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이상규  관리주임
전북 영등동 우미아파트 관리사무소

여러 가지 일회용품들 중 ‘플라스틱 빨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최근 재활용 문제로 종이 빨대, 옥수수 전분 빨대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일상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나온 각종 일회용품 중 특히 한 번 쓰고 버리는 빨대는 과연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인 것일까?
일반적인 사람들의 경우 커피나 음료수 등을 마실 때 대부분 빨대를 사용하는데, 사용 후 버릴 때 재활용은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얼마 전 빨대가 해양 쓰레기로 둔갑해 바다거북의 코에 꽂혀 바다거북이 숨을 못 쉬는 안타까운 화면을 본 적이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빨대를 없앨 수도 없는 일. 건강한 신체를 가진 사람들이야 빨대가 없어도 괜찮지만 중증 장애인이나 손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사람들에겐 플라스틱 빨대가 사막의 오아시스만큼이나 필수적인 생활용품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우리가 단순히 편리를 위해 만든 제품들 중 몇몇 제품은 누군가에게는 아주 유용한 물건이 되기도 한다. 이와 동시에 바다거북의 코를 막아 숨을 쉴 수 없게 만드는 빨대처럼 삶을 위협할 정도의 흉기가 될 수도 있다.
나는 현재 한 아파트의 관리주임으로 근무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파트 관리업무 중 기술적인 부분에 문제가 생길 경우 단순히 수리하거나 복원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로지 한 가지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단지 내 나무로 인해 전망이 가려진다는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무를 자르면 되겠지만, 만약 그 나무가 유실수라면 단지 내에 속해 있는 나름의 자원인 열매 수확이 줄어들 것이고 대기 정화 역할도 줄어들 것이다. 
주차 문제도 마찬가지다. 주차공간이 협소한 단지 내에서 주차된 차량이 통행에 방해된다는 민원을 해결하려면 주차단속을 실시해야 하지만 주차면적의 한계로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이뿐이겠는가? 가로등이 일찍 켜지거나 늦게 꺼지기라도 한다면 누군가에게는 위험한 밤중에 희망의 빛이 되겠지만, 전기세로 인해 관리비 증가가 불만인 사람도 있어 서로 의견이 대립하기도 한다. 
위의 여러 가지 사례와 같이 직접 접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들이 많다. 아파트에 민원이나 문제가 많을까 싶겠지만, 여기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개선하고, 연구하고, 해결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도 또 다른 문제가 항상 기다린다.
다만 무엇을 꾸미고, 만들고, 설치함에 있어 입주민 모두를 이해·공감시키거나 환영받을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하지 않을까. 무엇이든 지혜롭지 못하게 사용하거나 설치 혹은 통제한다면 그것은 양날의 검과 같이 입주민은 물론 관리주체에게도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으니 모두가 상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는 오늘도 관리직원들과 함께 노심초사하며 아파트 일에 열심히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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