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작은 나폴리로 불리는 나트랑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부터 사랑받아 온 휴양지다. 이곳을 특별하게 하는 것은 베트남의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6㎞에 걸쳐 곧게 뻗은 백사장이다. 파도의 속살거림을 들으며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한갓지다. 보드랍게 발에 감기는 모래의 감촉을 느끼며 하얗게 반짝이는 해변을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달뜨곤 한다. 

늦은 오후, 바닷가를 거닐며 잠시 여유를 즐기다가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카페에 들어갔다. 세계 커피의 5분의 1을 생산하는 베트남에서 커피는 그야말로 국민 음료다. 베트남 커피는 마시는 방법도 독특하다. 카페 핀(cafe fin)이라 불리는 미세한 구멍이 난 용기로 진하게 추출한 커피에 뜨거운 물이나 연유를 넣어 먹는데, 뜨거운 물을 넣은 커피를 카페 농(Ca Phe Nong), 얼음을 넣은 커피를 ‘카페 다(Ca Phe Da)’, 물 없이 연유만 넣은 커피를 ‘카페 쓰어 농(Ca Phe Sua Nong)’, 얼음과 연유를 넣은 커피를 ‘카페 쓰어 다(Ca Phe Sua Da)’로 부른다. 처음 맛본 커피는 가장 대중적인 커피인 카페 쓰어 다로, 입안을 가득 채우는 달곰함이 꼭 더위를 사냥한다는 아이스크림과 닮았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쯤 ‘여행자 거리’로 발길을 향했다. 해변에서 차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리한 여행자 거리는 나트랑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다. 거리에는 레스토랑과 카페, 클럽이 밀집해있다. 여행자들이 쏟아져 나오는 거리는 활기 넘치고 소란스럽지만 오토바이와 자동차, 사람이 뒤엉켜 혼란스럽기까지 한 베트남의 다른 대도시보다는 덜한 편이다. 거리 한쪽에는 야시장도 있다. 아오자이를 입은 인형, 베트남 국기가 그려진 모자, 형형색색의 수영복, 간식거리 등 여행자를 위한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대부분이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가격을 비싸게 부르는 편이라서 흥정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 바가지를 쓸 것을 각오해야 한다.

저녁 식사를 하러 유명하다는 현지 식당을 들렀다가 쿠킹 클래스를 덜컥 예약했다. 레시피에 따라 세 개의 요리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예약 당일 아침, 직원과 함께 재래시장인 쏨 모이 시장(Xom Moi market)에 갔다. 거대한 창고형 건물에 앉은뱅이 좌판이 어깨를 맞대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풍경이 익숙하면서도 이국적이었다. 요리에 쓸 몇 가지 재료를 사고 시장을 한 바퀴 구경한 뒤 시클로를 타고 레스토랑으로 이동했다. 스프링롤과 포크팟, 디저트를 차례로 만들어 보는데, 처음 만들어 보는 베트남 음식임에도 결과물이 그럴싸하게 나왔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레시피북과 요리도구를 기념으로 받았다. 이곳에서 배운 요리를 한국에서 다시 만들어 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가방에 넣었다. 언젠가 나트랑이 그리운 날에 한 번쯤 도전해 볼 것 같아서. 

 

나트랑에서 가볼 만한 곳 ‘포나가르 참탑’

나트랑 곳곳에는 베트남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크고 작은 볼거리가 많이 숨어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포나가르 참탑(Thap Cham Ponagar)이다. 시내 중심지에서 약 2㎞ 떨어진 곳에 있는 포나가르 참탑은 2세기 무렵부터 1,300년 동안 베트남 중남부 지역을 지배한 참(Cham)족이 남긴 유적지다. 사원은 9세기경에 세워졌으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참파 왕국 유적 중 하나다. 건축 당시엔 8개의 탑이 세워졌지만 대부분 소실됐고, 현재는 단 3개만 남아 있다. 포나가르는 이 지역에 복과 장수를 가져다준 어머니 신의 이름이다. 3개의 탑 중 가장 오른쪽에 있는 메인탑이 포나가르에게 바쳐진 것이다. 

 

 

나트랑의 ‘맛’

여행에서 걱정되는 것 중 하나는 음식이다.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으면 여행 내내 고생하기 마련이다. 다행히 베트남 음식은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잘 맞는 편이다. 소고기로 진하게 육수를 낸 쌀국수, 바게트로 만든 샌드위치인 반미, 숙주와 고기를 넣은 베트남식 부침개 반쎄오는 나트랑을 여행하면서 반드시 맛봐야 할 베트남 전통 음식이다. 해안 도시답게 해산물도 풍부하다. 해변, 그리고 여행자 거리 곳곳에 해산물 전문 식당이 있다. 새우, 게, 랍스터 같은 싱싱한 해산물을 직접 고를 수 있는 식당과 다양한 해산물을 뷔페식으로 제공하는 식당이 특히 인기다. 

•기본정보
나트랑은 영어식 발음이라 현지에서는 ‘냐짱’이라고 부른다.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건기인 1~9월 사이며, 10~12월은 우기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단기여행을 목적으로 입국 시 15일간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며, 화폐단위는 동(VND)으로 1달러는 약 2만동이다. 
•항 공 
대한항공,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에서 인천-나트랑 직항편을 운항한다. 소요 시간은 약 5시간이며, 시차는 2시간이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차로 40분 소요된다.
•볼거리 및 체험
포나가르 참탑, 빈펄랜드, 나트랑 대성당, 담 시장, 머드스파 등. 현지 여행사를 통해 아일랜드 호핑 투어를 즐기거나 쿠킹클래스에 참여할 수 있다.
•랜턴스 쿠킹클래스
매주 화,목,토,일요일. 총 소요 시간은 4시간 30분이다.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며, 참가비는 1인 27달러다. 홈페이지 www.lanterns vietnam.com/cooking-class


이 채 영 여행객원기자 (여행비밀노트 chaey.net)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