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횡령죄로 기소된 종전 관리사무소장들 ‘무죄’

 

‘검침수수료’ 관리사무소가 
한전 대신해 검침업무 수행한 대가
검침업무 수행한 직원들에게 지급
위법한 목적의 자금 유용 아니다

 

의정부지법

아파트 검침수당의 귀속주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검침수당을 관리직원들에게 지급했다는 이유로 업무상횡령으로 약식 기소된 관리사무소장들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의정부지방법원 형사3단독(판사 정우철)은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 모 아파트 전 소장 A씨와 B씨에 대해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08년 10월경부터 2013년 12월경까지 소장으로 근무하면서 한전으로부터 매월 교부받은 검침수수료 월 약 30만원, 총 63개월치 약 1,850만원을 매월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검침수당 명목으로 지급했다. 또 2014년 1월경부터 2016년 12월경까지 해당 아파트 소장으로 근무한 B씨는 한전으로부터 매월 교부받은 총 34개월치 검침수수료 1,011만원을 관리직원들에게 검침수당 명목으로 지급했다. 
A씨와 B씨는 이러한 사실로 인해 업무상횡령으로 기소됐는데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횡령죄는 위탁이라는 신임관계에 반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또는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행위가 있다는 점은 검사가 입증해야 하는 것으로서, 그 입증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해야 하고,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어떠한 예산의 항목유용 자체가 위법한 목적이 있다거나 당해 예산의 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면, 피고인이 그 예산을 지정용도 이외로 임의 소비했다는 것만으로 바로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는 없다”며 대법원 판례(2002도5130)를 참조해 관련 법리를 설명했다. 
법원은 이러한 법리를 바탕으로 “A씨와 B씨가 검침수수료 명목으로 교부받은 금원을 관리직원들에게 검침수당 명목으로 지급한 행위가 타인으로부터 보관을 위탁받은 재물을 횡령한 것이라거나, 당시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냈다.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내용, 국토교통부 질의회신, 관할관청 행정지도 질의회신, 아파트 관리규약, 한전과 아파트 간 계약서, 민원에 따른 행정지도, A씨가 제출한 아파트 종합계약서, 입대의 계좌, 지출결의서·검침수당 지급명세서, 대체전표 등을 종합해 이 같이 판단한 것이다.  
구체적인 근거로 법원은 우선 “한전은 2005년 12월 말경부터 2011년 4월경까지는 이 아파트에 관해 입대의가 아니라 소장을 당사자로 해 ‘아파트 종합계약’이라는 제목의 전기사용계약을 체결했고, ‘소장이 전기요금 및 TV수신료 등 청구된 금액을 전액 납부하는 경우 한전은 소장이 호별 사용전력량 검침 등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1호당 한전의 요금업무 처리지침에 정한 전기업무 지원금 등을 지급한다’는 조항을 뒀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는 원래 아파트에 전기를 공급하는 한전이 검침 업무까지 수행해야 하지만 편의상 관리사무소에 검침 업무를 일임하고 그 대가로 소정의 검침수수료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이라며 “아파트 입주민 또는 입대의는 전기사용계약의 당사자가 아닐 뿐 아니라 이들이 소장에게 계약에 따른 전기요금의 납부 업무 외에 검침수수료의 수령 업무까지 위탁했다고 보기도 어려워 검침수수료가 입주민이나 입대의 소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또 2011년 4월경 한전은 입대의를 당사자로 하는 전기사용계약을 새롭게 체결, 이때부터는  전기사용계약에 따른 검침수수료가 입대의에 귀속되고, 이는 공동주택 관리로 인해 발생한 관리외 수입 또는 잡수입으로서 소장이 업무상 보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관할관청의 회신(2015년 4월경 및 5월경)을 받기 전까지는 검침수수료가 잡수입에 해당해 그 지출에 입대의 의결을 요한다는 점을 알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이는 ▲공소사실 기재 기간 동안 아파트에 시행된 관리규약에는 검침수수료가 관리외 수입 또는 잡수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규정하지 않았고 ▲국토부도 2013년 7월경 ‘검침수당은 주택법령에 별도로 정한 바가 없으므로 수당의 처리에 관한 사항은 한전과의 계약내용 등을 감안해 아파트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바란다’고 해 검침수수료 성격을 일률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회신했으며 ▲2015년 4월경 및 5월경 관할관청은 ‘검침수수료는 잡수입에 해당할 것이며, 잡수입 사용은 관리규약에 규정한 경우, 관리비 등의 사업계획서 및 예산서에 편성해 입대의 승인을 받은 경우 또는 공동체 활성화에 관한 사항 등으로 입대의 의결을 받은 경우에 한해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행정지도 및 질의회신을 한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이와 함께 “B씨는 관할관청의 회신을 기다리는 동안 검침수수료 지급을 일시 보류했고, 회신이 도착하자 2015년 6월경 입대의에서 ‘국토부 및 관할관청 회신 취지에 따라 입대의 자체 판단하에 검침수수료를 전기실 직원의 복리후생비로 지급키로 한다’는 의결을 받아 다시 검침수수료를 집행했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A씨와 B씨가 관할관청의 회신을 받기 전까지는 검침수수료를 집행함에 있어서 입대의 의결을 거치진 않았으나, 지출결의서를 작성해 입대의 회장 결재를 받았고, 검침수당 지급명세서에 수당을 지급받는 직원의 서명을 받았으며, 회계전표를 보관하는 등 나름대로 투명한 절차를 거쳤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이에 따라 “검침수수료는 관리사무소가 한전을 대신해 검침업무를 수행한 대가로 지급된 것”이라며 “A씨와 B씨가 검침수수료를 실제 아파트에서 검침 업무를 수행한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지급한 것을 두고 위법한 목적의 자금 유용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 같은 무죄 판결에 대해 검사 측이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권익법제국 임한수 국장은 “한전으로부터 검침수당을 받고 있는 일부 아파트에서 검침수당의 귀속주체에 관한 분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나온 중요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주요 쟁점은 호별 검침, 요금청구 및 징수업무가 관리직원의 고유 업무인지, 이러한 관리직원의 검침업무를 입대의에서 무급으로 지시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원은 한전이 지원하는 검침수당은 한전의 검침업무를 대행함에 따른 대가로 이를 직접 수행하는 관리직원에게 지원하는 비용이며 이러한 검침업무를 관리직원의 고유한 관리업무로 볼 수 없으므로 검침업무를 대행한 관리직원에게 검침수당을 지원하는 것은 업무상횡령죄가 되지 않음을 명확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 국장은 다만 “향후 검침수당의 지원과 관련한 법률적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관리규약 및 입대의 의결 등 검침수당의 지원절차를 명확히 해 운영할 필요가 있으며, 더불어 입대의 및 입주민 등도 열악한 환경에 있는 관리직원의 근무환경 개선 및 복리증진에도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yellow@hapt.co.kr
마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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