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가 펄펄 날리는 날에는
갑자기 사방이 조용해진 듯
도무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낱장으로 흩어진 꽃잎이
놀이터 작은 발자국에 떨어진다 
발자국만 어지러운 모래밭에
저 혼자 쌓이는 꽃잎은
기억을 지워내 영혼이 희다

한소절 상처없이
바람소리 듣지 않고 절로 핀 꽃이 있었으랴
허물어지지 않는 시간이 있었으랴

이름이 쓰고 있는 타인을 던져놓고
내가 나에게 낙화를 보여줄 일이다
생각을 지우고 
꽃잎 이름으로 날려볼 일이다.

수없이 어질러진 발자국이 되었다가
모래알이 되었다가
꽃잎 되어 날다가
한 생의 절정을 하염없이 내려놓는 나무가 되어
하얗게 울어볼 일이다.


김정서
•본명: 김복순, 경북 경주 출생
•문학저널 신인상 수상, 문학저널 문인회 , 한국문인협회 회원
•공저 ‘내 앞에 열린 아침’, 시집 ‘대추꽃을 보셨나요’ ‘다시 봄뜻으로’ 출간
•제4회 주택관리사, 현직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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