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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석 춘  
서울 성북구 동행 활성화 추진위원
(행복코리아 대표)
 

H그룹의 J회장이 이역만리 미국에서 향년 70세로 별세했다는 소식입니다. 딸들과 부인을 비롯한 일가의 ‘단체 갑질’사건은 차치하고라도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심정이 듭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원래 노블레스는 ‘닭의 벼슬’을 의미하고 오블리주는 ‘달걀의 노른자’라는 뜻입니다. 이 두 단어를 합성해 만든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닭이 존재하는 목적은 자기의 벼슬을 자랑함에 있지 않고, 알을 낳는 데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하면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로, 사회로부터 정당한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누리는 명예만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주 최 부자 집안은 무려 300년 12대 동안 만석의 재산을 유지했는데 이렇게 장기간 한 집안이 부를 유지하는 사례는 드물다고 합니다. 그러나 최 부자 집안이 칭송을 받은 것은 부를 오랫동안 많이 축적한 것 때문이 아니라 많은 선행과 사회 지도층으로서 모범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경주 최 부자 집안의 여섯 가지 행동지침인 육훈(六訓)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가훈은 과거시험은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공부는 하되 부와 권력을 동시에 누려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입니다. 두 번째 가훈은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는 것입니다. 1년 소작료 수입을 만석으로 미리 정하고 초과분에 대해서는 소작료를 깎아줌으로써  목표를 초과한 수익은 사회에 환원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 가훈은 흉년에 땅을 늘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시장 파장 때의 물건은 먼저 사지 말고 값을 깎지 말라고 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의 약점을 이용해 부를 축적하지 말라는 것으로 공정한 경쟁을 하자는 것입니다. 
네 번째 가훈은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는 것입니다. 500인을 독상으로 대접할 수 있는 놋그릇과 반상을 준비해 집에 들르는 사람들을 후하게 대접하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 가훈은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것입니다. 더불어 살자는 것입니다. 흉년이 들면 굶주린 이웃에게 죽을 쒀 나누고 곳간을 열어 쌀도 풀었습니다. 빚을 못 갚는 이들의 차용증서를 불태웠답니다. 여섯 번째 가훈은 시집온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을 입도록 했습니다. 신혼 초에 서민들의 옷인 무명옷을 입게 해 근검절약을 익히게 했습니다. 경주 최 부자 집안의 육훈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을 부끄럽게 합니다. 
천당과 지옥의 식사이야기를 들어보셨습니까? 어떤 사람이 황천 구경 하다 지옥을 지나는데 식탁 위에는 진수성찬이 있는데 사람들이 비쩍 말라 있더랍니다. 지옥에서는 젓가락 길이가 1m나 돼 먹을 수가 없더랍니다. 이번에는 지옥을 지나서 천당으로 갔습니다. 천당에도 음식은 지옥처럼 진수성찬이었답니다. 천당에도 젓가락이 1m고, 심지어는 2m인 것도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사람들이 통통했답니다. 그들은 자신만 먹을 생각은 안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먹여주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2m짜리 젓가락은 더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 먹여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진정한 행복이란 쾌락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삶에 따르는 부산물”이라고 설파하고 있습니다. 이웃과 나누고 베풀고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사는 삶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이자 행복의 지름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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