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맏딸을 시집보낸 다음날 아침의
엄마 마음 같은 가을날
저 밑바닥에 잠복해 있던 외로움 따위들이
우울증으로 나타나는 그런 날
그런 고독을 하루쯤 사랑하자
누구나 저마다의 가을이 있어
제 몸을 붉게 적셔 떠나는 나뭇잎이
전설일 때가 있었던 거야
삶의 장식들이 시시해질 때쯤
소리보다 침묵이 더 잘 들릴 때
밑바닥 앙금들을 휘저은 가을바람이
차라리 고마울 때가 있지
그때는
우리를 내려놓고 나를,
그런 고독을 온전히 사랑하자
그리하여
또 다가올 것에 대해
인색하지 않게 긍정할 준비를 하자.
김정서
kslee@hap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