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대표회의 ‘협의’ 어디까지?

입주자대표회의 ‘의결’과 엄연히 다름에도 월권행위 버젓이
심층취재 | 우리가 몰랐던 혹은 외면했던 아파트의 불편한 진실③
마근화 기자l승인2019.05.08 15:31:50l11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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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15일 개정 민간임대주택법 시행 
‘임차인대표회의 구성 의무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이하 민간임대주택법)이 개정되면서 올해 2월 15일부터 공동주택관리법상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에 해당하는 민간임대아파트는 ‘임차인대표회의’를 의무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또 ‘주택의 관리, 임차인대표회의 및 분쟁조정위원회 등에 관해서는 민간임대주택법을 준용한다’는 공공주택특별법 제50조(공공임대주택의 관리)에 의거해 LH와 SH공사 등의 공공임대아파트도 임차인대표회의 구성을 의무화함으로써 임차인들의 권리가 한층 강화됐다. 하지만 ‘협의기구인’ 임차인대표회의를 마치 입주자대표회의와 같은 ‘의결기구’로 오해하면서 관리주체와 분쟁이 야기되는 등 부작용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우려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주차문의는 임차인대표회의로?
관리주체 업무, 회장이 직접 수행 

국민임대와 영구임대로 구성된 경기도 성남시의 A아파트의 경우 임차인대표의 전횡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아파트 임차인대표회의는 지난해 8월경 회의를 개최해 주차요금을 ‘가구당’ 매월 1만원으로 부과하기로 결의했고, 예외차량(거주를 달리 하는 임차인의 직계·존비속 소유차량)은 산정기준에서 제외키로 했다. 다른 아파트의 경우 일반적으로 차량 대수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것에 비해 이 아파트는 차량 대수와 관계없이 가구당 월 1만원의 주차요금을 부과하면서 한 가구에서 7대의 차량까지 등록한 경우도 나타났다. 올해 1월 말 기준 A아파트 주차차량 등록현황에 의하면 2차량인 가구는 92가구, 3차량은 12가구, 4차량은 2가구, 5·6·7차량은 각 1가구로 집계됐다. 
문제는 주차차량 등록업무를 임차인대표회의 회장이 직접 하면서 비롯됐다. 관리사무소에서는 전산처리만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사실상 임차인대표회의 회장이 관리주체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셈이어서 법적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는 상황.  

