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를 어쩌나

한국아파트신문사l승인2019.06.05 10:46:17l11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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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2018년 6월 25일 오전 8시경.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등교 중이던 중학생이 멈춰버린 승강기에 갇혔다. 출동기사가 달려오고 있었지만, 화가 난 어머니는 출근 중인 관리사무소장에게 전화를 걸어 “너 지금 어디야!”란 말로 시작해 온갖 폭언을 퍼부었다. 소장이 출근시간 전에 급히 도착했을 땐 이미 아이가 구출된 상태였지만, 어머니와 가족은 보자마자 뺨을 때리고 허리를 걷어차며, 여소장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승강기 때문에 현장에 출동해 있었던 경찰이 말렸지만, 어머니는 “소장을 때리고 나니 그나마 속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사례2> 이보다 한 해 앞선 2017년 8월 16일 오후 5시쯤.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도 40대 여성 입주민이 승강기에 갇히는 일이 발생했다. 관리직원이 달려가 “업체 기사가 오는 중이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진정시켰고, 입주민은 119에 전화했다. 기사보다 먼저 도착한 119구조대는 관리사무소장에게 승강기 문을 강제 개방할 경우 파손될 수도 있다고 전제하고 “문을 열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고심하던 소장은 파손 시 승강기 운행이 장시간 불가능할 것을 우려해 기사가 오는 중이니 조금만 더 기다릴 것을 제의했다. 그러나 소식을 듣고 달려온 남편이 속히 구조할 것을 요청해 결국 문을 강제 개방했다. 하지만 의외로 파손은 없었고, 곧이어 도착한 기사가 정비해 바로 정상운행에 들어갔다.
이 일은 이외의 후폭풍을 몰고 왔다. 소장의 대응에 불만을 품은 남편이 ‘업무상 과실치상’으로 경찰에 신고하면서 언론에까지 보도됐다. 신문과 방송매체들을 ‘승강기에 여성 갇혔는데 관리소장 구조 막아’ ‘승강기 부서지니 사람은 나중에 구해라’ 식의 자극적 제목을 달아 전국적으로 일제히 보도했다. 소장은 순식간에 ‘주민 안전은 아무런 관심도 없고, 오로지 시설물에만 신경 쓰는’ 파렴치한 인간이 됐다.

인간이 고층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된 건 수 천 가지의 기술이 진보하면서 결합했기에 가능했지만, 그중 핵심은 엘리베이터다. 보통 사람의 다리로 하루에도 몇 번씩 수십층 계단을 오르내리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개발되지 않았다면 하늘로 치솟은 마천루를 건설하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주거시설에 승강기가 도입되면서 땅바닥 생활만 하던 인류가 수백미터 하늘 위의 ‘공중부양’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 최고층 빌딩은 2년 전 개장한 롯데월드타워로 555m의 높이를 자랑하는데, 아파트도 부산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가 301m를 돌파했다. 아파트로만 따지면 세계 두 번째다.
이렇게 많은 사람과 짐을 싣고 수백미터를 오르내리는 시설물이기에 승강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안전’이다. 속도와 정확성, 정숙성, 조망, 편리성 등 모든 시스템적 가치를 다 합해도 안전보다 무거울 순 없다.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해 왔지만, 아직도 가끔은 승강기 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승강기 조작은 엄격히 제한돼 있다.
사실 멈춘 승강기에서 사람을 나오도록 하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작은 도구 하나만 있으면 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전에는 관리직원이 멈춘 승강기를 개방해 승객이 걸어 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 흔히 있었다. 멈춘 승강기 역시 문틈에 낀 이물질을 제거하고 전원을 다시 켜거나, 리셋해주면 바로 운행이 가능하기에 큰 문제가 아니면 굳이 업체기사를 부르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리 할 수 없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있어도 하면 안 된다. 법 규정이 강화되면서 무자격자의 승강기 조작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파트에 승강기기사를 따로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니 관리자 입장에선 난감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위 두 사례가 아니어도 승강기 멈춤과 갇힘 사고는 전국적으로 수없이 벌어지는 매우 빈번한 증상이다. 업체기사 한 명의 담당면적도 넓은데다, 긴급차량 사이렌을 장착할 수도 없어서 출퇴근 시간과 맞물리면 도착시각을 예측할 수도 없다.
이런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승강기 교육이 생겨 관리자가 승객을 구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런데 이 교육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전국적으로 몇 안 되고, 시간도 애매해 또 다른 문제와 갈등을 낳고 있다. <관련기사 1면>
현장의 애로를 접한 대한주택관리사협회가 적극 나서 행정안전부, 승강기안전공단 등과 협의체를 구성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승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되, 운행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현명한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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