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재도장 스프레이 제한, 무조건적 규제 능사 아니다

김소중l승인2019.05.08 13:55:14l11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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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지난해 9월 12일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원인인 날림(비산)먼지 발생 사업장의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시행규칙을 일부 개정(이하 개정안)했다.
연면적 1,000㎡ 이상 건축물의 재도장 시에는 분사방식 규제 또는 방진막 설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적용대상은 30평 이상의 10가구 이상 다세대주택 등 아파트가 해당한다.

■ 환경부,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아파트 입주자 연합회, 도장업체, 국민 의견 엇갈려 해결책 고심
이번 개정안은 재도장 공사를 제때 실시해 공동주택의 수명을 늘리는 장기수선계획 제도와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 대한주택관리사협회와 아파트 입주자 연합회 등 관계기관에서는 환경부에 법령 적용을 일정 기간 유예해줄 것을 요청, 현재 환경부는 유예기간 적용을 논의 중이다.
올 초부터 겨울 건조기 미세먼지가 심각한 상태고 봄을 맞은 현재까지도 맑은 날씨를 보기 어려운 실정임에 따라 정부는 미세먼지 줄이기 대책 추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민들은 스프레이 도장 방식이 보편화된 아파트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며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정책에 대한 온도차가 큰 이유는 정부가 아파트 재도장 및 외벽 수성페인트에 대한 전문적 이해가 부족해 현실적인 정책을 수립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이고 슬기로운 정책 대안이 논의되지 않는다면 페인트 분사방식 재도장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충돌이 계속될 것이며,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각 분야의 연구와 노력이 지속돼야만 한다.

■ 페인트 분사방식 재도장 규제의 문제점

•장충금 증가분 확보 난제…아파트 노후 가속화
아파트 재도장 관계자들은 미세먼지를 줄여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 재도장 시 분사방식이 규제된다면 붓·롤러 방식에 따른 시공비 증가 또는 방진막 설치비용 발생으로 인한 재도장 공사비용의 증가가 불가피하다.
비용적 측면을 고려하면 아파트 입장에서는 장기수선충당금 부족으로 관리비 펑크가 날 것이고, 제때 재도장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선 관리비를 시급히, 많이 걷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대다수가 거주하는 고층아파트는 재건축이 불가피하다. 아파트는 공공적 재산의 성격을 가진 건물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유지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장기수선계획 제도를 의무화한 것이다. 법은 공포되는 순간부터 시행되지만 재도장 공사를 시행하기 위한 큰 금액의 장충금은 짧은 기간 동안 모을 수 없으며 공사를 제때 시행하기도 어렵다. 재도장 공사비의 큰 증가로 인해 재도장 공사를 제때 하지 못하면 아파트 외벽은 심각하게 노후할 것이다. 
홍콩의 중심 침사추이의 지어진 지 30~40년 이상 된 고층아파트는 제때 아파트 외벽을 보수하지 못해 심각하게 낡아 슬럼화하고 있다. 

•‘믹싱리퀴드’ 붓·롤러 작업 어려워
외벽 수성페인트는 내구성을 잃으면 초킹현상이 일어난다. 초킹현상은 페인트가 수명을 다해 분말가루만 남은 상태로, 이 상태에서 페인트를 덧칠하면 페인트가 부착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로 칠하는 KS2급 수성페인트는 5년 이상 경과하면 대부분 초킹현상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반드시 믹싱리퀴드(바인더) 분사작업을 선행해야 한다. 믹싱리퀴드는 수성 풀칠을 하는 것으로, 물에 약 300~500% 정도 희석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거의 물이나 다름없다.
분사방식을 무조건 규제한다면 초킹현상이 심한 아파트의 경우 이러한 믹싱리퀴드(바인더)작업을 하기 어렵다. 믹싱리퀴드는 물 희석비율이 높아 점도가 굉장히 낮으므로(묽은 상태) 붓이나 롤러 작업이 거의 불가능하다. 붓·롤러로 시공하려면 페인트에 타서 점도를 높여야 하는데, 이렇게 할 경우 페인트를 2번 칠하게 돼 시공비가 크게 증가한다.  
또 페인트는 페인트 수지와 이산화티탄, 탈크(석면 미 함유), 석회석, 규조토 등의 비휘발 고형분 함유 비율이 50%가 넘는다. 대기 중에 페인트를 분사하면 이러한 비휘발 고형분이 미세먼지로 바뀌는 것인데, 아파트 외벽 재도장에 사용하는 믹싱리퀴드는 비휘발 고형분이 거의 없는 수분일 뿐이고 대기 중으로 분사하더라도 미세먼지로 바뀌는 양은 극소량이다.

 

