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232>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부탁(付託 Request)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거나 나보다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요청하는 것으로 자신의 형편이나 이유를 남에게 말하고 부탁하는 ‘사정하다’와는 다르며, 올바르지 않은 일을 해 달라고 마구 조르는 ‘떼쓰다’ 와는 더욱더 다릅니다. 청탁(請託)은 정당한 부탁이지만 부정청탁은 금지하고 있습니다. 지시(指示, Command)는 결정권과 감독권이 있는 사람이 어떤 일을 하라고 시키는 것으로 모두 내가 하지 않고 남에게 시키는 것은 같습니다.

1. 부탁은 기술이 필요하다
부탁은 받는 사람이 거절할 수 있으므로 대등한 관계에서 주고받는 부탁  또는 나보다 나은 사람에게 자비를 구하는 사정, 자기를 좋아해 주는 사람에게 떼를 쓰는 방법 등 들어주는 사람이 허락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해야 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떼가 통하려면 내가 사랑받고 있어야 하고, 사정이 통하려면 상대방이 너그러워야 하며, 부탁을 들어주면 나중에 내가 줄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부탁에는 반드시 반대급부가 있어야 하므로 비굴하지 않게 해야 하며 합리적이고 충분한 이유를 들어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납득하지 못하는데 억지로 따르게 하는 강박(強迫)행위는 취소할 수 있으며 제대로 성공하기도 어렵습니다. 

2. 지시하려면 지시 받는 사람보다 많이 알아야 한다
최근 현장에서는 ‘최저임금의 역풍’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휴게시간이 없으면 감단직의 급여가 360만원에 달하니 온갖 책임에 시달리는 주택관리사는 300만원 이상의 급여만 보장되면 관리사무소장보다 덜 받더라도 관리과장을 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으며 전기과장은 아예 300만원 이하로는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인데 입주민은 내 소득은 늘지 않았다며 관리비가 비싸다고 볼멘소리를 합니다. 최저임금으로 인해 어떤 단지에 근무해도 급여가 같으니 근무하기 편한 단지만 찾고, 단지에 대한 애착이 낮아지고 유능한 직원 구하기가 어려우며 경비직이나 미화직도 이직이 잦아졌다고 합니다. 관리자는 SSC 기법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지시는 복잡하지 않고 가장 간단하게 하는 심플(Simple), 지루하지 않도록 짧게 하라는 쇼트(Shot), 정확한 내용으로 알아듣게 해야 한다는 클리어(Clear)가 그것인데 이렇게 하려면 지시하는 사람은 업무 전반에 대해 깊이 알아야 하고 지시를 받는 사람의 심리상태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3. 부탁도 지시도 배려가 없으면 성공하지 못한다
해고를 유보하는 인사권만으로는 직원관리가 어렵습니다. 모든 근무조건들을 알 수 있고, 최저임금으로 어디든 동일임금이 보장돼 있으며, 일자리가 어디에 있는지도 쉽게 알 수 있으니 ‘해고’로는 더 이상 통제가 안 됩니다. 해고 당하면서 후임자에게 관리사무소장을 악평해 유능한 후임자 구하기가 어려워지기도 하며, 다른 소장에게 직원의 해고 이유를 알려주면 취업방해의 죄가 되기도 한다니 인사관리가 더 어렵습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날아다닌다(無足之言飛于千里)는 말처럼 과거에도 소문은 빨랐는데 지금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더구나 단지는 무한대로 늘어나지도 하루아침에 없어지지도 않으며 입주민들은 전에 살던 단지에서 있었던  일과 직원을 기억합니다. 새로 이사 온 입주민과 직원이나 소장이 다시 만나 전 단지에서 있었던 일로 나쁜 감정을 가지다가 다투는 경우가 있습니다. 직원들도 입주민도 아파트에서 쉽게 떠나지 못하니 언젠가는 또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배려하고 살아야 합니다. 소장으로서 갑질을 일삼는 오만한 입주민과 겸손하지 않은 직원의 가운데 서있기는 너무 힘듭니다. 그러나 공동주택 관리를 업으로 삼은 이상 짊어져야 할 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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