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매년 7월에서 10월이면 한반도에는 호우와 강풍을 동반한 태풍이 상륙해 엄청난 재산상 손실이 발생하고,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사고도 적지 않게 일어난다.
순간 최대풍속이 25㎧를 넘으면 지붕이나 기와가 날아가고, 30㎧ 이상이면 낡은 건물이 붕괴될 수 있다고 한다.
2010년 대한민국을 강타한 태풍 곤파스는 초속 27m의 강풍을 동반했었고, 당시 전국의 많은 공동주택에서 강풍으로 인해 기록적인 재산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우리에게 기억되고 있다.
특히 지붕에 설치된 마감재와 창틀 등이 지상으로 낙하하면서 지상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을 손상시켰고, 이로 인해 보험사와 입주자대표회의간의 구상금에 관한 법적 분쟁이 다수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폭우로 아파트 주차장 뒷산 산비탈 절개지 경사 법면이 붕괴되면서 토사가 흘러내려 주차 중인 차량이 파손된 사고, 단지 내에 식재된 25m 높이의 가로수가 전도되면서 그곳을 지나가던 인근 아파트 입주민을 덮쳐 사망에 이르게 한 사고, 초속 20m 이상의 강풍으로 지붕에 부착된 슁글 등 마감재가 탈락해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이 파손되는 사고 등이 발생했고, 사고의 책임 소재를 두고 피해자(또는 보험사)와 입주자대표회의(또는 위탁관리회사) 사이에 법적 분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러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입대의와 관리주체는 태풍은 예측할 수 없는 천재지변에 해당하므로 책임을 부담할 수 없다고 항변한다.
반면 피해자측은 민법 제758조에 의한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책임을 근거로 입대의나 관리주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법원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자인 입대의나 관리주체가 공작물인 아파트 시설물의 위험성에 비례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책임 유무를 판단하고 있다.
특히 매년 강력한 태풍을 경험해 온 우리나라의 기후여건상 최대 순간 풍속 2㎧를 넘는 강풍이 불었다고 해 곧바로 불가항력적 자연재해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태풍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시설물이 낙하하지 않도록 사전에 점검을 해야 하고, 더 나아가 이러한 태풍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추가적이고 근본적인 보강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했다면 입대의가 사고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결국 태풍은 이례적인 자연현상이 아니라 매년 발생하는 연례 행사이니 이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항상 대비를 해야 하고, 만약 태풍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대비하지 않은 책임이 있으므로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법원은 입대의나 관리주체에서 평소 시설물 관리를 잘 해왔거나 사고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한 점에 대해서는 책임의 감경 요소로 고려하고 있다.
실제 지붕에 부착된 슁글 등이 바람에 날려 차량을 파손한 사고와 관련해 법원은 ①입대의가 사고 당일 9차례에 걸쳐 낙하물로 인한 차량 파손이 우려되니 지상에 주차된 차량을 이동하라는 내용의 안내방송을 한 점 ②사고 전에 주기적으로 지붕에 관한 보수공사를 시행해 온 점 ③사고 발생 당시 언론에서도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예보했으므로 차량 운전자로서도 차량을 안전한 곳에 주차할 주의의무가 있었던 점 등을 참작해 입대의의 책임을 20%만 인정했다. 
반면에 가로수가 전도되면서 인근 입주민을 덮쳐 사망하게 한 사건에서는 가지치기 등의 조치를 약 4년 동안 취하지 않았던 점, 수목이 뿌리 부분이 뽑혀 전도된 것이 아니라 밑둥 부분 텅비는 현상으로 인해 부러져 전도된 점 등을 고려해 입대의가 방호조치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봐 입대의의 책임을 무려 80%나 인정했다.
올해에도 어김 없이 태풍이 우리 곁을 찾아오고 있다. 태풍은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변수(變數)’가 아닌 ‘상수(常數)’임을 잊지 말기를, 그래서 태풍으로 인한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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