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존중과 헌신으로 맺은 가족입니다”

김남주 기자l승인2019.08.28 13:36:24l11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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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사무소장님. 직원들에게 이 말 꼭 전해주세요. 나이가 많아졌다고 일 그만두라는 이야기 절대 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말고 건강히 근무해 달라고.”
경기 남양주 한신그린조합아파트에 부임한 이래 하이숙 관리사무소장의 가슴에 가장 깊이 남은 말이다. 동대표들로부터 종종 듣는 이야기지만 하 소장은 늘 가슴이 뭉클하다. 아파트 직원들을 진정 가족으로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올해로 28년차 228가구(2개동) 소규모 단지인 한신그린조합아파트. 하이숙 소장은 지난 2014년 5월 부임해 5년째 이 아파트와 끈끈한 정을 나누고 있다. 소규모 단지기 때문에 관리사무소 직원과 입주민들은 한 동네서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이웃처럼 서로의 사정에 훤하다. 그만큼 편안하고 살가운 관계지만, 이를 이유로 아파트 관리 업무를 ‘적당히’ 해야겠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는다. 입주민들 역시 직원들의 이러한 마음가짐을 알기에 무한한 신뢰와 격려를 보내고 있다. 

▲ 화단 정비

‘업무추진비 제로’ 봉사자로서의 입대의 실현

입주민과 관리사무소 상호 간의 신뢰를 하루아침에 쌓을 수는 없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 역시 여느 아파트와 같이 다양한 이유로 갈등을 겪었고, 대부분의 갈등은 금전 문제로 귀결됐다. 조금이라도 사익을 남기려는 욕심, 비리에 대한 의심 등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무보수 봉사직’으로서의 입주자대표회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입대의 정운교 회장은 감사를 거쳐 회장직을 2회 연임하며 오랜 기간 아파트를 위해 헌신해 왔다. 정 회장의 전임 회장이 처음으로 시작한 ‘무보수 동대표 모집’은 1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잘 지켜지고 있다. 당연히 지원자는 적었다. 하지만 취지에 깊이 공감하고 기꺼이 희생을 자처한 이들이 있었다. 현재는 4명의 동대표와 2명의 감사, 1명의 총무이사가 투명하고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관리사무소와 합심하고 있다.
정 회장은 “부정을 단절하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린 전임 회장 덕분에 투명한 아파트 운영이 자연스럽게 정착될 수 있었다”며 “진정으로 아파트 안정과 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구성원들이 모이는 계기가 돼 업무 진행이 훨씬 수월해진 것도 긍정적이다”고 설명했다.
하이숙 소장 역시 입대의 곁에서 투명한 관리를 몸소 체험하며 함께 노력하고 있다. 하 소장은 특히 지난 3월부터 하남시 공동주택관리 감사 전문감사관으로 위촉돼 관내 여러 갈등 아파트를 방문하며 ‘무보수 원칙’이라는 첫 단추가 갈등 제거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또 시작과 유지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상기하고 있다.
하 소장은 “현재까지 수많은 공사를 진행해 왔지만 입대의 구성원들이 업체로부터 커피 같은 사소한 호의라도 무엇인가를 받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강조하며 “오히려 업체에 입대의를 위해 마련한 비용이 있다면 이를 인건비나 자재비, 직원 복리후생비로 사용해 공사 품질을 높여 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4월에는 입대의가 아파트 재도장공사를 맡았던 공사업체(효원건설)에 감사패를 수여하기도 했다. 투명한 공사 진행에 기꺼이 협조하고 우수한 결과물을 만들어 준 것에 감사하고자 마련한 것. 한신그린조합아파트와 공사를 진행한 여러 업체들은 ‘공명정대’를 추구하는 입대의의 노력에 박수를 보냈다. 또한 이는 관리사무소 직원, 입주민 모두가 관리운영 투명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 왼쪽부터 이성열 경비원, 신옥기 감사, 입대의 정운교 회장, 장경자 총무이사, 하이숙 관리사무소장, 이근식 기전기사, 이영우 경비원
▲ 화단 정비

