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신년기획 ‘음지의 노동자-미화원’편이 오늘자로 막을 내렸다. 본지의 기획의도 역시 사람을 ‘사람’으로 보자는 것이었다. 공동주택의 종사자들인 관리사무소장, 관리과장, 기사, 경리, 서무, 경비원, 미화원들은 모두 ‘사람’이고 우리 ‘이웃’이다.
2014년 겨울 분신한 경비원 역시 ‘나도 사람이다!’라는 절규를 불사른 것이었다. 
미화원들은 어머니가 됐고, 할머니가 됐지만 그들도 전엔 찬란한 ‘소녀’였다. 그들은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운 어머니들이다. 한 평생 남편과 자식에게 헌신하며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역군들을 길러냈다. 그 어머니들에게 얼음장 같은 손을 잠시나마 녹일 수 있도록 따뜻한 난로와 쉼터가 제공되길 바란다.

윗 글은 본지 2016년 2월 17일자(965호) 사설의 일부분이다. 3년여 전 겨울, 본지는 신년특집 연속기획으로 ‘음지의 노동자-미화원’ 시리즈를 집중보도했다.
겨울의 한복판,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던 1월 초부터 취재에 들어간 본지 기자들은 회를 거듭할수록 아연실색했다.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아파트 미화원들의 노동실태와 환경이 너무나 열악했기 때문이다.

“지하주차장 계단을 내려가자 적재물들이 쌓여 있는 주차장 구석에 가벽을 세운 미화원 휴게실이 보인다. 허름한 문을 열자 냉기를 막기 위해 벽에 덕지덕지 붙여 놓은 스티로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찬 바닥엔 노란색 장판과 전기장판이 깔려 있고 그 옆에 휴대용 가스레인지가 놓여 있다. 협소한 공간에 지하주차장 벽이 그대로고, 캐릭터 스티커가 다닥다닥 붙은 낡은 사물함은 입주민이 버린 재활용품을 가져온 것 같았다. 작은 냉장고 역시 입주민이 준 것을 쓰다가 고장이 나 무용지물이라고 한다. 지금은 겨울이라 도시락 반찬이 상할 리 없지만 여름엔 음식을 어떻게 보관할지 걱정이다…. 이들은 점심시간에도 두꺼운 패딩을 벗지 않는다. 시린 손발은 전기장판으로 잠깐이나마 녹인다 해도 시린 어깨와 등은 어쩔 수 없어 방한점퍼에 따뜻한 보리차 한잔으로 잠깐의 휴식을 취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아무런 휴게시설이 없는 곳에서도 일해 봤기에-추위를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는 문과 다리를 뻗을 수 있는 지금의 장소에 만족한다고 말한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소제목을 ‘수용소만도 못한 휴게시설’이라고 붙였다.
2016년 최저임금 시급이 6,030원에 주 6일 근무. 그렇게 토요일 오전까지 일하고 받는 월급이 80만원 정도였다. 물론 지금은 급여도 오르고 주 5일 근무제가 확산 추세에 있지만, 아파트 노동자 중에도 최하층으로 분류되는 미화원과 경비원의 ‘쉬는 모습’은 별로 변한 게 없다. 경비원은 밤에도 경비실 안에서 의자에 기대 쪽잠을 자는 게 전부고, 미화원은 아직도 입주민 눈을 피해 음습하고 칙칙한 지하의 구석에서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쭈그려 앉아 밥을 먹는다.
세상은 ‘사람답게 사는 삶’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데, 사람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아파트의 노동자들은 전혀 사람답지 못한 삶을 살아온 것이다. 그런 점을 뜻있는 입주민들이 안타까워했고, 일부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가 앞장서 휴게실을 만들어준 단지도 있다. 일부 지자체에선 아파트 설계부터 휴게공간 설치를 의무화하기도 했지만 법적 강제는 아니었다.
본지의 심도 있는 문제제기가 나온 지 3년여 만에 아파트 노동자의 휴게시설 설치가 의무화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1면> 
국토교통부는 관리종사자의 휴게시설 설치와 함께 아파트 실외기실에 대한 세부기준 마련 등 입주민 민원이 많았던 부분들에 대한 규정을 손보기로 하고 입법예고했다.
국토부는 “향후에도 공동주택 관련 민원 을 면밀히 살펴 보고 필요한 사항은 적극적으로 개선해 국민들이 보다 편안하고 쾌적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역시 ‘사람다운 삶’을 위해선 ‘국가다운 국가’가 먼저 우뚝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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