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두칼럼 (22) >>집건법과 공주법의 발전방향

 

2004년 하자담보책임 관련 대법원 판결로 집합건물법에 관심
‘책임기간 10년’ 두고 주택법령과의 간극 최소화 노력 이어져

집합건물법의 발전 과정에서 결정적인 한 사건을 뽑으라고 한다면 하자담보책임기간에 관한 2004년 대법원 판결을 뽑고 싶다. 
이 판결을 시작으로 아파트 하자에 관한 집합건물법과 주택법령의 개정이 있었고, 그러한 개정이 기존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면서 결국 2013년 집합건물법의 개정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이 판결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집합건물법에 관심을 갖게 됐고 논의와 연구를 촉발했다. 2004년부터 약 10년 간 발생했던 일들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04년 대법원은 아파트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을 10년이라고 봤다. 그 당시에는 주요 구조부를 제외하면 아파트 하자담보책임기간이 1~3년이었다. 이 기간에 맞춰 하자보수보증제도도 운영됐다. 그런데 2004년 대법원은 아파트가 집합건물이기 때문에 아파트 하자에 관해 집합건물법의 10년의 담보책임기간이 적용된다는 판결을 내놨다. 
이 판결로 인해 건설업계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1~3년이던 담보책임기간이 갑자기 10년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하자소송이 폭증하게 되며 그 부담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거나 벽지나 문짝의 하자에 대해서도 10년 동안 담보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러한 비판을 고려해 2005년 개정된 주택법령은 아파트 하자에 관해서는 집합건물법이 아니라 주택법령에서 정하는 담보책임이 적용된다고 규정했다. 이 점을 확실히 하기 위해 집합건물법에도 아파트의 담보책임에 관해서 주택법령이 우선적으로 적용한다는 규정을 추가했다. 
그런데 이러한 법 개정은 2004년 대법원 판결로 인한 혼란을 수습하기보다는 혼란을 부추겼다. 먼저 2005년 법개정의 가장 큰 문제는 담보책임에 관해서 주택법령이 우선 적용되도록 했지만, 그 당시 주택법령은 담보책임에 관해 완결된 내용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자가 발생하면 입주민들은 하자보수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주택법령은 하자보수에 대해서만 규정을 하고 있었으며 손해배상을 제대로 규정하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하자보수와 관련해서도 민법상의 하자담보책임의 법리와 맞지 않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예를 들어 담보책임의 기산점을 사용승인일로 본 경우가 그것이다. 원래 담보책임기간은 입주민들이 하자가 있는지 알 수 있는 시점인 입주일부터 진행되는 것이 맞다. 입주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도 없는 하자에 대한 담보책임기간이 진행된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점은 아파트에 대해서는 1~3년의 담보책임기간이 적용되지만, 공동주택이 아닌 오피스텔에 대해서는 여전히 집합건물법의 10년의 담보책임기간이 적용된다는 점이었다. 같은 집합건물인데 아파트인가 아니면 오피스텔인가에 따라 담보책임기간에 현저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밖에도 2008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담보책임에 관해 주택법령이 우선적으로 적용된다는 2005년의 법 개정 내용이 그 이전의 아파트에 소급해서 적용된다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개정된 주택법률의 적용 시점을 제한한 것이다. 
2005년 법 개정으로 인한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 2010년 집합건물법 개정위원회를 발족했다. 가장 중요한 주제는 담보책임에 관한 집합건물법과 주택법령의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참에 집합건물법을 전반적으로 시대의 흐름에 맞게 개정하기로 했다. 그 결과 2013년 집합건물법이 개정됐다. 그 이후에도 하자담보책임과 관련해 집합건물법과 주택법령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주택법령 개정이 있었고, 여전히 과제들이 남아 있지만 지금은 담보책임기간을 둘러싼 혼란이 상당부분 해결됐다. 결국 2004년의 대법원 판결을 기점으로 집합건물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혼란스러운 과정을 거쳐 집합건물법과 주택법령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집합건물법은 제정 당시인 1984년부터 민법을 차용해 담보책임기간을 10년으로 규정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건축분야에서 최장 10년의 담보책임기간은 1994년이 돼서야 비로소 등장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라는 충격적인 사건이 계기가 됐다. 최장 10년의 담보책임기간의 도입에 대해서 그 당시에도 건설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반발이 있었음에도 부실공사를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로 인해서 최장 10년의 담보책임기간이 도입됐다.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 붕괴라는 충격적인 사건 이전인 1984년부터 집합건물법은 10년의 담보책임기간을 규정하고 있었다. 심지어 집합건물법의 제정에 있어서 담보책임기간을 10년으로 정한 것에 대한 반발도 별로 없었다. 아마도 10년이라는 기간을 직접 규정하지 않고 민법의 규정을 준용했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았을 수도 있고, 집합건물법이 아파트에 적용된다는 점에 대해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다. 
이런 과정을 보면 2004년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집합건물법상 10년의 담보책임에 관한 규정이 철저히 없는 규정처럼 취급됐던 점이 이해되기도 한다. 
법은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변하지만, 그 변화의 시간을 압축해서 본다면 한편의 드라마보다 더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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