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로 떠오른 新고려장
관리사무소에 떠넘긴 자식의 도리

심층취재 | 우리가 몰랐던 혹은 외면했던 아파트의 불편한 진실② 온영란 기자l승인2019.04.17 15:00:36l11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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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장’, 늙고 쇠약한 부모를 산에 버리는 장례 풍습으로 효를 강조하는 일부 설화에서 전해지지만 역사적 사실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에 존재했는지 여부를 떠나 이 고려장이 초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바로 오늘날 버젓이 재현되고 있다. 이름하여 신(新)고려장이다. 
인천 남동구에 소재한 아파트에서 관리사무소장으로 10년간 근무하고 있는 A관리사무소장은 요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바로 아파트 입주민 중 홀몸어르신들과 고령의 어르신들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20평대 미만의 소형평수로 구성된 이 아파트는 홀로 사는 노인이나 평균 연령대가 80~90세인 고령의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평균 연령대가 높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가능한 일들이 많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잊어버리고 집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 
가스레인지에 음식을 올려놓은 것도 잊은 채 잠이 들어 연기가 치솟는 집안에 창문을 깨고 들어가 잠든 어르신을 깨워 구출하는 등 한 해 겨울 소방차가 3번이나 출동하는 등 큰 화재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이뿐 아니라 치매에 걸린 단지 내 어르신이 동네를 헤매다 연락이 되지 않는 보호자를 대신해 관리소장이 경찰서로 어르신을 찾으러 간 경우도 있었다. 
A소장은 “이들 대부분은 자녀들이 한 번도 찾아오지 않거나 몇 년에 한 두 번의 방문으로 방치된 경우”라면서 “부모를 아파트에 모셔두기만 한 채 자신들의 할 일을 다한 것처럼 돌보지 않는 자녀들이 많다”며 안타까워한다.
이어 “관리사무소에서 입주 전 받아 놓은 보호자(아들이나 딸)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도 무응답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문자 한통을 보여준다.
A소장이 문자를 보낸 시기는 지난해 11월. 부모님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며 연락을 달라는 문자를 자녀 3명에게 보냈지만 현재까지도 답장 한통 없는 상태였다.
연락이 닿았다고 해도 서로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미루는 경우도 다반사, 보호자 모두 외국에 살고 있어 올 수 없다며 관리사무소에서 해결해 달라는 자녀들, 관리비를 내고 있으니 문제될게 없다며 자신의 부모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 오히려 소장에게 화를 내는 경우도 여러 번 겪은 A소장은 “나이 들고 아픈 부모님을 한 번도 찾아뵙지 않고 아파트에 방치한 채 ‘나 몰라라’하는 것이 고려장과 뭐가 다르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이렇듯 자녀들에게서 소외되고 방치된 홀몸 및 치매 어르신들의 경우 가구 내 위생관리 등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민원이 발생하기도 하고 관리비가 미납되는 등 이웃들에게도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부양의무 전가’ 심화될 것…복지 중심 관리서비스 모색해야

A소장은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자녀들보다 관리사무소를 더 의지하다보니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주거나 통장 등을 맡겨 은행 업무를 부탁하는 등 관리업무 영역을 벗어난 일도 이제는 일상이 됐다”면서 “하지만 혹시라도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다면 관리사무소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어 관리업무가 애매한 상황”이라며 “자녀들이 어르신들을 잘 보살핀다면 관리사무소가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임에도 갈수록 이런 가구가 늘고 있고 관심을 호소해도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다 보니 깊이 관여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애로사항을 토로한다.

더 안타까운 것은 존엄해야 할 죽음조차도 혼자 쓸쓸히 맞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A소장의 아파트에서도 며칠째 한 어르신이 보이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관리직원이 뒤늦게 집안에 홀로 쓰러져 있던 고령의 어르신을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쓰러진 지 3일이 지난 후였다고 한다. 사망을 목격한 소장과 관리직원들은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
또 지난해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임대아파트에서도 80세 노인이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 노인 역시 돌봐주는 가족도 없이 홀로 지내는 어르신으로 시신의 부패 정도가 심해 정확한 사망 시기조차 추정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이처럼 어르신들에 대한 신체적 학대, 경제적 학대뿐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방치하거나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등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행태가 오늘날의 고려장인 것이다.
인천 한 임대아파트에서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B소장은 홀몸 어르신들 관리를 위해 지난 2015년부터 ‘홀몸노인 생활실태’ 조사를 진행해 어르신들을 체계적으로 돕고 있다. 
B소장은 “고령화로 인해 부양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부모를 방치하는 자식들의 사연을 접할 때마다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고령화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면서 “특히 공동주택이라는 주거형태에서는 아파트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주거형태에 맞춰 관리서비스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다양한 아파트 공동체 사업 지원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복지에 좀 더 중점을 두고 다른 기관은 물론이고 민간을 포함한 사회 전체가 나서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한다.   
이미 대한민국은 고령사회를 지나 초고령사회로 매우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자녀의 의도와 상관없이 부모를 방치하거나 학대하는 ‘신(新)고려장’의 양상은 향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주변의 이웃에게 관심을 갖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언제부턴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게 된 현대사회의 현실은 혼자 사는 이들에게 더욱 혹독하게 다가가고 있다.
 

온영란 기자  oyr@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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