‘단지 살림꾼’ 관리사무소 향한 단단한 믿음 

하 소장이 한신그린조합아파트에 부임한 뒤 가장 처음 시작한 일은 지난 5년간의 관리비를 분석해 절감하는 것이었다. 아파트 입주민 모두가 투명한 관리운영을 위해 한마음으로 배려하고 노력하는 모습에 하 소장 역시 10년 경력(현재 15년)의 역량을 동원해 보탬이 되고 싶었다. 꼬박 1년이 걸려 각 시설의 문제점과 원인, 해결방안을 정확히 파악하고 개선에 집중했다. 
공동 전기요금 절감을 위해 지난 2016년 LED전등 교체공사를 추진하고 아파트 복도 및 지하주차장 센서등 설치, 멀티탭 설치를 통해 대기전력을 차단했다. 또 주택용 고압으로 계약돼 있던 펌프에 대해 직접 계량기를 설치하고 사용량을 체크한 뒤 산업용으로 산정해 모자분리를 실시, 주택용에 비해 저렴한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용받도록 했다. 
수도요금 절감을 위해서는 전 가구를 방문해 계량기 상태를 확인하고 노후계량기는 관리직원이 직접 보수 및 교체에 나섰다. 공동 수도요금의 경우 누수 가능성을 확인하고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계량기 교체, 메인계량기 점검, 저수조 수위조절센서 설치 후 주기적 체크 등의 조치로 경우의 수를 줄여 나갔고, 그 결과 저수조 누수가 원인임을 밝혀내 적절한 조치로 누수를 막았다.   
시설 개선에 있어 관할 행정청 등의 지원사업도 놓치지 않았다. 남양주시로부터 2016년 LED등 교체공사비용 1,600만원, 올해 승강기 교체공사비용 2,000만원을 지원받았으며 한국전력공사로부터 2016년 노후변압기 교체비용 520만원, 올해 승강기 6대 전체에 대한 고효율 회생제동장치 설치비용을 지원받아 지난 13일부터 공사에 착수했다. 
단지 내 아스팔트 콘크리트 보수, 차선 도색, 화단 관리 등의 환경개선 작업도 외부업체에 맡기는 대신 관리직원들이 직접 작업하고, 이를 위한 작업도구(아스콘 다지기, 차선도색 틀 등)도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간단히 제작해 작업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있다.  
관리비 절감을 위한 다방면의 노력 덕분에 지난 2017년 남양주시 ‘관리비 다이어트 페스티벌’에서 공동전기료, 수도료, 수선유지비 분야 절감을 인정받아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아파트 신옥기 감사는 “하이숙 관리소장을 비롯한 아파트 전 직원들이 하자 또는 사고의 ‘수습’이 아닌 ‘예방’을 위해 늘 단지 구석구석을 확인하고 내용을 공유하고 있어 입주민으로서 크게 안심이 된다”며 “관리비 절감을 위해 점검을 일상화하고 지원사업을 수시로 확인·준비해 실질적인 성과로까지 연결하는 관리사무소의 열정에 감사하다”고 말한다.
관리사무소가 살뜰히 단지를 관리할 수 있도록 버팀목이 돼준 한국주택시설관리㈜의 역할도 컸다. 아파트 입주 때부터 위탁관리를 맡아 현재까지 돈독한 신뢰를 유지해오고 있는 한국주택시설관리는 ‘정직한 관리로 고객의 자산 보존과 쾌적한 거주환경을 조성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을 목표로 아파트와 협력해 왔다. 그 노력에 감사하고자 2016년에는 한신그린조합아파트 입대의가 박수웅 대표이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주택시설관리는 하이숙 소장을 모범 관리사무소장으로 선정해 표창함으로써 그 공을 관리사무소에 돌렸다. 
하 소장은 “아파트 내 모든 문제를 관리사무소가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크다”며 “관리직원들이 최선을 다하는 만큼 입주민과 위탁관리사가 전폭적인 지지와 협조를 해준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며 앞으로도 장비이력카드 등 기록과 공유 활성화를 통한 꼼꼼한 하자관리, 직원 개개인의 기술적 역량 향상을 통한 안전한 관리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공동체 행사

