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호 둘레에는 크고 작은 누정들이 있다. 풍류를 즐기거나 모임을 갖기 위해 지어진 정자들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넓었던 당시의 경포호를 생각하면 일렁이는 호수의 풍광이 문 밖으로 내려다보였을 곳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정자가 경포대로, 경포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위치해있다. 벚꽃축제도 경포대 일대에서 열려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또 유명한 정자로는 선교장 내에 위치한 활래정이 있다. 경포대나 활래정뿐만 아니라 경포호를 끼고 작은 누정들이 참 많다. 계절에 따라 다른 꽃이 피어나는 고즈넉한 한옥을 찾아 여행해 보자.
경포대
경포대는 경포호수 북쪽 언덕에 있는 누각이다. ‘여름 밤의 밝은 달과 담소의 맑은 물이 아름다운 경관을 이룬다’는 데서 경포대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경포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어 풍광이 아름다워 관동팔경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누각 내부에는 숙종이 직접 지은 ‘어제시’와 율곡 이이가 지은 ‘경포대부’ 등 수많은 명사와 시인들의 글과 현판이 걸려 있다. 매년 봄에는 경포대와 인근에서 벚꽃축제가 열려 벚꽃명소로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경호정 / 상영정 / 금란정
경포대에서 에디슨과학박물관 쪽으로 계속 이동하다 보면 3개의 누정이 나온다. 가장 왼쪽에 위치한 2채의 한옥은 경호정이며, 그 옆 언덕 위에는 상영정이, 그 옆에는 금란정이 있다. 경호정은 주민들이 창회계를 조직하고 강신(講信)활동을 위해 지었으며, 상영정은 강릉지역의 향토유립 16인이 건립해 상여계를 조직하고 강신 활동을 한 곳이다. 언덕 위에 있는 상영정 앞에 서면 경포호가 내려다보인다. 다시 언덕을 내려가면 나오는 금란정은 주변에 매화를 심어 삭과 노닐던 곳이라 해 ‘매학정’이라고 불리다가 이후 금란계원으로 주인이 바뀌고 ‘금란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벚꽃축제 때, 인근에 있는 경포대는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이곳에서는 좀 더 한적하고 여유로운 봄꽃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해운정
강릉시 운정길 125에 위치한 해운정은 보물 제183호로 지정된 작은 누정이다. 이 별당은 어촌(漁村) 심언광(沈彦光)이 1530년(중종 25)에 강원 관찰사로 있을 때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면 3칸, 옆면 2칸의 단층 팔작집으로, 입구인 소슬대문을 지나면 높은 단 위에 세워져 있고, 그 앞에 꽃들이 아기자기하게 피어 있다.‘해운정’ 현판은 우암 송시열이 썼으며 건물 안에는 여러 선비들이 쓴 시 등이 천장 가득 걸려있다.
활래정
선교장으로 들어서서 오른쪽으로 향하면 월하문이 세워져있다. ‘스님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리고 새들은 연못가 나뭇가지에서 쉰다’는 뜻의 한자가 적힌 문을 통과하면 아름다운 연못 가장자리에 위치한 활래정이 나온다. 조선시대 때 경포호는 지금보다 규모가 훨씬 커서 선교장 입구까지 물이 차 있었다. 때문에 배를 타고 건너온다는 뜻에서 ‘선교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경포호 주변에 위치한 여러 누정들 중에서 선교장 내에 위치한 누정이 바로 활래정이다. 당시에는 이 활래정에서도 경포호가 바로 내려다보였을 것이다. 활래정 처마 아래는 수많은 현판이 걸려 있는데, 선교장을 다녀간 사람들이 남긴 것들이다.
방해정
방해정은 강원유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된 누정이다. 삼국시대 때는 고찰인 인월사 터였던 곳에 선교장의 주인이자 통천군수였던 이봉구가 지었다. 다른 곳들과 달리 입구가 잠겨 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ㄱ자로 된 팔작지붕의 형태가 멋스러운 곳이다. 관직에서 물러난 이봉구가 말년을 보낸 이곳은 언덕 위가 아닌 평지에 위치해 있지만 문을 열면 경포호를 바로 바라볼 수 있다. 당시에 경포호가 방해정 바로 앞까지 있었기 때문에 대청마루에서 낚시를 하고, 배로 드나들었다고 전해진다.
모든 정자들이 지금은 평지나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지만, 그 위에 서서 경포호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조선시대 때 누정의 문 앞까지 찰랑거렸을 호수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상상 속에서나마 그 풍경을 보고 있으면 이 작은 건물들이 풍요를 즐기기에 얼마나 좋은 곳이었을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지금은 그때처럼 배로 드나들거나 대청마루에 앉아 낚시를 할 수는 없지만, 작은 꽃들이 주위를 예쁘게 장식하는 작은 고택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경포호를 한 바퀴 돌며 작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여행이다.
진은주 여행객원기자
(홍냐홍의 비행 https://blog.naver.com/jineunjoo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