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열수송관 파열 약 8건…아파트 인근 사고만 ‘5건’
[기획] 아파트 발밑의 시한폭탄 ①

 

 

원인은 20년 이상 노후관로 부식
지역난방사업자 37개 등 관리주체 제각각
“각종 배관 집중된 아파트, 별도 대책 필요”    

지난 2월 25일 서울 양천구 일대 도로 두 곳에서 시간차를 두고 열수송관이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한곳은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 매설된 열수송관으로, 긴급히 임시배관을 설치해 난방 공급 중단은 피했지만 5,000여 가구 아파트 입주민들은 더 큰 안전사고로 이어지진 않을까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고양시 백석역 열수송관 폭발사고로 인해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 지 2달여 만의 일이었다. 백석역 사고 당시 산자부와 한난은 부랴부랴 노후배관 긴급점검에 들어갔고, 한난은 올 1월까지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해 그간 안전문제에 안일했던 조직을 혁신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했다. 이미 20~30년이 지나 부식 등이 진행된 노후시설을 단시간 내 회복키란 어려운 일. 이를 입증하듯 올해 2월 또 다시 발생한 열수송관 파열사고에 이어 KT 통신구 화재, 인천·서울 지역 붉은 수돗물 등 기반시설 노후화에 영향을 받은 대형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 

