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두칼럼 19 >>집건법과 공주법의 발전방향

 

 

임차상인 보호 위한 법 제도 가진 나라 한국 포함 3곳뿐
사회현상 극복 위한 논의 수준 우수…발전의 동력될 것

만약 커피숍을 경영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맛있는 커피 만드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 다음에는 점포를 마련해야 한다. 이왕이면 나만의 색채가 묻어나는 인테리어가 된 점포에서 내가 원하는 최신식 커피머신을 갖추고 영업을 시작하고 싶다. 그러나 어떻게 점포를 장식해야 할까, 어떤 커피머신을 구입할까, 어느 장소의 점포를 선택할까 고민하기 위해서 들여야 하는 수고가 녹록지 않다. 

그렇다면 매물로 나온 커피숍 중에서 적당한 것을 골라 인수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잘하면 기존 고객들까지 함께 넘겨받을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하려면 커피숍을 팔고자 하는 사람에게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장사가 잘 될수록, 인테리어가 훌륭할수록, 영업이익이 클수록, 고객이 많을수록 높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이렇게 지급해야 하는 대가를 권리금이라고 한다. 
권리금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일까? 
그렇지 않다. 커피숍을 경영하기 위해서 기존 점포를 인수하는 방법을 언급했는데, 이것이 우리만이 생각해 낼 수 있는 독특한 방법일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 영업을 위해서 기존의 점포를 인수하는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권리금을 주고받는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독특한 현상이 아니다. 
2015년 권리금과 관련해 임차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이 개정됐다. 
필자도 이 법 개정 작업에 참여했다. 사실 그 이전부터 임차상인 보호에 관심을 갖고 법 제도 개선을 위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있다. 
“권리금은 없어져야 하지 않나요?” 
그 질문에 대해서 늘 이렇게 답변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권리금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권리금 현상은 어느 나라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답변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는 표정을 드러내곤 했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한편으로 잘 몰라서 그런 질문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그 질문의 이면에 우리 스스로 우리 것을 낮추고 우리 것은 보편적이지 않고 못났다는 열등감이 자리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권리금과 관련해 임차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 제도가 마련됐다. 이러한 법안을 만든 나라는 영국과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두 나라 모두 2차 대전 직후 그 나라가 처한 사회경제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 임차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모든 국가들이 임차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 제도를 갖고 있지는 않다. 미국, 일본, 독일에서도 권리금은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이 나라들은 별도로 임차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를 갖고 있지 않다. 아시아국가 중에서 권리금 현상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고 이를 법 제도화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물론 권리금과 관련된 우리의 법 제도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사람은 자랑스러운 마음보다 부끄러운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마음을 갖든지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높은 자영업자 비율이라는 사회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 임차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이나 논의 자체를 발견하기 어렵다. 생각의 끝이 어떠하건 생각이 미친다는 것과 생각이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우리는 흔히 생각이 미치지 않음을 나무라지 않던가? 
공동주택이나 집합건물에 관련된 법 제도에 대해서도 비슷한 말을 할 수 있다. 이 분야에서 우리의 생각은 다른 나라에서 생각하기 어려운 지점까지 미치고 있다. 
공동주택이나 집합건물의 관리에서 임차인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유일하다. 다른 나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수준이다. 관리를 위한 법 제도의 정밀함이나 이 분야 산업의 발전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아파트가 우리의 일반적인 주거현상인 것을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말로 풍자하든지, 아니면 이를 자연스러운 우리의 삶의 양식으로 받아들이든지, 우리는 아파트나 대규모 집합건물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니 생각이 멀리까지 안 미칠 수가 없다. 그런 뻗친 생각의 끝자락을 배워보려고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의 학자나 전문가도 많다. 물론 누군가는 우리나라의 법 제도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부끄러워할 수도 있다. 그리고 문제가 많다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만약 그런 부끄러움을 다른 나라의 누군가 듣는다면 그 부끄러움조차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무언가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만 그것의 품질이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권리금이나 부동산 관리의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논의의 담론은 세계적으로 수준이 높다. 그리고 꼭 이 분야만 우연히 그럴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우리 것에 대해서 부끄러움을 갖는 것은 좋다. 그러한 열등감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우리 사회를 더 좋게 만드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부끄러움은 더 잘할 수 있는데 잘하지 못함에 대한 부끄러움이어야 한다. 우리가 남들보다 못하기 때문에 느끼는 부끄러움은 아니어야 한다. 잘하는데 더 잘하겠다는 사람의 마음자세와 못하지만 잘해야겠다는 사람의 마음자세가 같을 수는 없다. 
잘하고 있지만 더 잘할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면 더 신나지 않을까?  

김영두 교수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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