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체납가구 단전 두고 한전vs아파트 대립각

한 전 “채무인수계약 통해 체납가구 정보 넘겨야 단전 지원”
아파트 “계약 여부 불문 한전의 업무…관리주체에 책임 전가”
김남주 기자l승인2019.05.01 14:44:39l11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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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모 아파트 A관리소장은 최근 아파트 관리규약 개정을 위해 개정이 필요한 조항을 검토하던 중 몇 년 전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받았던 관리규약 개정 예시안을 발견했다. 예시안에는 ‘사용료를 3개월 이상 체납한 가구에 대해 한전에 전기 제한공급을 요청할 수 있으며, 요청 시에는 체납가구 가구정보(가구주명, 연락처, 미납 전기요금 내역)의 한전 제공에 대한 고객동의를 득한 후 문서로 요청하는 등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 개인정보 제공 항목을 준수해 요청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에 대해 A관리소장이 한전 관할지사에 문의한 결과, 위 내용을 포함하는 관리규약 변경에 동의하고 채무인수계약을 맺은 아파트에 한해 전기료 체납가구에 대한 한전의 직접 단전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체납 전기료 ‘채무당사자’에 이견

A소장은 한전 측의 답변을 납득할 수 없었다. 관리사무소는 전기료 납부대행자에 불과하고 전기료 채무당사자는 한전인데, 전기료 체납가구에 대한 단전조치 또는 미납요금 납부 등에 대한 책임을 기본적으로 관리사무소가 지고 한전은 개별 계약한 아파트에 한해서만 책임을 지는 것은 관리사무소에 대한 과도한 책임 전가라는 것.
특히 체납가구 전기료 대납 시 관리비에서 차감하는 현행 납부체계로 인해 정상적으로 전기료를 납부하는 입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뿐, 정작 채무당사자인 한전은 체납가구와는 무관하게 전기료 전액을 수금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A소장은 “입주민이 이러한 전기료 납부 및 단전체계에 대해 한전 측에 민원을 제기하면 한전은 ‘관리사무소에 문의하라’고 책임을 넘기고 있다”며 “한전은 관리사무소를 전기료 납부대행자가 아닌 아파트 각 가구에 대한 전기료 채무당사자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11월 A소장과 같은 내용으로 한전에 민원을 제기했던 서울 모 아파트에 대해 한전 측은 답변서를 통해 “고압공급아파트는 아파트 수전실 이전 수급지점까지만 당사(한전) 설비고 수급지점 이후 수전설비, 구내설비, 계량기 등 모든 전기설비는 아파트 자체 설비로서 전기사업법 제68조(전기설비의 유지)에 의거 해당 아파트 측에서 동 전기설비를 유지·관리해야 한다”며 아파트 각 가구의 전기공급에 대한 책임이 아파트 자체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다시 말해 한전이 전기공급 계약을 맺은 상대는 각 가구가 아닌 아파트로, 각 가구에 대한 전기공급 및 전기설비 관리 등 책임은 아파트에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채무당사자(단전·수금 책임자) 역시 아파트 관리사무소라는 것.
당시 답변서에는 추가적으로 ‘채무인수계약’을 통한 단전 및 수금업무 지원에 대한 내용도 동일하게 포함됐다. 
한전은 “단전에 대한 고압아파트 측의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아파트 측의 요청이 있을 경우 단전(전류제한기 부설)업무를 지원하고 있으며, 관리사무소에서 회수하지 못한 아파트 체납가구의 미납 전기요금을 한전에서 인수해 수금활동을 통해 해당 가구로부터 회수하고 있다”며 “따라서 정확한 인적사항과 함께 한전에 단전 지원을 요청해야만 해당 개별가구 고객에 대해 미수요금 납부 독려 및 사후 채권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바, 개별 가구에 대한 인적사항 미 통보 시는 아파트 단전대행 지원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한전은 현재도 이러한 설비관리상 책임한계점을 근거로 기존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적 근거 없이 한전이 직접 단전조치를 취할 경우 그 법적 책임은 한전이 지게 돼있어 현행 체납가구 처리체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고, 다만 이에 대한 아파트의 민원이 지속되는 것을 감안해 대안으로 마련한 것이 자율적 채무인수계약이라는 설명이다. 


“채무 인계하려면 관리규약 개정하라”
가구 정보수집 조항, 또 다른 부담으로 

한전은 지난 2005년부터 채무인수계약을 체결한 아파트에 대해서는 체납가구에 직접 단전을 시행하고, 해당 아파트로 하여금 체납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가구의 전기료만 납부토록 허용한 뒤 미납분에 대해서 직접 수금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채무인수계약을 위해서는 체납가구의 인적사항을 한전에 제공하는 내용의 관리규약 개정이 필요하다. 관리사무소가 한전에 제시해야 하는 체납가구 정보는 가구주명, 연락처, 미납 전기요금 내역, 정보제공 동의서다. 이마저도 지난 2014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주민등록번호 항목이 삭제된 것이다.  
A소장은 “체납가구에 대한 채무를 전기 제공자인 한전이 아니라 전기설비 관리자인 관리사무소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의 부당성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관리사무소로 하여금 미납요금 내역을 넘어 체납가구의 가구주명, 연락처까지 수집토록 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아파트 차원의 임시 단전·단수 조치도 강제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체납가구로부터 개인정보와 정보제공 동의서까지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체납가구 정보수집 업무조차도 관리사무소가 해야 한다면 이를 과연 한전의 직접 조치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전 측은 현행 전기계약 구조상 한전은 아파트와, 아파트는 각 가구와 계약이 체결돼 있는 것이므로 한전은 체납가구와의 채무당사자가 아닌 제3자로서 개인정보보호법상 체납가구로부터 직접 인적사항을 수집할 수 없으며, 채무당사자인 아파트로부터 인적사항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최근 A소장은 한전 관할지사에 아파트 전기료 체납가구 처리구조의 근본적 문제해결 방안 마련을 촉구, 한전의 검토를 요청했다. 한전 관할지사는 이를 수렴해 한전 본사에 답변서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대한주택관리사협회(회장 황장전)는 현행 고압공급아파트 전기계약 방식으로 인해 전기료 선납부·후징수 관행 등이 발생, 체납가구 관련 문제를 지속적으로 유발하는 데 대해 공동주택 전기요금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주관은 “관리주체는 입주민의 전기료 납부를 대행하는 것뿐임에도 요금을 한전에 선납부한 후 입주민으로부터 추후에 회수토록 함으로써 사업자인 한전이 부담해야 할 연체료 징수책임까지 관리주체가 떠안고 있다”며 “연체료가 최종 손실되는 경우 귀책사유에 따라 손실분이 나머지 입주민에게 돌아가거나 결국 관리주체가 떠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개선방안에 대해 “관리주체는 전기료가 회수되면 회수된 금액과 납부·미납가구 명단을 한전에 발송하고 체납요금은 사업자인 한전이 관리하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또한 계량기 관리에 있어서도 관리주체의 업무범위를 사용료 납부대행을 위한 검침업무 중 고장 의심 가구명단을 한전에 통보하는 것으로 제한함으로써 계량기 유지관리를 위한 비용부담 책임을 한전이 지도록 법령개정과 준칙 및 약관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남주 기자  knj@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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