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올여름 2,042명이 온열질환을 겪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고 이 중 27명이 숨졌다. 8월 4일 경기 안성시 고삼면에 설치된 무인자동기상관측장비가 40.2℃를 기록했다. 서울도 8월 6일 36.8℃까지 올라 올해 들어 서울의 최고기온이다. 전국이 ‘한증막’으로 최고기온을 경신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폭염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폭염은 일종의 사회적 재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논의의 핵심은 폭염의 피해는 주로 사회적 취약계층, 특히 노인에게 집중적으로 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노인, 장애인, 1인 가구, 만성질환자 등의 폭염피해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온열환자중 노인이 30.6%, 무직자 20.0%, 실외노동자 28.1%로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은 폭염취약계층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1995년 미국 시카고에서 폭염으로 700여 명이 사망했고 그중 51%가 75세 이상의 노약자였다. 2003년 8월, 40℃를 웃도는 무더위가 유럽을 강타해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8개국에서는 3만5,000여 명의 사람들이 폭염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중 대부분이 혼자 집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이었다. 1994년 일본의 여름 날씨는 75일간 연속 고온을 기록했다. 최고 기온은 39.1℃에 달했으며, 당시 고온으로 사망한 사람이 7~8월에 1,388명으로, 특히 노약자들의 희생이 많았다. 
우리나라와 외국의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를 보면 노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 노인들은 대부분 저소득층으로 주거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 빈곤노인들은 폭염을 막을 수 있는 에어컨 등 시설이 없는 열악한 주거환경에 거주한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2016년 현재 46.7%라고 알려져 있다. 중위 소득 50% 이하 비율인 상대 빈곤 율이며 이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OECD 1위다. 가난한 노인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사회의 핵심적 취약계층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학술연구를 종합해 보면 주거 차원에서도 홀몸노인은 전 인구 집단 중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확인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거 빈곤을 최소한의 주거가 충족되지 못한 상태로 규정한다. 특히 최저주거기준 미달 상태와 임대료 과부담이 이들을 주거 빈곤층으로 진단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실시한 주거실태조사에 의하면, 주택법에서 정한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5~7% 수준인데, 그중에서 65세 이상 저소득층 고령가구가 절대다수(68%)를 차지한다. 저소득 홀몸노인들이 면적, 구조, 성능, 환경의 영역에서 주거안정성에 문제가 있는 곳에서 거주하며 소득 대비 임대료로 30% 초과 지출하는 임대료 과부담이라는 고통을 겪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소규모 공동생활거주 방식이 저소득 홀몸노인을 위한 주요 거주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인들이 공동생활을 하면서 경제적 부담도 완화하고 사회적 고립도 줄여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실시한 조사연구에 따르면 노인집합주택 거주 노인들의 삶의 만족이 높은 이유는 다른 노인들과의 접촉에 따른 고독감 감소도 있지만  집합주택 내의 편리하고 다양한 서비스가 만족스럽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서울 노원구는 지난 8월 1일 폭염특보가 발령되면서 ‘야간 무더위 쉼터’ 운영에 들어갔다. 이날 무더위 쉼터는 집에 에어컨이 없는 폭염취약계층 노인 43명에게 잠자리를 제공했다. 대상자는 만 65세 이상 홀몸노인, 수급자 등 저소득 노인들로 동주민센터에 신청 후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야간무더위 쉼터를 이용했다. 구청 쉼터에는 14명이 쉴 수 있도록 편안한 잠자리와 사생활 보호가 가능한 3~4인용 텐트 14개를 마련했다. 쾌적한 냉방과 개인용 베개, 이불, 매트, 식수 등도 제공한다. 또 무료하지 않도록 TV도 설치했다. 
이와 유사하게 폭염에 시달리는 노인들을 위한 시설을 제공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이미 우리 한국사회는 노인인구가 급증하는 추세라 향후 노인을 위한 폭염은 물론 혹독한 추위를 막는 기초주거생활의 확보가 매우 중요한 복지정책영역이다. 인간다운 생활의 가장 중요한 기본은 ‘주거’며 ‘주거권’ 보장을 제도화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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