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223>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소신(所信)은 굳게 믿고 있는 것을 의미하고 고집(固執)은 이미 생각하고 있는 자기의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버티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기 생각이 틀렸더라도 말입니다. 문제는 잘못된 소신을 고집하고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그리고 귀찮다고 아무도 지적하지 않다가 문제가 생겨 전체 입주자 등이 그 책임을 져야 한다면 보통 일이 아닙니다.

 

1. 소신 없는 사람에게는 이길 수 없다
이기기 쉬운 사람은 욕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사람이 고집을 부리는 경우는 대략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첫째는 논리적으로 맞다고 생각해 고집을 부리는 사람인데 이런 경우는 논리로 설득하면 바로 고집을 꺾습니다. 문제는 논리나 소신과는 무관하게 감정적으로 고집을 부리는 사람입니다. 끝까지 자기 생각이 옳다고 우기면서 자기 생각과 다르면 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대개 겁이 많고 소심하며 불안하기 때문에 생각을 바꾸지 못합니다. 그러나 소신이 없는 사람은 남을 따라가기만 하므로 자기행위가 아니어서 이기기 어렵습니다.

2. 잘못된 소신은 고집이 된다
어떤 단지에서 화재보험 가입을 위해 견적서를 받았는데 2개 대리점은 각각 2개 보험사의 견적서를, 다른 대리점은 협동조합의 견적서를 제출했고 협동조합이 화재보험 회사보다 낮은 금액으로 응찰해 협동조합과 계약하기로 의결했습니다. 동대표 중 한 사람이 협동조합의 대리점에 전화를 해 ‘재보험’ 가입확인서를 요구했고, 경쟁대리점에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결과를 알려줬으며 경쟁 대리점은 협동조합중앙회에 사고이력을 정상적으로 감안하지 않아 보험료가 낮게 산출됐다며 민원을 제기했고 협동조합중앙회는 그 대리점에 보험가입 승인을 하지 않아 결국 계약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동대표는 싼 값으로 보험을 가입하지 못한 관리주체의 책임을 묻겠다며 임시회의를 소집했는데 회의 중에 재보험 가입확인서를 요청했던 동대표가 입찰결과를 경쟁대리점에 사전유출한 것을 알게 돼 방청한 입주민들이 그 동대표를 해임하자는 움직임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동대표는 보험료가 너무 저렴해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가 걱정돼 그랬다며 변명했다고 합니다.

3. 고집은 혼자 망하지 않는다
축록자불견산(逐鹿者不見山)이라는 말은 사슴을 쫓는 사람은 산을 보지 못한다는 뜻으로, 눈 앞의 이익에 홀려 도리나 주변의 위험 등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함을 비유해 이르는 것인데 알고 보니 입찰정보를 알려준 대리점은 기존 화재보험 가입 대리점이었고 재보험 가입확인서를 요청한 동대표와는 상당한 친분이 있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결국 해임 발의가 됐다고 합니다. 비록 보험대리점이 사고이력을 잘못 산출했어도 보장금액이 다르지 않다면 보험사와 대리점 간의 책임문제지 보험혜택을 받는 입주민이 판단할 문제는 아닐 것인데 더 비싼 견적서를 제출한 대리점의 편을 든 결과 입주민에게 손해를 입히게 된 것입니다. 입대의 결과 관리소장에게는 보험가입 책임은 없는 것으로 결정했는데 친한 대리점을 위해 입찰을 방해한 동대표는 해임이 발의되고 관리주체의 책임을 주장했던 동대표는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입찰결과 사전유출 금지를 더 강하게 요청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발언을 해 동대표들과 방청객들의 핀잔을 받았다고 합니다. 결국 그동안 특정 동대표의 의견을 소신 없이 따랐던 여러 대표들이 반성하는 계기가 됐고, 관리소장은 그 동대표를 관리주체의 업무인 보험가입 부당간섭으로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 위반으로 제소했습니다. 업무의 본질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면 소신을 빙자한 고집에 당하게 되니 관리소장 하기가 참 힘든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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