 아파트 노동자들의 노동실태와 분쟁 사례를 토대로 아파트 노동자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자 한다. 앞선 논의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아파트 고용관계의 특성을 설명하고 아파트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요약하며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개선방안은 크게 고용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과 고용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교대제 등 근무방식의 개선에 대해 논의한다. 그리고 아파트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지자체의 역할 강화와 마을공동체 차원의 자치적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 대해 살펴본다. 입주민과 그들의 대표기구인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 위탁관리회사와 용역회사, 지자체,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 등 아파트 노동자의 고용조건을 결정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변화와 노력이 합쳐질 때 아파트 고용의 공공성 확보와 관리서비스 품질 향상이 가능할 것이다. 국민 다수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아파트라는 공간이 분쟁의 도가니가 아니라 연대와 협력의 자치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Ⅱ 아파트 고용관계의 특성

1. 일터와 삶터가 교차하는 공간적 특성

이미 보편화된 주거형태인 아파트는 입주민들에게는 휴식의 공간, 생활의 공간, 노동력 재생산의 공간이다. 아이를 키우고 부모를 돌보며 자신의 삶을 가꿔가는 생활의 중심이 되는 공간이다. 쾌적하고 안전하며 사생활이 보장돼야 하는 사적인 공간이며, 동시에 공동주택이라는 특성에 따라 관리의 공정성·민주성·효율성이 요구되는 공적 공간이기도 하다. 개인의 재산권에 기반한 사적인 공간이면서도 다중이 밀집돼 있고 공간의 상당부분을 공동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공성의 개념이 적용되는 공간이다. 따라서 사유와 공유의 개념이 교차하며, 두 개념의 적절한 구분이 입주민 생활뿐 아니라 아파트 노사관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권리를 행사하고 의무를 수행하는 행위 주체로서의 입주민의 생각과 행동이 사유에 기반한 것인지, 공유에 기반한 것인지에 따라 입주민과 아파트에서 일하는 노동자와의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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