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동부지원 , 피고인들 및 검사 측 쌍방 항소

이삿짐 전용 승강기 수동모드서 
자동으로 전환하려다 그만…
관행이라는 이유로 승강기 안전교육도 받은 적 없는 경비원에게
승강기 조작 지시한 행위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

 

부산 해운대구 A아파트에서 지난해 8월경 이삿짐 전용 승강기의 정상운행을 위해 수동모드에서 자동운행 버튼을 조작하려던 경비원이 그만 추락해 목숨을 잃은 것과 관련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 법원으로부터 모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형사1단독(판사 박상현)은 최근 A아파트 승강기 안전관리자인 시설과장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로 700만원의 벌금형을, 주택관리업자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관리사무소장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를 적용해 각 500만원의 벌금형을, 경비업체 소속인 아파트 시설경비 총괄팀장에게는 업무상과실치사를 적용해 4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의하면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로 지난해 8월 18일(토요일) 오전 11시 20분경 경비원(이하 피해자)에게 입주민의 이사에 이용할 목적으로 자동운행을 정지시켜 둔 승강기의 정상운행이 재개되도록 승강기 내부에 위치한 자동·수동 운행 버튼을 조작하도록 지시했고, 피해자는 승강기가 17층에 수동 정지돼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1층에서 비상열쇠로 승강기 문을 수동으로 열고 들어가 그대로 엘리베이터홀 지하 3층 바닥으로 추락함으로써 사망에 이르렀다. 
법원은 “관리사무소장은 승강기 안전관리자인 시설과장이 승강기 관리규정에 따라 승강기를 조작·관리하는지 제대로 감시·감독하지 않고, 시설과장은 승강기 안전관리자로서 직접 승강기 열쇠관리 및 승강기 조작을 해야 함에도 만연히 관례라는 이유로 아무런 자격 및 승강기 조작 관련 교육을 받은 적 없는 시설경비업체의 총괄팀장 등으로 하여금 승강기를 조작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한 “시설경비 총괄팀장은 소속 경비원들의 업무를 관리·감독하며 현장에서 위험을 방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설과장으로부터 승강기 비상열쇠 관리와 승강기 조작 업무를 요구받아 아무런 교육을 받은 적 없는 시설경비원인 피해자로 하여금 승강기 조작을 하도록 지시했다”고 인정했다. 
해당 아파트 승강기운행관리규정에 의하면 관리주체(주택관리업자 또는 관리사무소장)가 승강기 관리에 대한 총괄적인 책임을 지고 승강기 안전관리자의 선임 등 업무를 수행하며, 승강기 안전관리자가 승강기 유지·관리에 관한 사항 및 승강기 비상열쇠의 관리에 관한 사항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승강장도어 비상해제열쇠나 승강기 운전조작반 열쇠 및 기타 운전 관련 열쇠는 담당자 이외의 사람이 사용해서는 안 되며, 어떠한 경우라도 승강기 전문가가 아닌 자가 수동 조작을 해서는 안 되고, 전문가가 아닌 자가 수동 조작해 사고 또는 이상상태가 된 경우 열쇠담당자가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사망을 전혀 예견할 수 없었다며 자신들에게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가 엘리베이터홀 등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할 때는 추락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으며, 승강기 안전관리법에는 승강기 조작이나 이용에 따른 사고 위험성이 상존해 승강기 관리주체나 승강기 안전관리자에게 고도의 주의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데다 엘리베이터홀에서 작업자가 추락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은 일반의 경험칙에 의하더라도 충분히 예견 가능하다고 봤다. 
더욱이 A아파트는 통상의 다른 아파트와 달리 별도의 이사용 엘리베이터를 두고 평상시에는 운행하지 않다가 이사 시에만 보안데스크에 있는 비상열쇠를 이용해 이사용 엘리베이터 문을 수동개방 후 승강기 내부에 위치한 운전조작반을 조작해 운행하게 돼 있었고, 경비업체는 계약을 체결한 지 18일밖에 되지 않아 승강기 관리교육도 받지 않은 소속 근로자들이 이사용 엘리베이터를 조작하게 될 경우 사고 위험성이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시설경비 총괄팀장의 경우 자신에겐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의 과실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기각됐다. 
법원은 “이삿짐 승강기 조작업무는 경비업체의 업무가 아니라 주택관리업자나 소속 직원인 관리사무소장과 시설팀장의 업무고, 승강기 조작업무는 추락위험성 등이 상존하는 업무이므로 아파트 시설경비 총괄팀장으로서 피해자를 포함한 팀원들의 안전 등에 필요한 사항을 미리 확인한 후 위험방지를 위한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시설경비 총괄팀장은 시설과장 등의 이삿짐 승강기 조작업무 지시를 거절했어야 함에도 거절하지 않은 채 피해자에게 승강기 조작업무를 지시했고, 설령 아파트 경비에 있어서 관행이었다거나 경비계약을 체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관리업체와의 계약관계 등을 고려해 즉석에서 거절하기 어려웠더라도 최소한 경비업체 지사장 등 상부에 보고하고 상부로부터 적절한 지시를 받아 업무처리를 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승강기 조작방법만 전수받았을 뿐 승강기 관리교육도 제대로 받지 않은 피해자에게 승강기 조작업무를 지시했다”며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해자는 이미 2차례 정도 이삿짐 전용 승강기를 수동으로 조작해 본 경험이 있을 뿐 아니라 당시 이삿짐 전용 승강기 표시판에 17층이라 표기돼 있었고, 승강로의 조도가 낮긴 했으나 승강기 문이 열렸을 때 승강기를 지지하는 와이어가 어느 정도 보여 피해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승강기가 1층에 있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의 과실 또한 상당하다고 보고 피고인들의 양형에 참작했다.   
한편 이 같은 판결에 검사 측과 피고인들 쌍방이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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