▲ 외부수성페인트의 비교

■ 해결방안 제시

•정부가 아파트 재도장 공사비 지원
대한민국 아파트는 의무관리단지 1만6,000개, 비의무단지 1만5,000개로 약 3만1,000개 아파트 단지가 있다. 평균 7년 주기로 재도장 공사를 시행한다면 1년에 의무관리단지 2,300개, 비의무관리단지 2,100개 총 4,400개 단지가 재도장 공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아파트에 대해 정부가 작업방식 변경에 따른 비용 증가분이나 방진막 설치비용에 해당하는 만큼 비용을 지원해 주면 시공비 증가 부담은 줄어들 것이다.
500가구 아파트 단지 기준 페인트 분사방식 재도장 공사비용은 총 2억원 정도로, 그중 균열보수 공정과 그래픽 등을 빼고 실제 페인트를 칠하는 시공비는 60% 정도다. 전체 재도장 면적 중 분사방식을 이용하는 면적은 80% 정도고, 창문이나 컬러를 구분하는 곳 등 20% 정도는 붓·롤러 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방식 변경 및 방진막 설치에 따른 추가비용은 500가구 아파트 기준 약 1억원 정도로 예상되며, 정부가 연평균 총 4,400개 아파트 단지의 재도장 공사를 지원하게 되면 연 4,400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파트 공유부분의 외벽은 사회적 재산이다. 아파트는 대한민국 주거환경의 가장 큰 건축물로, 특히 고층아파트의 외벽은 균열보수와 재도장 공사를 제때 실시하는 등 유지관리를 잘 해야 한다. 정부의 페인트 분사방식 규제정책으로 인해 어느 시점부터 일시적으로 재도장 공사비용의 큰 증가를 야기, 제때 재도장 공사를 실시하기 어렵게 됐다면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줘야 한다. 아파트 입주자와 주택관리사가 체감하는 애로사항은 결국 재도장 공사비용이 크게 증가하는 문제를 짧은 기간 안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데서 비롯된다.
싱가포르의 경우 좁은 국토 면적의 거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찍부터 정부 주도하에 고층화된 아파트를 짓고 분양하며, 정부 지원으로 7년 이내에 재도장 공사를 실시토록 하는 등 국가적 재산보호 차원에서 아파트를 유지·보수해 나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24일 미세먼지 대응에 대한 추경예산안 1조5,000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미세먼지 본예산 1조9,000억원을 합치면 3조4,000억원이 미세먼지 대응에 쓰이는 셈이다. 노후차량 조기폐차 지원, 공기청정기 설치, 공공장소의 공기정화기 설치 등 미세먼지 대책과 함께 아파트 재도장 공사의 지원도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한다. 
좀 더 면밀히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아파트 재도장 공사의 분사방식 규제에 따른 갈등은 비용 없이 해결하기 어렵다.

•비휘발 고형분 10% 이하 도료, 규제대상서 제외해야
믹싱리퀴드 성분은 스티렌아크릴수지가 30~40%고 물이 60~70%다. 보통 물을 300~500% 희석해 사용하기 때문에 믹싱리퀴드 작업(바인더 도장) 시 물이 94% 이상, 스티렌아크릴수지 6% 이하가 된다. 때문에 대기 중에 믹싱리퀴드의 30%가 분사되더라도 이는 곧 물이 날아가는 것과 같다. 비휘발성 고형분을 거의 함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형분 비율이 높은 페인트류만 분사 규제대상으로 해야 한다. 수성페인트는 비휘발 고형분 비율이 50% 이상으로 대기 중에서 비산먼지로 바뀌기 때문에 규제대상에 해당될 수 있지만, 믹싱리퀴드는 고형분이 거의 없어 대기 중에서 비산먼지로 바뀌는 양이 극소량이고,  초킹현상이 심할 때 반드시 칠해야 하지만 붓이나 롤러로 작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친환경페인트 개발 및 인증제도 활성화
중금속 등 유해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페인트는 중방식 페인트나 유성도료가 해당된다. 아파트 재도장에 사용되는 외벽 수성페인트는 VOC(휘발성 유기화합물)를 함유하고 있지 않다. 주성분을 보면 물, 페인트 수지, 탈크, 석회석, 이산화티탄, 규조토, 생석회, 안료 등이다. 
앞으로 작업자나 일반인 등을 위해서 이러한 친환경 페인트가 지속적으로 개발되는 것은 물론 친환경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연구돼야 하며, 친환경 인증제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우수한 균열보수 공법 및 도료로 재도장 주기 늘려야 
현재 아파트 도장 시 KS2급 페인트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KS2급 페인트는 내구성이 3년 정도로 짧지만 KS1급과 비교해 보면 자외선에 대한 내후성, 내알칼리성이 1.5배 이상 우수하고 도막 역할을 하는 수지비율도 2배가량 많다. 또 KS2급 페인트는 석회석 등 분말비율이 높아 1회 도장을 해도 은폐가 잘 되기 때문에 재도장이 수월하다.
만약 분사방식이 규제된다면 재도장 공사비 중 인건비는 90%에 달할 것이다. 우수한 균열보수재와 도료를 사용한다면 재도장 주기가 늘어나 재도장 공사에 따른 장기수선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중방식 페인트 도장에 대한 규제 강화부터 
교량, 대형선박 등 도장 작업은 초고층건물 작업과도 그 규모가 맞먹는다. 이 경우 주로 강, 바다의 습기와 해수 등의 영향으로 쉽게 녹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중방식 도장을 한다.
중방식 도장이란 강력한 방청 페인트, 가혹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강력한 도막을 만드는 페인트로, 부식 환경에 잘 견딜 수 있도록 에폭시계, 아연계, 우레탄계, 불소수지계 등을 주원료로 한 유기화합물을 함유한다. 이러한 중방식 도료는 아직까지 고도의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 특수 수지와 특수 안료,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사용하고 있다.
특수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친환경 페인트를 만들어 내기는 아직도 많은 노력과 기술이 필요한 부분이다. 인체유해성이 극히 낮은 아파트 재도장 페인트 분사 규제에 앞서 교량, 대형선박 등에 대한 분사방식 도장을 금하는 것이 우선이며, 이들에 대해 도장 부스나 도장 작업장을 설치해 그 안에서 작업토록 하고 붓·롤러 도장방식을 이용하도록 규제하는 것이 미세먼지 저감에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김소중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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