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서 제출한 총무 ‘동대표 사퇴는 아니다’ 번복했지만
공동주택 관리규약상 ‘사퇴서 효력’ 제출과 동시에 발효

서울남부지법, 해임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기각’

서울 구로구 소재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었던 A씨가 최근 법원에 해임투표 절차중지 가처분을 신청해 ‘인용’ 결정을 받았지만 다시 진행된 해임절차 및 해임투표로 ‘해임’되자 법원에 또 해임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러나 이번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51부(재판장 반정우 부장판사)는 입대의 회장이었던 A씨가 해당 아파트 입대의를 상대로 낸 ‘해임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사퇴서를 제출했다가 동대표 사퇴 효력을 번복한 총무이사 B씨도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A씨는 자신에 대한 해임투표가 예고되자 법원에 해임투표 절차중지 가처분을 신청해 ‘해임요청서에 객관적 증거자료가 첨부돼 있지 않아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올해 2월 말경 ‘인용’ 결정을 받았었다. <관련기사 제1119호 2019년 4월 24일자 게재> 
그러나 A씨는 결국 다시 요청된 해임절차 진행으로 지난 4월 이뤄진 해임투표에서 입주민 과반수 찬성으로 회장에서 해임됐다.   
A씨에 대한 해임사유는 아파트 균열보수 및 재도장공사업체 선정 건과 관련 관할관청으로부터 시정명령 2건, 권고 1건을 받았음에도 이에 위반해 공사업체와 계약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는 “자신에 대한 해임투표는 중대한 실체적·절차적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회장 해임사유에 관해서는 법령에서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점, 입대의 구성과 운영은 원칙적으로 입주자 등의 총의에 따라 자율적·민주적으로 이뤄진 것이 바람직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입대의 회장의 해임사유가 있는지 여부는 입주자 등의 자치적인 판단의 대상이 된다”면서 “해임요청사유가 관리규약에서 정한 해임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하지 않은 이상, 입주자 등의 의사가 반영된 해임결의는 가급적 존중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A씨에 대한 해임사유는 관리규약에서 정한 해임사유에 명백히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아파트 동대표 5명은 지난해 11월경 ‘재도장공사 입찰’을 입대의 안건으로 제안했는데 A씨는 임시 입대의 소집을 통지하면서 이 안건을 게시판 등에 공개하지 않았고, 통지서에 상정 안건을 ‘재도장공사 실시 촉구에 대한 민원 처리의 건’이라고 기재했으며 임시 입대의에서는 ‘재도장공사 입찰’ 안건이 의결됐다. 이와 관련해 관할관청은 관리규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입대의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는 관할관청이 시정명령을 한 사실에 대해서는 다투지 않으면서 시정명령은 A씨가 아닌 입대의에 한 것이므로 A씨의 해임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설령 관할관청이 형식상 입대의를 대상자로 해 시정명령을 발령했더라도 관리규약은 안건을 통지해야 할 의무를 입대의 회장에게 부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절차상 하자와 관련한 법리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를 참조해 “선거 절차에서 법령을 위반한 사유가 있으면 그 사정만으로 당해 선거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법령 위반사유로 인해 선거인들의 자유로운 판단에 의한 투표를 방해해 선거의 기본이념인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될 때만 선거가 무효”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관위가 해임투표와 관련해 관리규약이나 선거관리규정을 일부 위반했더라도 그 사유로 입주자 등의 자유로운 판단에 의한 투표가 방해됐다거나 해임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선관위가 소명자료를 해임사유보다 늦게 공고한 것이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선관위는 A씨의 소명자료를 9일간 공고해 관리규약상 ‘7일 이상 공고기간’을 위반하지 않았고, 소명자료를 해임사유보다 늦게 공고한 과정을 보면 선관위가 중립의무를 위반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선관위는 A씨가 소명자료를 A3용지로 제출하자 게시 공간 부족을 이유로 A4용지로 제출해달라고 다시 요청했고, A씨가 이에 응하지 않자 소명서를 반으로 접어 게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B씨의 경우 “관리사무소장에게 총무이사를 사퇴한다는 의사를 표시했을 뿐 자신은 사퇴서가 입대의 또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되기 전인 3월 19일 오전 관리사무소장을 찾아가 ‘동대표직 포함’ 부분을 삭제했다”며 “선관위가 동대표까지 사퇴했다고 의결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자신에 대한 입대의 구성원으로서의 업무집행을 방해하거나 동대표가 아니라는 취지의 문서를 부착하거나 배포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사퇴를 원인으로 한 동대표 보궐선거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가 ‘동대표직 포함’ 부분을 삭제하기 전에 사퇴서가 3월 18일 입대의에 제출됐다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관리규약에 의해 사퇴의 효력은 사퇴서를 제출한 동시에 발효된다”며 B씨의 주장을 배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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