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파트는 하나의 거대 공동체다. 집단으로 모여 사는 단순주거 개념을 초월해 같은 시설을 이용하며 여가시간을 보내고, 운동과 취미생활도 함께하며, 대내외 활동에도 함께 나서는 등 전방위적 생활공동체로 진화 중이다.
여기엔 건설사들도 한몫하고 있다. 세계최고수준의 건축기법을 갖고 있는 회사들답게 건물만 잘 짓는 게 아니라, 화려하고 품격 있는 공용시설을 끌어들여 입주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자사 브랜드 홍보에도 톡톡한 효과를 봐왔다.
현재 아파트들은 필수재 역시 독자적으로 구축해 사용하고 있다. 물과 전기가 대표적이다. 이전의 아파트들은 옥상에 물탱크를 두고 생활용수를 공급했다. 현재는 단순히 물만 받아서 보관하는 옥상 물탱크를 벗어나 지하에 큰 저수조를 만들어 놓고, 소독, 여과, 정화 시스템까지 갖춰 수돗물의 수준을 더 격상시켜 이용한다. 대부분의 단독주택은 수도가 끊기면 물을 사용할 수 없지만, 아파트는 거대한 저수조 덕분에 이틀정도는 차질 없이 물 공급이 가능하다. 덕분에 아파트에선 물이 없어 불을 끄지 못하는 일 또한 거의 없다.
아파트의 특수 시설 중 변전실을 빼놓을 수 없다. 한전으로부터 고압전력을 수전해 적합한 저압으로 변환한 후 구내의 필요한 곳에 전기를 공급하는 시설을 말한다. 여기엔 핵심 설비인 변압기를 비롯해 배전반, 차단기, 개폐기, 계기, 보안기 등이 포함된다. 일반 사람들은 이름만 들어선 알 수 없고, 무슨 기기인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것들이다. 그런데 저층 공동주택엔 변전실이 필요치 않다. 한전에서 직접 저압의 주택용 전기를 공급하기 때문에 변압기 같은 중요기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전기요금도 한전에서 직접 고지하고 받는다. 당연히 관리주체가 관여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승강기 등 공용시설물이 많은 고층아파트엔 반드시 변전실을 설치해야 하고 비용 역시 분양가에 포함돼 있으므로 입주자가 부담한다. 유지관리와 보수·교체도 입주민 몫이다. 전기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하는 등 관리사무소 인력 구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층아파트의 관리비는 이런 데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앞뒤 사정 모르는 입주민들은 (저층아파트와 달리) 자신이 사용한 전기, 수도요금까지 합산된 고지서를 보고 “우리 아파트 관리비는 왜 이리 비싸냐!”며 볼멘소리를 한다. 여기에 고압, 저압, 일반 등 다중 전기요금체계까지 얽혀 있어, 관리주체로선 일일이 설명하는 것조차 난감하기만 하다.
변전실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관리사무소 업무는 많은 차이가 난다. 변전실은 무엇보다 중요하게 관리해야 할 시설이기 때문에 직원의 관심사와 대주민 서비스가 달라진다. 간혹 어처구니없게 소송에 휘말리기까지 한다.
이 문제점을 최일선에서 느끼고 있는 관리사무소장과 입주민을 위해 대한주택관리사협회가 나섰다. <관련기사 1면, 20면> 
이용주 국회의원이 주최한 아파트 전기요금체계 세미나에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안아림 박사와 관계전문가들이 여수에서 대규모 토론회를 열었다.
현재의 전기공급과 요금체계는 복잡다단해서 쾌도난마의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다. 그래서 이 세미나가 더욱 빛나 보인다. 대주관은 앞으로도 이런 세미나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하니 입주민과 관리주체 모두 환영할 일이다.
일반 주택과 달리 고층아파트의 전기만 입주민의 호주머니에 의해 관리된다면 같은 ‘세금’을 내고 있는 ‘국민’의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차별’이 아닐 수 없다.
현대사회에서 전기의 위상은 ‘산소와 물’ 급의 반열에 올라 있다. 누구에게나 생존의 조건은 공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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