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정채경
왁자지껄한 노랫소리에도
허리를 꼬옥 껴안고 속삭이는 연인들의 밀어에도
도시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
자동차들, 맹수의 눈빛이 되어
도시 속을 헤맨다
한번 데인 흉터는
주위의 신경을 긴장시킨다
어둠 속 담장의 넝쿨장미만
방문 앞을 기웃거리고
버려진 개와 도둑고양이
그들의 대화란 소리 없는 표정과 눈빛으로
아스팔트를 가로지르는 것
자동차의 눈빛과 침묵만이
도시의 저녁을 메울 때
가로등도 길 밖으로 꽁무니를 빼는 어둠 속에서
분해된 시멘트 기둥과 자동차들
광장, 관공서, 병원, 학교 등을 트레일러에 싣고
도시는 어딘가로 떠나는데
감추어진 흉터에 슬며시 손이 가는 새벽
주울 수 없는 별똥별들 꼬리를 감춘다
정채경
kslee@hap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