인간적 가치 지켜나가는 ‘작지만 큰 공동체’

지난 2016년 한신그린조합아파트 내 2개의 경비실에 대한 개선작업이 진행됐다. 오래 전 지어진 아파트인 탓에 경비실이 협소하고 환기가 어려운 구조여서 경비원들이 하루 종일 업무를 보기에 고충이 많았기 때문. 갈수록 택배 양도 늘어났지만 보관할 만한 공간이 없어 안 그래도 비좁은 경비실 내부에 쌓아둘 수밖에 없었다. 입주민들은 경비원들에게 쾌적한 업무공간을 돌려주기로 뜻을 모았다. 우선 통유리로 돼 있던 창문을 개폐형으로 바꾸고 여름철 벌레 유입을 막기 위한 방충망을 설치해 수시로 환기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경비실 앞쪽 외벽에 택배 등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 입주민들이 출입구에 드나들며 수시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는 각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했다. 관리비로 설치했지만 입주민들의 반대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조금 더 일찍 설치해주지 못한 것에 미안하고 전기료 걱정 없이 마음껏 사용하길 바란다는 마음이다. 경비원들은 그런 마음에 보답코자 더운 날씨에도 수시로 단지를 돌며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한다.
장경자 총무이사는 “오랫동안 함께해온 경비원들이라 아파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고 입주민들 역시 그런 경비원들에 대한 신뢰가 돈독하다”며 “60~70대로서 경비업무를 맡는 게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며 가족처럼 지낼 수 있길 희망하는 만큼 경비원들이 건강히 근무할 수 있도록 아파트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간의 이러한 배려 덕분에 최근 2년간 큰 폭으로 상승한 최저임금에도 인력 감축은 없었다. 대신 관리비 절감을 위한 시설점검 등에 입주민과 직원 모두가 힘을 합했다.
입대의 정운교 회장은 “직원 한 명이 아파트에 가진 애정의 크기와 효과는 직원 한 명을 해고해 얻은 경제적 이익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부분”이라고 설명한다.
하이숙 소장은 “지난 2013년부터 쓰레기봉투 구입 비용이 점차 감소하는 것을 보고 그 원인을 분석하다 보니,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입주민들이 버린 쓰레기 중 헐거운 봉투들을 찾아 쓰레기를 옮겨 담아 봉투를 절약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업무추진비도 받지 않고 일하는 임원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사소한 부분부터 묵묵히 헌신해 관리비를 절약하고 직원 감축을 막은 것을 보며 전 직원들 역시 최선을 다해 아파트를 돌보는 것으로 입주민들에게 보답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입대의 정운교 회장 등 임원들이 사비를 공동체 활성화 비용으로 쾌척, 명절이나 초복 등 특별한 날 관리사무소와 협심해 직접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한다. 이러한 자발적 소통의 기회가 많아 입주민들의 아파트 운영에 대한 협조도 원활하다. 남양주시 진건읍 내 12개 단지 중 ‘장기수선충당금 적립률 2위’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도 상호 간의 소통과 신뢰가 단단했기 때문에 가능한 성과였다.
하 소장은 “주택관리사를 그만 두는 날까지 한신그린조합아파트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말한다. 인격적 존중, 자율적 리더십, 평등·공정한 기회, 협력과 헌신 등 긍정적 가치가 지켜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아파트가 정착시킨 우수한 가치들을 앞으로도 직접 지켜내 입주민들에게 행복으로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작은 단지지만 큰 저력을 가진 행복공동체, 한신그린조합아파트의 따뜻한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김남주 기자  knj@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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