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새 업체의 기존 업체에 대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기각’

경기도 오산시에 소재한 A아파트 관리동 2층에는 약 두 달간 2명의 관리사무소장이 각각 근무했다. ‘관리사무소’에는 기존 주택관리업자인 B사 소속 소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바로 옆 ‘주민공동시설’에는 새로운 주택관리업자 C사 소속 소장과 직원들이 ‘임시 관리사무소’ 자리를 지키면서 대치 상태가 벌어졌었다. 
이 같은 상황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일방적으로 B사에 계약해지를 통보하면서 비롯됐다. 입대의는 지난 3월경 B사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소장에 대한 해임을 결정했다’며 다른 소장 면접 진행을 요청했다. B사는 구체적인 근거를 문서로 보내달라고 요구했으나 입대의가 이를 제시하지 못하자 입대의 구성원들에 대한 면담을 통해 제기된 내용을 중심으로 기존 소장의 공동주택 관리업무에 대해 법 위반사항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살폈다. 하지만 위법사항은 없었다. B사는 이러한 점검결과를 입대의에 알리면서 공동주택관리법 제64조 제2항에 의해 소장 업무에 부당간섭할 경우 동법 제65조에 의거해 조치될 수 있다고 공문을 보냈다. 
이후 입대의는 4월 13일 임시회의를 열어 기존 소장이 위탁관리 재계약(2018년 10월) 당시 부정한 방법(금품 살포 및 향응 제공)으로 계약체결을 한 사실이 문제가 돼 B사와의 계약을 5월 19일자로 해지하기로 의결했다며 B사에 관리업무 종료를 통보했다.  
이 같은 계약종료 통보에 대해 B사는 “계약 당시 부정한 방법으로 계약 체결한 사실이 없고, 부정한 방법의 의미 및 ‘금품 살포 및 향응 제공’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밝혀 달라”고 회신하면서 “아무런 근거 없는 허위 사실로 위탁관리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한 입대의 측의 회신이 없자 B사는 일방적인 위탁관리계약 해지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입대의에 재차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회신해달라는 문서를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대의는 새로운 주택관리업자 선정을 강행했다. 

입대의 회장 배우자 소속 주택관리업자 선정했다가 
관할관청의 시정명령 받기도…

그러나 입대의가 선정한 주택관리업자 D사가 회장의 부인(주택관리사보 자격자)이 소속된 업체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선정 자체가 무효화됐다.  
관할관청은 “입대의 회장의 배우자가 직원으로 소속된 주택관리업자를 선정·낙찰한 것에 대해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에 따라 입찰의 무효에 해당한다”며 “관련 법령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공문을 통해 밝히면서 “공동주택관리법 및 선정지침을 위반해 사업자를 선정했더라도 체결된 계약을 무효로 하는 별도 규정은 없다”고 알렸다. 
이 추가 문구를 놓고 기존 소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관할관청이 명쾌한 회신을 통해 분쟁을 해결해야 하는데 오히려 애매하게 답변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관할관청은 이에 대해 그동안의 판례 등을 토대로 회신한 것이며 특히 사인 간의 계약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만은 없어 곤혹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중재 역할을 해야 할 관할관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
이에 앞선 지난 5월 10일에는 소장의 사실확인 요청에 대해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14조 제5항 위반사항인 입대의의 부당간섭을 비롯해 재심의 요청 반려 등과 관련해 입대의에 행정지도를 할 예정”이라고 회신한 바 있다. 
이후 입대의는 D사에 낙찰무효 및 계약해지를 통보했으며, C사를 새로운 업체로 선정, 2022년 5월 28일까지 3년간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B사가 입대의의 일방적인 계약해지의 위법성을 계속 주장하면서 관리업무를 인계하지 않자 C사는 입대의와 함께 B사를 상대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 사이 입대의 구성원이 변동돼 새로운 동대표와 임원이 선출됐고, 바뀐 입대의는 가처분 신청을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입대의를 제외한 C사만 가처분 신청을 유지하게 된 것.
이와 관련해 수원지방법원 민사31부(재판장 이건배 부장판사)는 지난 5일 B사를 상대로 한 C사의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B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을 통해 “C사 스스로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C사는 아파트 입대의와 사이에 아파트에 관한 관리계약을 체결했을 뿐 B사와 사이에는 권리의무 발생의 기초가 되는 어떠한 법률관계도 형성돼 있지 않고, 달리 기록상 C사가 B사에 대해 아파트에 관한 대세적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점에 관한 소명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아파트 입대의와 채권적 법률관계를 맺고 있는 것에 불과한 C사가 직접 제3자인 B사에 대해 업무방해금지를 구할 피보전권리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이 사건 재판부는 재판 진행 중 입대의의 B사에 대한 관리계약 해지의 적법성과 관련해 위임계약 해지사유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판례를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그동안 입대의와 주택관리업자 간 위수탁계약은 민법상 위임계약으로서 자유로운 해지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왔으나, 최근 대법원이 위임계약에서 해지사유나 절차 등을 달리 정했다면 그 해지사유 및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대법원의 판례를 거론한 것이다(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7다53265 판결 참고).
기존 주택관리업자인 B사 측을 대리해 승소한 법무법인 은율의 장혁순 변호사는 “그동안 관리업체의 위수탁계약은 해지사유가 없더라도 입대의가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었으나, 위 대법원 판결 이후 입대의의 일방적 계약해지는 위법하다는 판단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며, “위수탁계약 체결 시 해지사유나 절차에 대해 보다 분명하게 규정하고, 위법한 해지를 당한 경우 소송으로 그 위법성을 다투거나 손해배상을 적극적으로 청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새로운 주택관리업자인 C사가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기각 결정에 불복해 항고를 제기함에 따라 A아파트의 위탁관리계약을 둘러싼 분쟁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주택관리업자 선정과 관련한 일명 ‘이중계약’으로 인한 분쟁은 비단 이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며 어제 오늘의 문제도 아니다. 
본지에도 이와 유사한 제보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결국 전체 입주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관리비 이중 부담 문제 등 실질적인 입주민의 피해로 귀결되는 것이어서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제도적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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