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아빠 엄마는 나를 보며 시름을 잊었다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일자리를 얻어 도시로 떠날 때 
내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사립문 밖에 서 있었다

손주들이 남긴 소리
대문 앞에는 또 올게요
마당에는 
병아리 떼 쫑쫑쫑 봄나드리 감니다 맞지 맞지

저금통 뒤집고 물 쏟고
구석구석 저지레한 곳에 
오면 좋고 가면 더 좋다는 손주들 
힘찬 기운이 솟아 있다

오슬오슬 추운 것도 참을 만하다
생살을 찢는 고통만 아니면 괜찮다
나물밥이라도 허기만 면하면 된다
하루하루 잔잔한 기쁨 
나를 이어 살아줄 손주들
충분하다
윤회를 끊어 성불할 까닭도 없다.

이석락
•경북 경주시 출생. 자유문예 시부문 등단. 문학저널 초대작가. 계간 문학의뜰 창간호 편집장
•(사)국제펜한국본부 정회원,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사)부산문인협회 회원, 늘푸른문학회 자문위원, 소로문학골 고문 역임, 계간 시와늪 고문 역임, 계간 청옥문학 편집부장 
•한국청옥문학상 본상 수상(수상 시집: 내 발에 맞는 신이 없다), 개인 시집 '도정법(盜政法) 외 9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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