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의 과실 40%, 그림자 때문에 차량번호 잘못 인식해 차단기 미작동
입주민 과실 60%, 후진 기어로 놓고 하차, 후진 차량에 무리한 탑승

경기도 수원시 모 아파트에서 지난 2018년 4월경 단지 내 차량 진입 차단기의 인식 오류로 인해 입주민 A씨가 차량(투싼)에서 내려 경비원을 호출하려다 차량이 후진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사망에 이른 사고가 발생했던 사실이 법원 판결로 뒤늦게 알려졌다.  
수원지방법원 민사2단독(판사 서영효)은 최근 A씨의 부인과 자녀 2명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입대의는 A씨의 부인에게 약 3,800만원을, 자녀들에게 각 약 2,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사고가 발생한 시점은 2018년 4월 21일 오후 4시 5분경. 사고 당시 CCTV 영상에 의하면 A씨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입주자 전용 지하주차장 입구에 설치된 주차차단기 앞에 정차했으나 차단기가 차량번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자 3회에 걸쳐 차량을 후진했다가 방향과 각도를 조절하면서 다시 차단기 앞쪽으로 이동하는 등 후진과 전진을 반복했다. 그럼에도 차단기가 열리지 않자 A씨는 경비원을 호출하러 가기 위해 차에서 내렸고, 운전석 문이 열려져 있는 상태에서 차량이 갑자기 후진했다. 그 사이 A씨는 차량에 급히 타려 했지만 차량이 뒤에 정차돼 있던 다른 차량을 추돌하면서 운전석 문이 바깥쪽으로 완전히 꺾였고, 차에 완전히 타지 못한 채 끌려가다가 차량이 단지 내 경계석을 넘어 화단에 부딪혀 정차하는 과정에서 차량 바깥으로 떨어졌다. 이후 A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그 다음날 새벽 결국 사망했다. 
사고 당시 주차차단기의 인식 오류를 확인한 결과 차단기 앞에 형성된 그림자로 인해 사고 차량의 번호를 다르게 인식해 차단기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사고 장소가 평지인 점을 감안, A씨가 차량에서 내릴 때 변속기어는 중립(N)이나 정차(P)가 아닌 후진(R) 기어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됐다. 
이 사고와 관련해 법원은 먼저 “대법원은 그동안 근로자와 고용계약을 체결한 사업주, 찜질방 등 접객업소 업주, 운동경기에 참가하는 자, 기획여행업자 등의 경우에 상대방에 대한 생명이나 신체 안전 등을 확보해야 할 신의칙상 주의의무인 ‘안전배려의무’를 점차적으로 넓게 인정해왔다”며 “이러한 안전배려의무는 식자재 납품이나 마트 이용 등을 목적으로 대형할인마트가 제공하는 주차장에 진출입하는 등 주차장을 이용하는 차량 운전자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부담해야 하고, 이는 대단지 아파트 내 주차장의 경우와 같이 계약관계가 아닌 시설물 이용관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고가 발생한 지하주차장은 입주자 전용으로, 등록된 차량번호와 진입차량의 번호를 대조·인식해 입주민 여부를 확인한 후 입주민이 맞을 경우 차량 진입이 가능하도록 차단기를 자동으로 올리는 주차차단기가 설치돼 있다”며 “주차차단기가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차량번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오류가 발생할 경우에는 입주민의 지하주차장 출입에 장애를 가져오고, 결국 경비원을 호출하는 등 주차차단기를 수동으로 작동하기 위해 운전자가 차량에서 내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파트 단지 내 시설인 주차장의 유지·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입대의로서는 입주민 전용 주차장을 이용하는 입주민들의 생명, 신체 등은 물론 차량 자체의 안전한 운행 등 물적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주차장과 부속시설물의 물적 환경을 정비하고, 입주민들에게 주차장 이용과정, 특히 주차차단기의 차량번호 인식 오류에 따른 수동조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차량 하차 시 사고발생의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합리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입대의는 사고 이전부터 차량번호 인식에 여러 가지 오류를 노출한 주차차단기의 인식 오류를 방지하거나 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햇빛 차단기나 차양막 설치, 차단기 주변 환경정비, 차량번호 인식장비의 각도 조정 등 입주민들의 안전한 주차장 출입을 위한 안전장치를 추가로 설치하거나 확보했어야 함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사실상 방치해왔다”면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A씨의 과실도 고려해 입대의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법원은 “A씨는 주차차단기의 인식 오류에 따라 차단기를 수동으로 조작하기 위해 차량에서 하차할 경우에는 차량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변속기를 ‘중립’이나 ‘정차’ 등의 위치에 놓은 다음 안전하게 하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당시 차량의 기어가 ‘후진’에 놓여 있는 것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거나 소홀히 한 채 만연히 차량에서 그대로 하차해 차량이 후진하게 됐고, 후진 차량에 무리하게 탑승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사고 발생을 피하지 못했다”며 이 같이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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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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