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가장 큰 특징은 ‘사적소유’다. 노동뿐만 아니라 자원과 자본 등 모든 생산요소를 개인이 소유해서, 이를 기반으로 재화를 생산-분배-소비하고, 다시 더 큰 자본을 축적하며 돌아가는 시스템이 자본주의다. 특히 토지의 개인소유를 인정하는 것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체제임을 나타내는 뚜렷한 징표다.
자본주의 이전엔 토지의 개인소유권이 존재하지 않았다. 원시시대엔 물론이고 왕권국가에서도 땅은 왕(국가)의 것이었고, 귀족들에게 나눠준 농토도 왕이 몰수하거나 재분배할 수 있었다. 왕은 국가를 상징하는 자리였으니 모든 토지는 국가소유였다. 이를 거스르는 건 곧 국가와 체제에 대한 반역이었다.
인류의 기원은 약 300만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현생인류의 직계조상인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의 출현은 약 4만년 전이다. 자본주의는 19세기에 등장했으니 200년 남짓. 현 인류의 4만년 역사를 하루 24시간으로 대입하면, 개인이 땅을 소유하기 시작한 건 고작 7분 정도에 불과하다. 23시간 50분 넘도록 소유해 본 적이 없었고, 이제 겨우 7분 동안 땅이 개인의 재산이라는 개념이 형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나 열망하고, 자연물인 땅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인간은 토지를 생산할 수 없다. 간척사업을 벌여 아주 약간의 면적을 늘릴 수는 있지만, 전체 대륙의 넓이에 비하면 손톱의 때만큼도 안 된다. 그래서 사유재산인 토지의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고, 지주와 건물주는 가만히 앉아서 재산을 불리며 여유로운 생활을 만끽한다.
대한민국에선 집과 땅이 없으면 결혼을 할 수도, 자식을 낳을 수도 없다. 예전엔 사글세방만 있어도 신혼살림을 차리고, 충분히 아기들의 보금자리가 됐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
젊은이들의 사고가 잘못됐기 때문이 아니다. 과거엔 단칸방에서 시작해도 조금만 열심히 일하면 살림을 늘리고 내 집 마련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통로가 꽉 막혔다. 딛고 오를 수 있는 사다리가 모두 걷어차였기 때문에 단칸방에서 시작하면 평생 그 곳을 벗어날 수 없다. 젊은이들이 그런 사실을 더 정확히 꿰고 있다.
인구절벽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걱정만 하지 말고, 젊은 세대에 희망을 줘야 한다. 
그러나 땅을 가진 사람이 별다른 노동 없이도 더 큰 부자가 되는 나라에서 가난한 청춘이 가질 수 있는 건 절망뿐이다.
봉건 계급사회는 철폐됐지만,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귀족과 천민을 가르는 건 ‘땅’이다.
희한하게도 그 ‘땅’이 문제가 된 아파트가 있다. 처음 건축 당시엔 모두 임대아파트였는데, 중간에 일부 가구가 분양 전환되면서 대지의 소유권이 정리되지 않아 분란이 일고 있다.(관련기사 1면)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폭등하며 부동산 광풍이 불던 1990년대 초반 지어진 이 아파트는 3개 단지 중 1·3단지는 영구임대로 지어졌고, 2단지만 5년 후 분양아파트로 전환됐다. 그러나 토지대장상의 소유자는 아직도 1·2·3단지를 통합해 LH로 돼 있다. 입주자들이 토지를 분할해 명의를 이전해 달라는 건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극히 당연한 요구다.
그러나 LH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 와중에 노후 시설들이 누구의 손길도 받지 못한 채 황폐화하고 있다. 명백한 재산권 침해이자, 사회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남의 땅 위에 집을 짓는 건, 모래성만큼이나 불안하다. 현명하고 신속한 해결책을 기대한다.
이래저래 땅은 참 애물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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