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자결재의 모든 것 (6)

 

승강기가 고장 나 10여 층을 오르내려야 할 때, 우리는 문득 승강기 보수공사를 맡은 업체가 어떤 과정으로 선정됐는지 궁금해진다. 이외에도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에 넘어질 뻔했을 땐 보도블록 교체 계획이, 자주 더러워지는 수전 필터를 보며 물탱크의 정수기능이 작동을 하고 있는지 아파트 입주민들은 해당 업체와의 소통을 눈으로 보고 싶을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담긴 우리 아파트의 문서는 어디에서,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원칙적으로 아파트 관리문서는 아파트에서 자체적으로 보존 및 처리한다. 하지만 입주민들 스스로 아파트 문서관리를 하기 어렵기에 대부분의 아파트는 관리용역업체, 회계감사 등 외부업체를 통해 아파트를 관리하고 관리문서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 방법만으론 원활한 관리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관리용역업체가 문서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민원, 관리용역업체에 대한 불신으로 인한 분쟁이 지금 이 순간에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관할구청의 담당 공무원들이 나서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마다 업무처리와 문서관리 방법이 각각 다르기에 수많은 문서더미에서 관련 근거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각기 다른 방법으로 생성되는 아파트 관리문서 형식을 하나로 통일하고, 그 문서를 공공기관에서 수집 및 관리해 관리문서의 품질을 검증할 수 있으면 된다. 즉 아파트 관리문서를 공공의 데이터로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시스템의 구조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 그림과 같다. 

관리사무소는 아파트 내부의 업무를 아파트 전자결재 시스템을 통해 전자문서화해 관리한다. 이 문서는 분쟁이 발생했을 때 중간에서 중재가 가능한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공의 데이터로 수집된다. 수집된 문서는 문서의 유형, 공개정책에 따라 홈페이지에 진열하고 보관한다. 이렇게 공개된 문서들은 아파트의 입주민들이 PC나 모바일을 통해 홈페이지에 로그인해 열람할 수 있다. 
아파트 관리문서를 공공 데이터화한다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질문은 “어떤 장점이 있는가”다. 먼저 입주민들은 더 이상 문서 열람을 위해 관리사무소에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권한이 있는 누구나 아파트 관리문서를 열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리사무소는 종이문서 관리의 부담감에서 벗어나 문서 훼손, 위조, 분실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이웃 아파트와도 동일한 체계의 문서행정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어 훨씬 편리한 업무가 가능해진다. 또한 관리용역업체가 변경되거나 담당직원이 이직을 하더라도 아파트 행정의 모든 근거는 공공 데이터로 남아 있기에 몇 십 년이 지나도 당시의 기록을 단 몇 초 만에 찾아볼 수 있게 된다.
아파트 관리문서의 전자문서화 필요성을 체감한 서울시는 2017년부터 아파트 전자결재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2018년에는 아파트 문서행정에 대한 연구사업을 통해 아파트 문서의 체계화와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어 올해 초에는 아파트 문서의 전자결재 사용 의무화를 공표했고(2019년 2월 22일자 서울시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개정안), 아파트 관리문서를 공공 데이터화해 시민들에게 공개하기 위한 아파트 전자결재 문서 공개시스템(서울시 전자결재 기반 S-apt 플랫폼 구축사업)을 2020년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아파트 관리 문서를 공공자산으로 만드는 과정은 등산과 같다. 등산을 하다 보면 험한 등산길에서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만을 보지만 정상에 올라 산 밑을 내려다보면 나무들이 한데 어우러져 숲을 이루고 있는 풍경이 한눈에 가득 찬다. 아파트 관리문서를 공공자산으로 만드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복잡한 업무체계를 하나로 통일하고 제도를 세우는 과정은 분명 고단할 것이다. 하지만 완성된 시스템 안에서 우리 아파트가 잘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한눈에 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아파트 문서를 공공 데이터화해 모든 아파트가 투명하고 깨끗한 관리체계 속에서 살 수 있길 바란다.

㈜새움소프트 최병진 대표
2006 기업용 그룹웨어 officeON 솔루션 구축
2009 국내 최초 아파트 전자결재 솔루션 운영(아파트123)
2017, 2018 서울시 아파트 전자결재 시범사업 수행
2019 광주광역시 광산구 아파트 전자결재 시범사업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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