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226>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엔트로피(Entropy)란 어떤 물질이 변형돼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 올 수 없는 현상을 의미하는 물리학의 용어로서 에너지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에너지보존의 법칙’ 하에서는 사용한 에너지는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다시는 본래의 상태로 돌아오지 않는 ‘원 모습의 소멸’을 의미합니다. 엔트로피는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어떤 조직이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엔트로피 상태가 되므로 더 이상 존속의 필요성이 없게 되는데 조직은 소멸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 나가는 네거티브 엔트로피(negative entropy, netropy) 활동이 필요합니다. 

1. 네트로피(netropy)활동을 멈추면 죽는다
생명이란 외부의 낮은 엔트로피를 받아들이고 내부의 높아진 엔트로피를 끊임없이 배출하는 동안만 살아 있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 그 자체가 아니라 엔트로피가 얼마인가 하는 것입니다. 즉 엔트로피가 작은 상태에 있으면 엔트로피가 큰 상태로 변화하려는 경향을 지니게 되므로 이 변화 과정을 이용해 그 조직의 활력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지만 최대한도의 엔트로피 상태에 이미 도달해 있으면 더 이상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므로 조직은 해체되거나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아야 하는 것이지요. 엔트로피와 네트로피의 개념은 어렵지만 관리조직의 엔트로피의 양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입주민이나 동대표들이 보는 관리조직과 관리주체나 관리사무소장이 보는 관리사무소는 다릅니다. 직접 근무하면서 관리하는 것과 필요할 때마다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는 방법 중 어느 것이 나은지를 저울질합니다. 따라서 관리사무소는 자기의 존재 이유를 끊임없이 확인시키는 네트로피 활동을 해야 합니다.

2. 사람은 2개의 거울 없이는 자기 뒷머리를 볼 수 없다
우주에 가도 달의 뒷면을 보는 것이 어렵듯이 사람은 자기의 뒤통수를 2개의 거울이 없으면 볼 수 없습니다. 의미 없는 행동의 반복, 즉흥적인 편안함의 추구, 게으르고 방만하고 나태한 엔트로피적 무질서 속에 안주해 지금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에게는 미래가 없습니다. 원래의 모습이 소멸하는 엔트로피는 계속 증가하는 것이 법칙이니까요. 직접 업무처리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전문업자를 다루는 방법만 갑질하듯이 배우면 입주민은 직접 고용으로 인한 고정비와 필요할 때마다 전문가를 활용하는 비용의 효율성을 비교 검토하게 됩니다. 특히 관리업무가 특별한 기술보다는 심리적 안정만을 주는 수준에 그치면 엔트로피의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현재 내가 하는 일을 돌아보고 네트로피 활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3. 내 손으로 하는 것과 남의 손을 빌리는 것
관리사무소장이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전기시설, 소방시설, 통신시설, 열관리 시설, 승강기 설비, 소독업무, 건축물 보수, 재도장, 방수업무 등은 별도의 등록업체가 해야 하는 전문영역이므로 주택관리사 자격으로 관리소장이 직접 할 수 없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우수한 연주자를 모아 하나의 화합된 연주를 하듯이 관리사무소장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최대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업무처리 상황을 확인해 입주민의 평온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업무입니다. 불협화음을 내는 연주는 듣지 않듯이 관리는 물 흐르듯이 해야 합니다. 동대표나 입주민들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관리를 바라보게 해서는 안 됩니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나 ‘속담 날개가 같은 새들이 함께 모인다(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는 어떤 사람과 가까이 지내고 협의해야 하는지를 경고하는 말이요, 근묵자흑(近墨者黑)은 조심해야 할 사람을 이르는 말입니다. 관리사무소에 근무하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익숙해지면 게을러진다’일 것입니다. 익숙한 게으름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네트로피 활동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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