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논어에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정 아는 것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부분 잘 몰라도 코멘트를 요청 받으면 알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특히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더 심하며 관리사무소장은 주택관리사라는 전문자격증이 있으므로 모른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다 잘 알고 있을까요? 어설피 아는 체하다가 낭패를 당하기 일쑤고 관리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현장의 관리소장을 지원·지도·감독해야 함에도 엉뚱하게 조언해 책임문제를 두고 언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1. 그 지위에 있는 사람이 모르는 것은 죄다
누구나 지위가 있습니다. 가정에서는 부모·부부·자식·형제자매의 지위로, 직장에서는 맡은 업무에 따라 지위가 결정되며 각자 할 일과 알아야 할 지식과 갖춰야 할 능력도 정해져 있지요. 그런데 그 지위에 있으면서 필요한 지식이 없거나 능력이 없으면 죄가 됩니다. 법은 무지를 용서하지 않으므로 동대표도 관리소장도 관리회사도 관리회사의 직원도 위법이 있으면 고의, 중과실과 경과실은 구분할지라도 처벌은 면하지 못합니다. 알고 위법을 저지르면 고의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잘못은 과실이 됩니다. 어디까지 알아야 할까요? 입주자대표회의가 의결을 잘못해 입주민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며, 법이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거나 월권, 관리업무 부당간섭, 직접 관리업무를 한 경우 등 규정된 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징역·벌금·과태료 처분을 받게 되니 동대표도 상당한 공부를 해야 합니다. 공동주택은 내 집이라도 내 마음대로 관리할 수 없는 사적자치의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2. 나를 아는 것은 어렵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아야 유한한 지식을 자랑하지 않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모르는 것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얕은 지식이 전부인 양 으스대다가 제대로 아는 사람을 만나면 낭패를 당합니다. 가수 김국환의 노래 타타타의 뜻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로 ‘그래 그거야’라는 뜻인데, 가사를 보면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다 안다면 재미없지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또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소박한 욕심을 노래하고 있는데 나를 알기 위해 이런 겸손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어떤 단지의 입대의 회장은 본인이 국제법 박사라며 관리와 관련한 규정을 들어 조언하면 그건 규정이 잘못됐다고 하니 관리소장은 괴롭습니다. 위법한 의결을 집행할 수 없으니 재심의를 요구하면 사임을 각오해야 하니 말입니다.

3.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은 용기다
아는 것을 방임하면 직무유기가 되고 모르면서 아는 것처럼 처리하면 위법이 되니,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아는 사람과 의논하고 확인합니다. 모르니까 아는 사람에게 묻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용기입니다. 관리업무는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법령과 고시 등으로 상세하게 정해져 있으니 머릿속의 지식이 아니라 규정집을 펼쳐 놓고 해야 합니다. 그러나 누구와 의논할 것인가는 중요합니다. 장님이 만져보고 코끼리의 모습을 알 수 없듯이 공동주택의 특성, 관리강제의 이유, 소요비용의 필요성, 관리 시기의 중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전문가는 그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지 봉사로 하는 사람이 아닌데, 우선은 관리비를 줄이겠다는 생각만으로 노후시설을 방치하거나 자기 이익을 위해 부정한 금품을 생각하는 동대표는 더 이상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니 누군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중심을 잡고 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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