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노동자의 현실>>우리도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까 |아파트 노동자 근로분쟁 사례 <40>

 

 

Ⅳ 아파트 노동자의 사회적 현실

공동주택관리법상 규정된 관리주체의 업무 내용에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한 사항의 집행’이 포함된다. 따라서 입대의의 의결과 관리주체의 집행이 분리돼 있으므로 의결한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관리주체의 책임영역이 아니라 입대의의 책임영역인 것이다. 그런데 관리현장에서는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장이 아파트 관리업무 수행 중 생기는 모든 결과에 대해 책임과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장은 승강기 교체를 위한 공사업체 선정 과정에서 아파트 입대의 의결에 따라 공사업체와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최저낙찰제를 위반해 입주민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자격정지 3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부산지방법원 2013. 12 .5. 선고 2013구합3062 판결 참조) 소송을 통해 자격정지 처분이 취소되기는 했지만 의사결정을 해 책임을 져야 하는 당사자가 아님에도 자격정지라는 가혹한 처분을 받고 이를 다투는 과정을 겪어야 하는 현실이 모순적이라고 할 것이다.
아파트 입대의 회장이 관리사무소장의 공사 관련 계약서 제시 요구에 ‘종놈’ 발언을 해 문제된 사례도 있으며, 동일한 입대의 회장이 입주민에게 상해를 가해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되자 아파트 경비팀장에게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증거 조작과 허위진술을 강요해 무고죄를 선고받은 사건도 발생했다. 11) 
또다른 아파트에서는 7년째 근무 중인 관리사무소장이 전날 사퇴한 입대의 회장에게 일방적으로 무차별 폭행을 당해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사건도 발생했다.12) 
뿐만 아니라 관리사무소장에 대한 부당한 고소, 고발의 남발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다가 관리사무소장직을 그만둔 사례도 있다. 이 사건 아파트의 입대의 회장은 관리사무소장의 멱살을 잡는 등 폭행 혐의로 2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음에도 관리사무소장이 자신을 폭행했다는 허위 인쇄물을 게시하거나 유포했고, 소장을 상해죄로 고소했으나 무죄 판결이 확정됐으며, 소장을 업무상배임죄로 고발한 건도 모두 무혐의로 마무리됐고, 소장이 자신에게 상해를 가해 치료비 등의 손해를 입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한 건도 소장이 상해를 가했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아 패소했다.13)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폭행, 협박, 모욕 등은 빈번히 신문에 등장하고 있는 현실이며 심지어 현직 공무원이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경비원을 상대로 수차례 폭행과 협박을 일삼다 경찰에 검거되는 사례도 있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 공무원은 자신이 거주하던 아파트 경비원의 뺨을 이유 없이 손바닥으로 때리는 등 수차례 업무를 방해하고 폭행한 혐의와 새벽 늦게 귀가하며 경비실에 들러 상습적으로 ‘목을 잘라버리겠다’며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음이 밝혀졌다.14)
위와 같은 사례 외에도 전국의 아파트 관리현장에서 발생하는 아파트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는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억울함과 모욕감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몸과 마음의 병이 생기는 아파트 노동자들의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Ⅴ 결 론

노르웨이 오슬로대 박노자 교수는 저서 ‘비굴의 시대’ 출간을 기념한 대담에서 ‘가장 무서운 비굴은 자신이 받는 억압이나 착취에 맞서지 못하는 게 아니라 자신보다 사회적 서열이 낮은 사람에게 또 다른 착취를 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사회는 갑질뿐 아니라 병질, 을질도 존재한다…자신보다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가중차별하면 자신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개선된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착각은 살아 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각자 도생 사회에서 빠지기 쉬운 비굴 중 하나”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내가 그들을 인격적으로 모독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들이 당하는 착취를 모른 척했다면 묵시적으로 갑질을 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15)
박노자 교수의 지적은 한국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가 말하는 갑질, 병질, 을질이 우리나라 국민의 대다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아파트 노동자들이 겪는 여러 분쟁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오랫동안 형성된 착취의 구조를 당장 없애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누군가 고통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편하기 때문에 현실을 회피하는 것은 아닌지, 문제를 알면서도 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런 관심들이 모여 공감대를 형성할 때 변화를 위한 연대의 움직임이 싹틀 수 있을 것이다.


아파트 노동자 근로 분쟁 예방 및 개선방안


Ⅰ 들어가며


아파트 노동자의 근로조건, 그리고 그들이 겪는 근로분쟁이 본격적으로 세간의 관심이 되기 시작한 것은 2014년에 있었던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일부 입주민들의 모욕적 언사와 비인간적인 대우에 의한 정신적 피해로 인해 분신자살을 한 것이 보도되고 나서부터였을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에게 ‘종놈’이라며 욕설을 하고,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문자로 해고통보를 하는 등 기본적인 노동법을 위반하는 사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고부터는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느냐 마느냐로 연일 인터넷이 시끄럽다.
아파트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그들이 겪고 있는 근로 분쟁의 원인은 무엇일까?
해가 갈수록 아파트 노동자의 현실을 재조명하는 현상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파트 노동자들이 겪는 근로 분쟁을 단순히 일부 과격한 입주민 또는 노동자에 대한 고용승계에 유독 소극적이고, 사용자의 보호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일부 위탁관리회사의 부주의가 불러온 부작용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전 국민의 70% 이상은 아파트에 살고 있고, 이에 비례해 많은 이들이 아파트 관리를 위해 아파트를 직장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더 이상 아파트 노동자들과 관련된 분쟁을 소수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역시 아파트 노동자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가진 입주민들에 의한 해결 또는 열악한 근로환경에 있는 아파트 노동자라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혜적인 자세를 갖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아파트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고 제도적 정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