임차인도 모르는 차량이 등록돼
바로잡기 나선 관리소장, 하지만…

지난해 11월경부터 A아파트에 부임한 B소장은 이 같은 불합리한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분부터 주차요금을 변경 적용토록 했다. 차량 대수에 관계없이 1가구에서 7대를 등록해도 1만원만 부과하던 방식에서 1차량은 무료, 2차량은 1만원, 3차량은 2만원, 4차량은 3만원을 부과토록 관리규약에 적합하게 개선하고, 주차차량 등록 및 해지신청도 관리사무소로 해달라고 입주민에 공고했다. 
그러자 “자신도 모르는 차량이 등록돼 주차료를 부과했다” “입주민 소유 차량이 아닌 차량이 주차등록 돼 있다”는 등의 입주민들 민원이 제기되면서 의구심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모 입주민은 1차량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호수에 자신이 모르는 3대의 차량이 더 등록돼 있는 것을 확인, 관리사무소에 차량 등록 해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B소장은 “임차인대표회의 회장이 주차차량 등록업무를 직접 하는 것은 관리주체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인데다 입주민들의 개인정보와 관련한 것이어서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임차인대표회의 회장에게 입주민들의 주차차량 등록서류를 모두 관리사무소로 이관해달라고 거듭 요구했지만 이에 불응하자 관할관청에 지도·감독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관할관청은 “임차인대표회의에서 입주민 차량등록서류를 보관하고 있다면 즉시 관리주체에게 이관해 관리업무에 철저를 기하도록 협조해 달라”고 회신한 상태다. 
그러나 임차인대표회의 회장은 이를 무시하고 현재까지도 주차차량 등록서류를 이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임차인대표회의 회장은 회의실의 자물쇠도 임의로 변경했으며, 입주민들을 선동해 관리비 납부 거부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입주민들과 직원들 앞에서 B소장에게 ‘너는 관리소장 아니야’ 등 수차례에 걸쳐 모욕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A아파트 전임 관리소장(여)은 임차인대표회의 회장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결국 견디지 못하고 그만 둔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 부당 간섭 배제 
임대아파트는 해당사항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임대아파트라는 이유로 관할관청에서 적극적인 제재 및 지도·감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B소장은 임차인대표회의 회장의 불법 또는 부당한 업무간섭 등으로 운영이 잘 이뤄지지 않자 관리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관리소장의 업무에 대한 부당 간섭 배제 등)를 근거로 내세워 관할관청에 지도·감독을 몇 차례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주택의 관리, 임차인대표회의 및 분쟁조정위원회 등에 관해서는 민간임대주택법을 준용하며, 민간임대주택법에 따라 공동주택관리법의 일부 조문만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는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사료되며 임차인대표회의와 임대사업자 간 협의해 결정한 아파트 관리규약을 통해 해결하거나 민간임대주택법에 따른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 같은 유권해석에 대해 B소장은 임대아파트를 의무관리대상에 포함해 주택관리사를 배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규정에서 적용 제외한다는 것은 납득이 되질 않는다며 입법 미비로 인한 문제라면 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차인대표회의 ‘운영비’ 둘러싼 마찰 
회의 참석수당 외 근거규정 없어

임차인대표회의는 입주자대표회의와 달리 운영비를 지급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다보니 회의 참석수당을 비롯한 운영비와 관련해서도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종종 마찰을 빚고 있다. 
인천에 소재한 C임대아파트 관리소장은 임차인대표회의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곤혹을 치렀다. 관리규약에는 임차인대표회의 회의 참석수당으로 1인당 3만원으로 규정돼 있고 임차인대표회의 구성원 정원은 13명으로 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해 매월 정액 70만원이 지급되고 있었기 때문. 이 아파트에 처음 부임했을 당시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한 D소장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보다 투명하고 명확히 하기 위해 운영비 사용규정을 만들었고 협의 끝에 구성원 수대로 회의 참석수당을 지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또한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지만 임차인대표회의와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합의할 수밖에 없었던 것.  
10년 공공임대아파트인 경기도 의정부시 E임대아파트 관리소장은 “임차인대표회의는 ‘협의’를 할 수 있고 의결할 수 있는 권한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분양아파트와 똑같이 생각해 모든 사항을 보고하고 임차인대표회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한다”면서 “심지어 노인정 개소에 따른 집기물품 구입 건과 관련해 자신들은 의결을 해주지 않았으므로 집행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한 사례도 있다”며 여러 애로사항을 털어놨다. 
더욱이 임차인대표회의가 구성되자 위탁관리업체를 비롯한 경비·청소용역업체 등을 다시 선정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해 권리를 넘어서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고 한다.   
일부 임대아파트 단지에서는 청소 및 경비용역업체 등의 선정과정에서 실제 대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자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대아파트도 분양아파트처럼 지자체 감사 등 제도 개선 시급

