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나무는 사람처럼
내가 사는 마을 문구점으로
걸어 들어갈 수 없네.
안녕하세요 인사하며 들어가
편지지와 봉투를 달라고 할 수 없네.
 
가족과 함께
따뜻한 저녁 한 끼를 든 후
골방에 들어가 램프를 켜고 앉아
밤이슬 내리도록 너에게 보내는
긴 편지를 써 내려갈 수 없네.
 
살아온 날들에 대한
감사함 고마움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미안해지는 것들
물론, 용서도 빼놓을 수 없지
그 모든 은혜로운 것들에 대해 어찌
마음 따뜻한 편지 한 장 건네지 않고
한 해를 조용히 마감할 수 있으리
하여, 펜(Pen)이라고 하는 것을
잡아 보지도 잡을 수도 없는
 
나무는
 
제 살붙이들을 떼어 내어
신(神)이 보내 주는 우체부에게
전해 주기로 했네.
그러하네, 낙엽(落葉)은 신(神)에게 보내기 위하여
그 영혼에 피눈물 흘린
마음 뜨거운 육필서신(肉筆書信)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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