지난해 겨울철 집중됐던 열수송관 파열사고는 일단 봄·여름철 온도 상승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잇따른 기반시설 관련 사고에 따라 최근 8개 부처 합동으로 열수송관 포함 ‘기반시설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은 상태다. 8개 부처에 포함된 산자부는 이에 발맞춰 지난해 12월 백석역 사고 이후 반년 만에 열수송관 안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열수송관 파열사고가 집중된 것은 지난해였다. 지난해 1월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아파트 지하 열수송관이 파손돼 노원구 및 중랑구 일대 아파트 6만4,674가구의 난방·온수 공급이 끊긴 사고를 시작으로 ▲2월 경기 분당 서현역 인근 1건 ▲3월 서울 강남 도로변 및 경기 분당 아파트 인근 도로변 총 2건 ▲12월 경기 고양시 백석역 인근,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인근, 경기 안산시 아파트 인근에서 총 3건이 연달아 발생해 지난해만 서울·경기 지역에서 총 7건의 열수송관 파열사고가 일어났다. 이어 올해 2월 서울 양천구 아파트 인근에서 발생한 사고까지 합하면 1년여간 총 8건이 발생한 셈. 
이 밖에도 지난해 12월 부산 해운대구 호텔 인근 열수송관 파손으로 온천수가 맨홀을 통해 흘러나오는 등 언론에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은 사고까지 합하면 전국적으로 더 많은 사고가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사고로 인해 특히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아파트였다. 겨울철 영하의 날씨에 난방과 온수 공급이 끊겨 수천 가구에 달하는 입주민들이 밤새 추위에 떨어야 했으며, 특히 아파트 건물 특성상 배관 폭발 및 고온수 유출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속에 생활해야 했다. 
현재 지역난방을 이용하는 아파트의 경우 열수송관을 아파트 입구까지 매설, 입구부터는 열수송관과 연결된 열교환기를 통해 아파트 내부 배관(아파트 자체 관리)으로 분배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 모 아파트 입주민은 “열수송관 파열사고가 집중된 지역에 거주하고 있고 아파트 단지 안에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도 있어 늘 폭발사고 발생에 대한 불안함을 갖고 있다”며 “백석역 사고 직후 한난이 보수공사에 나섰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긴 했지만 이에 소요되는 기간 동안의 안전은 보장받지 못할 것이고 실제로 타 지역에서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더욱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난은 열수송관 파열사고 발생 원인을 ‘열수송관 연결구간 용접부 내구성 저하’로 분석했다. 2003년 이전에 조성한 초기 열수송관의 경우 ‘온수예열공법’을 사용, 연결구간 용접부에 사각형 덮개가 필요하다. 이 용접부 덮개가 20년 이상 수명을 다하면서 부식되고 겨울철 한파 등 외부영향에 취약해지면서 쉽게 파손돼 온수가 유출된 것. 문제가 발생한 배관들 역시 1990년대 초반 서울 강남을 비롯해 분당, 고양, 평촌 등 1기 신도시 건설 당시 조성한 것으로서 20년 이상 된 노후관로들이었다. 
현재 전국 열수송관 중 20년 이상 된 노후관로는 32%에 달하고, 이 중 한난 10개 지사 내 사고원인과 동일한 연결구간 용접부는 총 443개 지점이 있으며 이의 약 80%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난은 현재까지 443개소 중 437개소를 보수하고 3℃ 이상 지열차 지점 203개소에 대해서도 123개소 보수를 마친 상태다. 나머지 배관에 대해서는 올해 안으로 조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한난이 관리하는 열수송관이 전국 열수송관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는 것. 나머지는 지역별 37개 지역난방사업자 및 서울에너지공사 등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2일(서울 목동)과 13일(경기 안산) 연달아 사고가 발생한 열수송관 역시 관리주체가 각각 서울에너지공사와 안산도시개발이어서 한난의 긴급조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올 2월 사고가 발생한 서울 목동 아파트 인근 열수송관도 마찬가지로 서울에너지공사 관할이었다.
이에 따라 산자부의 이번 ‘열수송관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종합대책’은 37개 사업자의 안전관리를 체계화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산자부는 이들 사업자의 안전관리규정을 통합하는 한편 자체검사(사업자)에서 현장확인검사(한국에너지공단)에 이르는 이중점검체계를 구축하고, 열수송관의 검사·관리·보수 이력 DB 구축 및 첨단 실시간 진단기술을 도입한다. 
아울러 개체투자에 대한 저리융자지원, 안전설비투자 세제지원 등 정부지원을 통해 사업자의 재정안정성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총 8개 부처를 아우르는 기반시설 안전관리 종합대책과 산자부의 열수송관 세부대책이 마련됐지만 이미 다수의 굵직한 안전사고가 발생한 이후에야 사고를 수습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보다 앞선 2015년 12월경에도 이미 서울 등촌동에서 열수송관 파열사고가 발생한 바 있었고, 이것이 전선케이블에 영향을 미쳐 인근 아파트 단지 3곳의 전기공급이 중단되면서 입주민 5명이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등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당시 열수송관 관리에 대한 별다른 대책 없이 한전이 정전사고를 수습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2007년 12월에도 같은 지역에서 아파트 인근 열수송관 파열사고로 인해 파이프 보수 작업자 1명이 다치고 일대 1만600여 가구의 난방공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이 밝힌 사고원인은 ‘노후배관 부식’. 내구연한보다 앞선 조기부식 위험성을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었던 대목이다.
아파트 관리현장에서는 정부 및 열수송관 관리주체들의 이러한 땜질식 대처에 더 큰 불안감을 나타냈다.
서울 목동 모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아파트는 특히 난방배관, 하수배관, 수도배관, 가스배관 등 다양한 배관이 한꺼번에 시설돼 있어 누수, 폭발 등의 사고에 극도로 취약하다”며 “작은 시설하자조차도 전 가구에 영향을 미치는 아파트의 특수성을 감안해 아파트에 인접한 열수송관에 대해서는 별도의 사고예방 및 사고대응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산자부는 백석역 열수송관과 같은 폭발사고는 특수한 경우라는 설명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백석역 사고의 경우 지역난방사업을 시작한 이래 30년 만에 처음 발생한 사고로, 용접부 덮개라는 특수한 구조에서만 발생 가능성이 있었다”면서 “현재 용접부 덮개를 사용한 배관에 대해 취약지점 여부를 불문하고 구조적인 조치를 거의 완료한 상태기 때문에 폭발과 같은 대형사고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난 및 서울에너지공사, 37개 지역난방사업자들과 배관 불량률 최소화에 철저를 기하는 등 미세한 사고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안전관리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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