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ondae(꼰대)

한국아파트신문사l승인2019.10.02 16:23:16l11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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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수많은 고생과 우여곡절을 겪으며 오늘날까지 살아왔다. 특히 한국의 어른들은 다른 나라 어른들보다 센 고초를 많이 겪었다. 역사의 산증인이다.
전쟁을 경험했고, 지독한 가난 속에서 혹독한 배고픔을 견뎌냈으며, 밤낮 없이 일에만 매달려 회사와 가족을 위해 인생을 바쳤다. 그렇게 지난한 세월 속에서도 더욱 허리띠를 졸라맨 부모들은 자식교육에 모든 걸 바쳤으며, 점심시간에 수돗물로 배를 채운 어린 학생들이 산업역군으로 자라나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웠다. 지금의 풍요는 어른들이 각고의 세월 속에서 피와 땀으로 일군 소중한 결실이다.
그 ‘불굴의 전사들’ 눈에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나약하다. 조금만 힘들어도 가난한 부모를 원망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다”고 푸념하면서 ‘헬조선’에 태어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사실 요즘 젊은 것들은 그리 열심히 노력하는 것 같지도 않다. 아무리 봐도 한심한 애들이다. “노력해서 안 되는 게 어딨어? 그럴수록 더욱 ‘노오력’을 해야지, 쯧쯧…”
그런데 이런 어른을 요즘 전문용어(?)로 ‘꼰대’라 부른다. ‘꼰대’는 오래전부터 사용됐던 말이지만 뜻이 조금씩 변하고, 사라지기도 했다가 얼마 전 화려하게 부활했다.
존경받아 마땅한 어른이 왜 꼰대가 됐을까? 그건 오직 ‘나’만 옳고, 자신이 몸소 체득한 젊은 시절의 경험만이 진정한 진리라고 맹신하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이후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한국사회가 암울하긴 했지만, 한편으론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누린 시대였다. 웬만하면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았고, 호황이 이어져 졸업 후 취업이 어렵지도 않았다. 고도의 산업화는 고도의 사회화를 이룩하는 원동력이 됐다. 이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의사가 되고, 판검사가 되고, 대학교수도 됐다. 70년대 그저 그랬던 회사들이 지금 세계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과실을 어른들이 톡톡히 누려왔다. 고생의 대가가 확실하게 주어졌던 것이다.
1990년대까지 도광양회(韬光养晦)하며 은둔하던 중국이 2000년대 들어 대국굴기(大國崛起)하며 폭풍성장한 것처럼 당시의 한국은 거칠 것 없이 질주했다. 최근 들어 중국 경제가 주춤하며 성장률이 꺾인 것처럼 한국 역시 오래 전부터 둔화돼 왔다. 정부의 탓도 아니고, 기업의 잘못도 아니다. 달이 차면 기울 듯, 커질 만큼 커진 경제는 당연히 더디게 나갈 수밖에 없을 뿐이다. 덩치가 작으면 다리가 날래고, 비대할수록 둔해지는 건 자연의 섭리다.
지금 젊은이들은 예전 젊은이들처럼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한다. 시장과 사회는 이미 포화상태고, 더 이상 세계굴지로 뻗어나갈 회사도 없다. 웬만한 자리는 예전의 청춘이 머리가 희끗해진 지금까지 꿰차고 앉아 있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젊음을 불태우며 온몸을 바치고 싶어도 그럴 대상이 없다.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의 어른에게 필요한 건 현재의 청년이 왜, 무엇 때문에 힘겨워하는지를 들어주는 것이다.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회고담과 훈계 따위는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건 꼬부랑 늙은이가 돼가는 기성세대의 자위행위일 뿐이다.
최근 영국 BBC가 ‘오늘의 단어(word of the day)’로 ‘꼰대(kkondae)’를 선정했다. BBC는 꼰대를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이라고 설명하며 ‘그리고 상대방은 늘 틀리다’는 말을 덧붙였다.
가만 생각해보면 지금의 어른들도 자신이 젊었던 시절엔 답답한 아버지와 고리타분한 선생님을 바라보며 꼰대라 비꼬지 않았던가.
설교는 그만하면 됐다. 이제부턴 경청하자. 꼰대 말고 어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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