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방망이

한국아파트신문사l승인2019.04.10 09:59:36l1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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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이 복잡하고, 많은 신체부위와 장비를 사용하는 스포츠 종목을 들라면 야구가 첫손에 꼽힌다.
공격할 땐 날아오는 공을 맞추는 타격과 재빠른 주루능력이 필수고, 수비에선 공을 잡고 정확하게 멀리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공은 돌처럼 단단해서 얼굴이나 손가락, 갈비뼈에 맞으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프로선수도 몇 주 결장은 기본이다.
룰은 워낙 복잡다단해서 야구장을 처음 찾은 사람은 누구는 왜 아웃이고, 누구는 왜 걸어 나가는지 물어보기 바쁘다. ‘투수보크’ 규정은 설명하기도 난감하다.
필요장비도 꽤나 많다. 공격할 땐 배트 외에도 헬멧과 장갑 등이 필요하고, 수비 시 포수는 포수마스크와 포수용 헬멧, 몸통 및 다리 등을 보호하는 프로텍터로 중세 기사처럼 중무장한다. 글러브도 외야수와 내야수용이 따로 있고, 1루수와 포수는 넓은 포구와 충격 완화를 위해 특수 제작된 미트를 사용한다. 투수 역시 그립(공 잡는 손의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웹(엄지와 검지 사이의 그물망)이 모두 가려진 투수용 글러브를 낀다.
유니폼은 아래 위가 구분돼 있고, 안에 언더셔츠와 스타킹 양말을 착용한다. 모자는 기본이고 야구화 바닥엔 여러 개의 금속 스파이크가 달려 있어, 처음 보는 사람은 이런 걸 신고 어떻게 운동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허리벨트도 다른 종목엔 거의 없다.
공 소모율도 매우 높아 프로야구는 한 게임에 100개 이상의 공이 사용되고, 일반 사회인 야구에서도 3~5개의 공을 준비해야 경기를 할 수 있다.
너른 공터에 공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구와 달리 야구는 정해진 운동장이 아니면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잘못 던진 공이 지나는 사람을 때릴 수도 있고, 배트에 맞은 공이 건물 유리창을 깨고 실내로 돌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야구를 가장 자본주의적인 스포츠라고 하는 이유는 아마도 이런 제약과 비용이 너무 많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복잡한 규정과 까다로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야구는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스포츠로 군림하고 있다. 프로야구가 생기기 전엔 고교야구가 으뜸이어서 대통령배, 청룡기, 봉황대기, 황금사자기 같은 전국고교야구 대회가 열리는 기간이면 부산, 광주에서도 원정응원을 올라와 동대문야구장 일대는 인산인해를 이뤘고, 3개밖에 안 되는 방송채널에서도 정규 프로그램을 빼고 중계할 정도였다.
오늘날의 아이돌스타는 일부 젊은 여성층에게 인기지만, 당시 고교야구스타는 나이를 가리지 않고 남성과 여성 모두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야구배트가 야구장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야구유니폼이 아닌 용과 호랑이가 새겨진 맨살유니폼(?)을 착용한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기에 이르렀다.
요즘 조폭들은 회칼이나 손도끼 같은 살벌한 흉기 대신 점잖은 스포츠용품, 야구방망이 수 십 개로 상대조직을 위협하며 영역을 확장한다. 배트에 대한 모욕이자, 야구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이 모독이 아파트까지 전염됐다. 우리나라 대표적 야구도시 부산에서 한 아파트 입주민이 야구방망이로 직원들을 위협하고 폭력을 행사했다. 이유도 어처구니없다. <관련기사 2면>
무릇 모든 방망이는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룰에 따라, 정해진 복장을 착용하고 휘둘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패가망신하는 수가 있다.
대한민국 갑질의 점입가경은 어디까지 펼쳐질 것인가.

한국아파트신문사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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