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오정순  수필가

중국의 놀이공원에 회오리 바람이 분다. 동영상 속의 사고현장은 만화를 보는 것처럼 황당하다. 지붕이 날아가고 놀이기구가 아이를 태운 채 바람에 날려 두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 사상초유의 풍경을 보는 나는 눈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목숨이 종이조각이 됐다.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구의 온난화 현상을 꼽고 있다. 대류의 부조화로 일어난 기상이변이라 하니 어느 누구의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려운 일이나, 우리나라에서도 돌풍이 불어 사상자를 낳고 말레이시아에서도  용바람이 불어 사고를 불러들였다.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특별한 기상이변은 우리의 일상이 빚어낸 사건사고라고 보면 맞다. 즐겁고 편리하게 살려다가 되레 자연으로부터 공격을 당하는 일이 되고 보니 잘 살기 위한 대책을 다시 기획해야 할 시대가 도래했다. 
자연만이 아니라 우리네 인생판에서도 분위기의 불균형은 언제나 있어왔다. 무엇이나 뜨거워지면 사달이 난다. 놀음에 열정을 쏟으며 판돈이 억대를 넘어가는 여성도박단이 붙잡히고, 관음증을 견디지 못한 몰카족 연예인들이 지옥불에서 허덕이며 눈 밑이 시커멓게 절어서 등장한다. 성상납을 받고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에 열을 올리다가 간담이 서늘해지는 시간을 보내는 정치인, 모두의 인생에 회오리 바람이 불고 있다. 
어느 집에나 가장이 속 시끄러우면 이상 행동을 보이고,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보지 못하는 여자는 병들고, 병든 여자에게서 양육되는 아이들의 가슴은 멍이 들고, 그로 인해 공부가 뒷전이 되면 만족스럽지 못한 인생을 엄마 탓하며 지낸다. 기현상의 릴레리며 악순환이다.  
한 가정을 넘고 다른 가정에까지 번져 운동 광팬, 과잉소비족, 성 문란, 마약투여 등으로 화마가 번지듯 기현상을 벌인다. 이를 두고 보지 못하고 열 받은 일부는 종교란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사투리 같은 인생언어를 사용하며 맹신도로 열을 올리다가 건강하지 못한 열정이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고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인생에서도 과열은 그만큼  무서운 일이나 처음에는 얼핏 보기에 열심인 듯 고무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서도 어느 가정에 회오리 바람이 불고 나면 돌연사를 겪게 되고, 주변의 정서는 일정 기간 초토화된 분위기를 재건하기에 어지럽다. 그 광경을 눈여겨 본 사람들은 놀라서 인생의 지도를 바꿔 그린다. 
평소에 무리함 없이 살지 않고 무엇인가가 과열되고 그것이 무시로 일어나면 회오리 바람이 일어날 가능성을 자각해야 한다. 한시적으로 가릴 수는 있으나 조만간에 드러날 일들이 지금 지구촌 어디선가는 꿈틀거리는 중일 수도 있다. 
재미나게 살고자 놀이공원에 갔다가 느닷없이 불어닥친 회오리 바람에 자식을 날려보낸 아기 엄마의 심정이 어떨까. 하나의 사건으로 한 개인이 지탄받을 일은 추호도 없으나, 우리 모두가 에너지를 과하게 사용하며 좋게 사는 것도 정도껏이어야 할 것 같다. 이번만, 이것만, 한번만 등의 구호를 내려놓고 지금이라도 당장 무리한 것을 색출하고 후회할 일이 닥치기 전에 대류의 안정을 찾는 것이 지구촌의 당면과제일 것이다. 남의 나라 소식을 귀담아 듣고, 눈여겨 보고, 주의 깊게 살피며 판단이 서면, 그만 두는 결단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 선진국의 자각으로 멈춰 설 시간을 정해야만 인류가 산다. 무엇인가를 개발하는 능력을 가진 것보다 가진 것을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이 더 큰 능력자다. 개발하기보다 이미 쥔 것을 놓기가 더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것을 알지만 놓는 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목숨을 건지는 일이다. 재앙이 눈앞에 나타나도 편리함으로부터 한 발짝도 물러나려는 의지가 없다면 지구의 온난화 현상은 더욱 심하게 보복을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답을 알아도 편리함을 위한 연구 개발은 그칠 줄 모르니, 병 주고 약 주느라고 고단한 지구촌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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