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호열  주택관리사

우리나라는 과거에 장사하는 걸 천하게 여기기도 했다.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 ‘장사치’라는 말이다. 복잡한 현대는 모두가 서로 여러 가지 장사를 하기 때문에 장사를 천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다. 현대의 장사는 영업이고, 영업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적당하다. 
영업에 있어서 문제는 고객응대 방법이다. 
이상적인 고객 응대 방법은 진심을 담은 친절함이다. 
서비스업종 기업은 고객들에게 진심을 담아 친절하게 대하라고 직원들에게 가르친다. 
친절은 사회관계의 윤활유기 때문이다. 
“만원이십니다.” 커피점이나 편의점에서 점원이 물건 값에 존댓말을 붙인다. 
위에서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다는데 정말 그랬는지 의심스럽다. 어쨌든 과잉 친절이다. 
고객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친절한 대접을 받을 만한 인격을 갖지 못한 고객이 있으면 문제는 달라진다. 
사적 목적을 가진 의도된 클레임을 거는 입주민이 있다거나 예의 없이 갑질을 일삼는 입주민이 있다면 친절이란 행위는 퇴색하고 무의미해진다. 
왜곡된 친절 중의 하나가 바겐세일한 친절이며 가장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기계적으로 친절하게 응대하는 것이 습관화되다 보니 불공정한 입주민이나 갑질 입주민에게 못된 대우를 당해도 굴욕을 참아가며 친절하게 대한다. 
무언가 부당한 것을 알지만 후환이 두려워 본래 친절을 고수한다. 
이것이 친절을 바겐세일하는 것이다. 
바겐세일한 친절을 받은 입주민은 자신의 불공정한 행위나 갑질이 정당한 것으로 학습돼 똑같은 짓을 반복한다. 
친절에도 도가 있다. 상업화된 과잉친절은 바람직하지 않다. 
친절을 대접받을 만한 입주민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이지 입주민이라고 무조건 친절을 베푸는 것은 잘못이다. 
사람은 권력을 가지면 약자에게 함부로 하는 본성이 있다. 
친절이라는 말은 태생적으로 음흉한 계급성을 숨기고 있다. 선함으로 가리고 있지만 권력관계가 전제돼 있다. 
입주민이 직원의 친절을 약자의 비굴로 학습하게 되면 거만한 권력자로 변한다. 
이런 거만한 입주민을 키우지 않으려면 친절을 바겐세일하지 말아야 한다. 
불공정한 입주민이나 갑질 입주민에게는 최소한의 친절이면 족하며, 이들에게는 그 부당함을 지적하고 알려서 잘못된 태도를 바로 잡아야 한다. 
무례한 입주민은 바겐세일한 친절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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