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230>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청백리! 듣기만 해도 청량감이 느껴지는 단어지만 그 주변 사람들은 너무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왠지 그 원칙주의에 숨이 막힐 것 같다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깨끗해 보여도 속은 욕심으로 가득한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청백리가 상대적으로 칭찬을 받는 것이므로 청백리 제도가 필요 없는 세상이면 더 좋을 것입니다.

1. 욕심이 청백을 망친다
재물에 대한 욕심이 없이 곧고 깨끗한 관리를 청백리(淸白吏)라고 하고 벼슬을 탐하고 부정을 일삼는 관리를 탐관오리(貪官汚吏)라고 합니다. 사지(四知)를 말하며 뇌물을 거절한 중국 후한시대의 양진, 비가 새는 집에 살았던 영의정 맹사성, 관복이 한 벌 뿐이었던 황희정승 등이 대표적 청백리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정당한 급여조차도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기부하고 가난한 사람과 같은 생활을 했다니 가족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무엇을 바라고 이렇게 생활했을까요?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정한 재물을 위해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면 반드시 부패하게 되고 패가망신을 당하는데 요즘이야 안 들키면 된다고 생각하고 이름(명예)쯤 우습게 생각하는 사회가 됐지만 탐관오리가 가장 무서워하는 팽형(烹刑)은 호패를 끓는 물에 삶아 죽은 사람으로 취급해 ‘사회적 왕따’를 시키고 그 자손들도 벼슬을 하지 못하게 하는 처벌이었습니다. 반면 조선왕조 500년 역사에 청백리도 219명이나 있었다고 합니다.

2. 권한을 권력이라고 착각하면 부패한다
재물은 생존에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사람을 망치는 가장 강력한 도구기도 합니다. 재물은 언제 필요할까요? 권력을 잃는 때를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만약 지금의 모든 권력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따로 모아 놓을 필요가 없겠지요. 그러나 사람은 서로 가치관이 다릅니다.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 가장 존경받은 관리는 대제학(大提學)으로 학자 최고의 명예였으며 직급은 정이품 판서급이나 삼정승이나 육조(六曹) 판서보다도 높이 대우하므로 대제학을 많이 배출한 집안을 최고의 가문으로 존경했는데 대제학은 권력이 아니라 학문의 저울이라는 명예로운 직책이었습니다. 뭐 요즈음은 학문도 권력이라고 진정한 지식을 통해 지성을 갖추기보다는 학맥을 쌓기 위해 좋은 대학에 가겠다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불법과 편법이 난무하기도 하니 말입니다. 권한은 그 직책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로서 의무로 사용하라는 것이지 재물을 위한 권력으로 사용하면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망합니다.

3. 관리는 전문가로서의 명예도 생각해야 한다
 전문가는 어떤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사람들에게 능력을 인정받고 전문성에 대한 명예를 더욱 귀하게 생각하는데 무형문화재인 사람들이 그러합니다. 우수한 경찰이 재물을 탐하다가 경찰로서의 사명감을 되찾아 범죄를 해결하고 명예를 회복한다는 영화 투캅스 이야기나, 손오공이 필마온(弼馬溫)이라는 직책을 얻어 영생을 얻었으나 죽지 않고 영원히 말을 돌보는 것에 반발해 여러 가지 분란을 일으키다가 삼장법사를 따라 불경을 가져와 인간을 이롭게 한 공로로 부처가 된다는 이야기는 모두 재물을 탐하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관리업무는 돈을 버는 영리업무가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과 협력해 입주민을 편하게 하는 업무로서 공동주택관리법 제97조는 관리사무소장과 공모하거나 공모하지 않더라도 부정한 금품을 받으면 징역형으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언론에서 관리비리를 집중적으로 보도해 대부분의 선량하고 청렴한 동대표, 관리업체, 용역업체, 공사업체와 소장 모두 마음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관리전문가로서의 명예회복을 위해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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