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도 늙는다. 콘크리트로 지은 아파트는 움직이거나 숨을 쉬지는 않지만 살아있다. 비와 바람, 자외선에 아파트는 균열이 생기고 콘크리트가 떨어지며 철근도 녹슨다. 때문에 사람처럼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는 페인트를 칠해주고 상처를 치료해 줘야 오래 살 수 있다.
지난해 입법예고한 대기환경보전법 하위법령상의 아파트 재도장 분사방식 규제 방향을 보면 답답하다. 스프레이 작업보다 롤러·붓 작업이 어렵고 경제성이 없다 보니 도장공사 업체에서는 기피하고, 큰 폭의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증가는 아파트 관리비로 감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에 주택관리사들은 앞이 캄캄하다.

▲ 믹싱리퀴드(바인더) 미 시공으로 인한 하자 사례

 

환경부가 공동주택 장기수선제도를 고려해 일단 유예하고 있긴 하지만 아파트에서는 준비가 미흡한 실정이다.

이와 함께 환경부는 재도장 분사방식 규제에 따른 예외조건을 검토하고 있다. 비산 페인트를 막기 위한 장치나 기술, 기타 조건에 대해 예외를 둠으로써 좀 더 현실성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환경부가 제시한 재도장 분사방식 규제 근거자료들을 살펴보면 외벽 수성페인트에 대한 현실적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 같다. 
지난해에는 극심한 미세먼지 탓에 국민건강과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일정기간 유예를 두고 준비하되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러나 현재는 장기간 유예 또는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환경부가 선진국형 환경정책만을 주장하거나 반대로 개정안 시행에 따른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만을 각자 주장한다면 해결책을 마련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다만 무리한 정책 추진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결과를 낼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아파트는 제때 외벽 재도장을 하지 않으면 수명이 짧아진다. 환경부는 고층화된 아파트의 재건축이 어렵다는 점, 이것이 국가적 문제인 점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따라서 환경부는 재도장 공사 규제 방향에 대해 다시 한 번 검토해야만 한다. 지나친 규제는 현실성 부재와 큰 비용 소요라는 결과를 낳는다.
재검토 방향을 제안하자면 첫 번째, 공사비 증가 부분에 대한 보다 자세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현장에서는 재도장 공사비가 2~3배 증가할 것이라는 추측에 너무 위축돼 있다. 아파트 재도장은 외벽, 내벽을 포함하고 외벽은 콘크리트 보수 및 균열보수 공정과 수성페인트 도장 공정이 있다. 수성페인트 도장 공정에서는 지금도 붓·롤러 작업은 일부 사용되고 있다. 내벽 재도장 공사부분은 제외하고 외벽 재도장공사 비용에서 균열보수 공정과 일부 붓·롤러작업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공사비 증가 부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두 번째, 분사방식 예외사항에 대한 전문가들의 충분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비산 방지 대책은 비산되는 페인트를 줄이자는 것이다. 100% 막는 것과 90% 막는 것은 기술적으로 몇 배의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완벽히 비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 첨단화된 장비가 필요하게 되며 관련 비용이 크게 소요돼 자칫 불가능한 예외사항이 만들어질 수 있다. 비산되는 페인트를 막는 구조와 장치에 대해서도 예외사항 검토가 필요하다.
세 번째, 재도장 공사에만 필요한 믹싱리퀴드(바인더) 작업에 대한 전문적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페인트가 오래되면 노후화하고 초킹현상(분말가루가 묻어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럴 때 재도장 시 믹싱리퀴드 작업을 해야 한다. 믹싱리퀴드 성분은 물 60~70%, 아크릴계수지 30~40%인데, 물을 400% 이상 희석해 사용한다. 그러면 결국 95%가 물이 된다. 실질적으로 외벽 도장에 페인트 200통이 들어간다면, 믹싱리퀴드는 10통도 들어가지 않는다. 분사 시 도포량의 5%도 비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페인트는 50% 이상이 고형분으로서 비산될 경우 그대로 고형분 미세먼지로 바뀐다.
예를 들어 400가구 정도의 아파트가 재도장 공사를 한다면 페인트는 200통, 믹싱리퀴드는 10통 정도 필요하다. 200통의 페인트를 스프레이 작업해서 10%가 공중에서 비산된다면 20통이 비산되고 이 중 고형분이 50%면 10통 만큼 비산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믹싱리퀴드는 10통에 물 40통을 희석해 총 50통으로 스프레이 작업을 했을 경우 10%가 공중에서 비산된다면 이 중 5통이 비산되고 5%인 0.25통 만큼만 공중에서 비산되는 고형분이 발생하는 것이다. 즉 믹싱리퀴드는 물이 95% 정도며 페인트보다 소모량과 비산되는 양이 현저히 적다.
이러한 믹싱리퀴드 작업도 도료라고 간주해 똑같이 규제한다면 노후 아파트일수록 비용 증가가 클 것이고, 비용 때문에 도장공사를 생략하게 된다면 접착 불량으로 페인트가 떨어지는 하자가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믹싱리퀴드 작업과 같이 도료의 고형분이 10% 이하일 경우에는 비산되는 양이 극소하므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네 번째, 재도장 공사비 증가로 제때 공사를 하지 못하면 아파트는 더 빨리 노후화하므로 장기수선제도 조정기간 동안 공사비 지원이 필요하다. 노후 자동차에 매연 저감장치의 개량이 필요한 것처럼 아파트도 노후하면 페인트로 개량해야 한다. 

▲ 아파트 재도장 페인트 분사 시공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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