분쟁 예방 위해 임차인대표회의 ‘협의’ 개념 명확히 서야

임대아파트 관리현장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임차인대표회의는 협의기구로 분양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와 달리 의결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잘못 이해해 분쟁이 빈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협의(協議)’의 사전적 정의는 “둘 이상의 사람이 서로 협력해 의논한다”는 뜻이다. 
임차인대표회의 구성이 임의조항이었던 종전에는 임차인대표회의가 구성된 경우 임대사업자가 임차인대표회의와 협의해야 할 사항으로 ▲관리규약의 제정 및 개정 ▲관리비 ▲공용부분·부대시설 및 복리시설의 유지·보수 ▲이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으로 하자보수와 공동주택 관리에 관해 임대사업자와 임차인대표회의가 합의한 사항으로 규정돼 있었다.    
하지만 임차인대표회의 구성이 의무화되면서 ‘협의사항’에 ▲임대료 증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으로 임차인 외의 자에게 주차장을 개방하는 경우 개방할 수 있는 주차대수 및 위치, 개방시간, 주차료 징수 및 사용에 관한 사항 등을 새롭게 추가했다. 
또 임차인이 임차인대표회의를 구성하지 않은 경우에는 임대사업자가 임차인이 임차인대표회의를 구성할 수 있도록 임차인대표회의를 구성해야 한다는 사실 등을 반기 1회 이상 임차인들에게 통지함으로써 지원해야 한다는 규정도 신설했다.   
사실 임차인대표회의의 구성 의무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지난 2005년경부터 꾸준히 있어왔으나 번번이 임기만료로 폐기되거나 여러 반대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2017년 1월경 대표발의한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이 대안으로 마련돼 2018년 7월경 국회 본회의를 통과, 같은 해 8월 14일 공포되면서 결실을 맺었다.  
모 비영리 민간단체 대표는 ‘예상 외’(?)로 현 임차인대표회의 제도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취했다. 임차인대표회의 구성에 대한 임대주택법 개정 당시 입법을 위해 힘을 쏟았던 장본인이기에 더욱 의아했다. 
임대아파트의 실상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임대아파트의 경우 임차인대표회의의 부정 비리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지방자치단체에서 감사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보니 이를 제재하거나 바로잡을 수 없고 오히려 비리가 횡행하게 된다”며 “임차인대표의 임기에 대해 관리규약에서는 정하고 있지만 분양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처럼 법령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아 장기간 임차인대표를 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분양아파트 못지않은 제재 조치 및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화성시의 F임대아파트 관리소장은 “임차인대표회의와의 ‘협의’과정은 이론상으로는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며 “무엇보다 관리주체가 소신껏 일할 수 있는 관리 여건이 선행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일부 임대아파트에서는 관리비 예산의 경우 ‘협의’가 아닌 의결에 가까운 수준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등 오히려 임차인대표회의가 ‘협의’ 아닌 의결기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임대사업자가 이를 방치하는 경향도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협의사항으로 돼 있지만 관리비에는 관리직원들의 인건비가 포함돼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는 임차인대표회의의 승인 또는 의결이 있어야  가능한 것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물론 임차인대표회의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임대아파트도 없진 않다. 임차인대표회의가 구성된 지 2년 정도 된 경기도 화성시 G임대아파트 관리소장은 임차인대표회의와 ‘협의’가 잘 이뤄지고 있으며 무리하게 요구하는 부분도 없다고 전했다. 
다만 “임차인대표회의가 의무화되면서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운영비를 요구하거나 판공비를 요구하는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며 대부분의 임대아파트에서 임차인대표회의와의 관계 설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협의’ 개념이 명확히 서지 않으면 분쟁만 계속 양산될 공산이 크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2016년 8월 말 기준 LH의 임대아파트 중 임차인대표회의 구성비율은 약 42%(▲영구임대 128곳 중 18곳 ▲공공임대 50년 40곳 중 9곳 ▲국민임대 606곳 중 272곳 ▲공공임대 5·10년 90곳 중 60곳)로 집계됐으며, 민간임대아파트의 임차인대표회의 구성 현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올해 2월 15일부터는 임차인대표회의 구성이 의무화됨에 따라 앞으로 임차인대표회의를 구성하는 임대아파트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며, ‘협의’가 아닌 ‘의결’ 권한을 행사하려는 임차인대표회의로 인한 분쟁도 지금보다 더 확대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LH의 경우 매년 임대아파트 단지 평가에 임차인대표회의 구성 여부를 반영, 가점을 부여해 임차인대표회의 구성을 독려하고 있는 만큼 진정성 있는 임차인들의 참여를 통한 임차인대표회의의 활성화가 실이 아닌 득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보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마근화 기자  yellow@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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